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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선체인양, 진상규명 보고서 차례상에 못올려"

 

[현장] 광화문 416분향소에서 세월호 유가족-시민 한가위 합동차례 열려

16.09.15 20:38l최종 업데이트 16.09.15 20:3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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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가족-시민 한가위 합동차례'에 참석해, 외아들 고 오영석군 등 희생자 영정 앞에 국화를 헌화 중인 유가족 권미화씨.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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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유)가족분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제가... 위로가 될까 싶어 왔는데... 오히려 제가 힘을 얻고 갑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40·남)씨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호 마지막 탈출자'로 알려진 김씨는 2014년 4월 16일, 사업차 제주로 향하다 사고를 당했다. 여전히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술과 약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는 그는,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가방에 조은화·허다윤·박영인·남현철 등 미수습자 학생들의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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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40·남)씨는 지난 2일 4·16 세월호 특조위 3차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
ⓒ TBS제공,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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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참석한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40·남)씨는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가방에 조은화·허다윤·박영인·남현철 등 미수습자 학생들의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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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일 4·16 세월호 특조위 3차 청문회에 참석해 "사고 당시 '아저씨 우리 어떻게 해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아무런 답변을 못 했다. 871일간 (유족)부모님들 눈을 쳐다보지 못했던 게 그 때문"이라며 눈물을 참아내던 그였다. 생존자 김씨는 15일 오후 4시께 서울 광화문광장 분향소에서 열린 '가족-시민 한가위 합동차례'에 참석했다.

참사 발생 후 세 번째 추석이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인양되지 않았고, 미수습자 9명도 그대로다. 이런 가운데 광화문416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4.16연대와 세월호 특조위는 추석 당일 15일 오후 4시 20분께부터 분향소 앞에서 한가위 합동차례를 지냈다. 경기 안산에서 온 유가족, 단식 중인 이석태 특조위원장 등 30여 명이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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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맞아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한가위 합동차례가 열렸다. 사진은 발언하고 있는 유가족 권미화씨.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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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재학 중이던 외아들 오영석군을 잃은 권미화씨는 이날 마이크를 잡고 "(참사)이전의 명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다른 이들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왔다"며 "부모들이 직접 음식 해서 아이들 방(희생자 분향소)에 놓기는 어려운데, 상차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울음 탓에 자주 말이 끊긴 권씨는 이어 국회에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20대 국회에서만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곳이 되길 바란다", "아직 세월호에 사람이 있고, 아이들 기다리는 부모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아픈 마음 어루만져주셔서 고맙다"며 인사하는 권씨에게 청중은 박수와 함께 "힘내세요" 응원을 보냈다.

'동조단식' 신부 "함께 있는 게 제 몫"... 이석태 "특조위호 지키겠다"

 
합동차례는 약 한 시간 정도 짤막하게 진행됐다. 4·16가족협의회 유가족(권미화씨)와 박래군 4·16연대 상임위원,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 등이 돌아가며 한가위 인사말을 나눈 뒤 광화문 광장 희생자 분향소에 가서 순서대로 분향·참배하는 식이었다.

이날 합동차례에는 시민 100여 명도 참석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세균 정의당 의원 등 정치인들도 있었다. 분향소 희생 학생 영정들 앞에 밤과 대추, 배와 사과 등 추석 차례상이 차려졌지만, 4·16연대와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들이 단식농성 중인 상황을 고려해 음식 나눔은 하지 않았다.

다시 단식에 들어간 이석태 위원장(63)도 이날 참석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과 미수습자들을 위해 묵념하며 고개를 숙였다. 7월27일 특조위가 "정부는 특조위 조사활동 기간을 보장하라",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에 나선 지 51일째였다. 이 위원장은 낮은 목소리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제가) 특조위로서 어떤 차례상을 준비해야 할까(...). 희생자들이 바라온,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과 참사 진상규명을 해서 보고서를 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조위 능력 부족, 또 정부의 지원 미비로 인해 차례상을 차려드릴 게 없어 매우 참담한 심정입니다. 특조위호가 침몰할 분위기라 지키려고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참사 진상 규명의 밀알이 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족들을 돕겠다며 앞서 15일간 동조 단식을 했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나승구 신부도 이날 광화문을 찾았다. 그는 "(유)가족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 늘 말로만 위로하는 것 같아 드릴 말씀도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나 신부는 이어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이 제 몫인 것 같다, 함께 있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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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맞아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한가위 합동차례가 열렸다. 헌화하는 유가족.시민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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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맞아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한가위 합동차례가 열렸다. 손혜원 의원이 유족 권미화씨를 위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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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차례는 이후 특조위원장·유가족·시민들이 순서대로 희생자 분향소에 헌화한 뒤 참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유가족들을 응원하려, 또 '잊지 않겠다'는 제 초심을 기억하려고" 남편과 함께 광화문에 왔다는 이근하(42·충남 천안)씨는 정치인들을 향한 따끔한 한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다음은 이씨의 말이다.

"총선 때 야당에 힘 실어준 건 국민 목소리를 들으라는 의미였어요. 그런데 세월호 특별법 관련한 모습을 보면, 야당은 의지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다수 야당이 의지만 있으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진행하면 국민 지지를 얻을 텐데... 광화문 광장에 얼굴 비칠게 아니라, 국회에서 부디 제 할 일을 했으면 합니다."

추석 연휴 기간인 14일(수)부터 18일(일)까지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는 매일 오후 4시 16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다채로운 가족-시민 행사가 열린다. 16일(금)에는 한가위 풍물 한마당과 17일(토) 전래놀이 한마당, 18일(일) 세월호 특조위 특별강연회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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