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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뭉술' 국정과제, 여기저기 '공약후퇴'

[분석] 재원 드는 복지분야 후퇴 두드러져

13.02.21 21:57l최종 업데이트 13.02.21 21:59l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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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초기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정권 인수에 전념하겠다'고 한 만큼 21일 발표된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에 획기적으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이날 발표된 140개 국정과제가 대부분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공약 중에서 정책으로 실천할 것들을 국정과제로 골라 그 이행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약속 지키기'를 강조해온 박 당선인이니 만큼 새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대선 공약 현실화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국정과제 세부 내용과 대선 공약집을 대조해보면 국정과제가 공약보다 추상적이거나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경우가 눈에 많이 띈다. 또 공약집에는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이행하겠다고 나와 있는 계획도 국정과제에서는 사라진 채 '단계적 도입', '시행 검토' 등으로 표현된 경우도 많았다.

지금까지 정부와 정치권의 행동양태로 봤을 때, 이런 식으로 국정과제가 공약집보다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경우는 이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히고, 사실상 공약이 후퇴하는 경우로 봐야 한다. 특히 재원이 많이 드는 보육과 의료 관련 분야에서 이런 '후퇴'가 두드러진다.

"국공립 보육시설 매년 50개씩" → "어린이집 확충"

후퇴하느냐 마느냐로 논란을 일으킨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 대표 공약 '4대 증중질환 국가 보장'은 이제 '논란' 딱지를 떼고 '후퇴'를 선언했다. 대선공약집에서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총 진료(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가 2016년까지 100% 보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국정과제에서는 4대 중증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비급여 진료비까지 국가가 보장하도록 한다는 공약이 뒤집힌 것이다. 비급여진료비인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통해 실질적 환자 부담완화대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대폭 후퇴했다.

공약에서 '취약지역에 국공립 보육시설을 매년 50개씩 신축, 매년 100개씩 기존 운영시설을 국공립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국정과제에선 "국공립 및 공공형 어린이집 등 확충"으로 두루뭉술하게 바뀌었다. 매년 몇 개씩 만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빠진 것이다.

임신 초기 12주까지와, 임신 말기 36주 이후에 유급으로 매일 2시간씩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는 공약은, 국정과제에서 "임신 중 근로시간 단축 신청제 도입"이라는 모호한 말로 바뀌었다. 남성 근로자가 출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30일의 육아휴직 사용을 신청하면 사업주가 허용하도록 하고 통상임금의 100%를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한다는 '아빠의 달' 도입 공약도 "'아빠의 달' 도입을 통한 아빠의 출산휴가 장려"라고만 정리됐다. 두 경우 다 이행 강제 여부나 유급 여부가 명시되지 않았다.

양육수당 공약의 경우 이번 국정과제에서 양육수당 지급 대상이 확대됐다. 당초 대선 공약에서는 '0~2세 영아 보육료 국가 전액 지원 및 양육수당 증액'이었는데 국정과제에서는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소득구분 없이 0~5세까지 전 계층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강화됐다.

"2017년 고교 무상교육" → "단계적 추진"... 전세자금 5조원 대출은?

서민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정책의 경우, 구체적인 재원까지 마련된 공약이 모호하게 바뀌었다. 재원 마련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선공약집에서 320만 명의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을 위해 18조 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정과제에는 규모는 언급되지 않았다.

또한 대부업을 금융감독원의 감독대상에 편입해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국정과제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 2017년에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전면실시하겠다는 공약도 '단계적 추진'으로 후퇴했다. 또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역시 연간 5만 가구에 5조 원의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으로 공약됐지만, 국정과제에서는 '도입하겠다'는 간단한 언급으로 축소됐다.

'여성 장관 및 정부위원회 내 여성위원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대폭 확대하고 요직에 배치하여 여성 대표성 확대·강화'라고 돼 있는 대선 공약은 국정과제에서는 "공직, 교직, 공공기관 등의 여성관리자 및 정부위원회 여성참여 확대"로 완화됐다. 당초 공약에서 장관직이 빠졌는데, 아무래도 박근혜 당선인부터 장관 후보자 17명 중 여성을 2명밖에 지명하지 못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목표제 도입 및 평가지표 반영' 공약도 국정과제에 반영되지 않았다. 또 여성에 대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관련 시정권고를 지키지 않는 기업의 명단을 공표하겠다는 공약도 국정과제에선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정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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