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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 더민주 농성 풀며 남긴 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9/01 09:08
  • 수정일
    2016/09/01 09: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더민주, 야3당 공조 힘써 달라”… 광화문광장서 단식 계속
▲ 더민주당사 점거 단식농성 7일 째.  9월1일 오전 당사에서 철수하고 일부는 광화문에서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드릴 게 물밖에 없네요...”

세월호 가족들이 7일째 곡기를 끊고 백남기 농민 대책위 회원들과 농성을 이어가는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11층을 찾은 추미애 대표와 전해철 최고위원 등에게 세월호 가족들이 생수병을 건네며 말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후 더민주 신임 지도부와 함께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비행기로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당사를 방문했다. 취재진에게도 알리지 않은 추 대표의 당사 방문에 고립된 단식농성을 힘겹게 이어가던 가족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추 대표 방문 소식에 급히 광화문에서 여의도로 온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대표님께서 이미 광화문 농성장을 다녀가셨기에 사흘 안에 또 당사를 방문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2년 간 한 번도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는데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유 위원장은 이렇게 고마움을 표하곤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 백남기대책위와 함께하고 있는데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태와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같습니다. 1명의 목숨이 304명의 목숨보다 가벼운 게 결코 아니잖습니까?” 그는 국회가 두 사건의 진상규명을 이뤄주길 간곡히 부탁했다.

추 대표는 "국민 소득이 늘은 만큼 사회가 발전한 건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 곳곳을 보면 아직도 야만적인 모습이 너무 많다.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 가는 데에 정치인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의결에 대한 의지를 가족들에게 분명히 전했다.

9월1~2일 열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와 관련해선 “국회 청문회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당 대표실이라도 내드리겠다고 말씀을 전했는데…”라고 미안함을 전했다. 유 위원장은 “저희가 당 대표실에 들어가기야 하겠느냐. 현실적으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장소가 필요하다”고 이해를 표했다.

3차 청문회가 열릴 연세대김대중도서관 국제회의장도 특조위가 우여곡절 끝에 구한 장소이긴 하지만 10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좁은 공간이다. 4.16상황실 관계자는 31일 오전 민플러스와 만나 “장소가 좁아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고 싶어도 60명 정도밖에 참석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장소의 협소함에 대해 설명했다.

추 대표가 다녀간 뒤 회의를 거쳐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백남기농민대책위는 “더민주 점거 농성을 31일 밤으로 중단하고 9월1일 오전 점거했던 당사를 깨끗이 청소한 뒤 철수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날 저녁 더민주 당사 앞에서 수요미사로 진행된 집회에서 ‘준형아빠’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이제 한 당 (더민주)했습니다. 나머지 한 당(국민의당)은 답이 안 옵니다.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이 이렇게 아픈지 몰랐습니다. 저희 부모들 절실합니다. 당신들의 목소리 듣기 전까지는 저희 광화문에서 단식 멈추지 않습니다”라며 공식 면담 요청에 국민의당이 호응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장훈 분과장은 “내일 진행될 청문회에 정작 불법을 저지른 해경, 해수부, 청와대 안 나올 겁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조사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고 그동안 우리가 어떤 짓을 당했는지 하나하나 알릴 겁니다”라며 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요청했다.

앞서 추 대표와 만남에서 ‘영석엄마’ 권미화씨도 “어딜가도 노란색만 봐도 차단했는데… 우리를 양지로 이끌어 주세요”라며 그동안 받은 오해와 설움을 토로했다.

31일 저녁 ‘더민주 당사 점거 단식농성단’은 성명문을 발표해 “구체적인 진전을 이룰 때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야3당 공조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더민주 당사 점거는 중단하지만 일부 인원은 광화문광장에서 진행 중인 단식농성에 합류해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후 5시반 정도 8일째 단식 중이던 '준영엄마' 임영애씨가 효소 알레르기 반응으로 추측되는 호흡곤란을 겪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더불어민주당 점거 단식농성을 마무리하며

 

1. 우리는 지난 25일부터 더불어민주당사를 점거하고 단식 농성 중인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백남기대책위입니다. 

2. 오늘(8.31)오후 6시경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대표가 당사를 점거하고 단식 중인 우리를 방문했습니다. 추미애 당대표는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 가는 데에 정치인으로서 책임감을 막중히 느낀다"며 이야기를 열었고 백남기대책위와 416가족협의회와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3. 백남기대책위와 세월호 가족은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정부,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에 의해 수백일 넘도록 이어지는 참사의 현장에 우리는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을 참사의 현장으로 몰아넣을 때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것은 국회 본연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국회 제1당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이 그 의지를 분명히 세워야 합니다. 오늘 추미애 당대표와의 면담은 더불어민주당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4. 백남기대책위는 예정된 청문회 준비를 하며 국가폭력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을 기대하며, 이후 특검을 추진해 책임자를 실질적으로 처벌하여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 국가폭력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5. 4.16가족협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밝힌 특별법 개정과 특검 의결의 의지가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진전을 이룰 때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당공조에서 힘써줄 것을 기대합니다. 4.16가족협의회는 광화문 4.16광장에서 단식을 이어가며 국회의 움직임을 촉구할 것입니다.

6. 우리는 오늘 더불어민주당 점거농성을 마무리합니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우리의 요구에 응답할 때까지 우리는 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2016년 8월31일

 

[1보]추미애, 당사 농성중인 세월호가족 방문

추 대표 "확실한 해결방법 없어 빨리 오지 못했다" 위로

더불어민주당 당사 11층을 점거해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과 백남기 농민 대책위원회 회원들을 추미애 더민주 대표가 31일 오후 6시 방문했다. 추 대표의 세월호 가족들 단식농성장 방문은 지난 29일 광화문광장에 이어 두 번째다.  

더민주 당사를 찾은 추 대표는 “확실한 해결방법 없이 당사를 찾아와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면피용 방문을 하고 싶지 않아 더 빨리 찾아올 수 없었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추 대표의 방문에 광화문에서 15일째 '사생결단식'을 이어가던 유경근 416가족대책위 집행위원장도 더민주 당사로 이동했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연장할 특별법 개정을 위해 야3당 공조를 촉구하려는 의미에서 국민의당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416가족협의회는 29일 국민의당에 공식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한편 추 대표 방문 30분 전쯤 광화문광장에서 8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단원고 2-5반 ‘준영엄마’ 임영애씨가 쓰러져 적십자병원으로 옮겨졌다. 원인은 단식하면서 소금과 유일하게 섭취한 효소 알레르기 반응으로 추정된다. 여의도 더민주 당사에서 7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준영아빠’ 오홍진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종로구 적십자병원으로 급히 출발했다. 

▲ "노란색만 봐도 차단당하고... 저희를 양지로 이끌어 주세요."
▲ "저희 부모들 절실합니다. 국민의당 대답 듣기 전에는 저희 광화문에서 단식 계속 이어갈 겁니다."
▲ 31일 오전 빗속의 광화문 단식 농성장.
▲ 굵은 빗방울 때문에 지지 단식자들도 세월호가 모형으로 복구된 광화문 농성장 천막 안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 31일 저녁 더민주당사 앞 수요미사. 수녀님들이 눈물로 드리는 간절한 기도.

이명주 기자  ana.myungju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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