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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방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2/13 12:46
  • 수정일
    2017/02/13 12:4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김종대 정의당 의원 <1> 트럼프, 한국에 집단 방위 공헌 요구
이재호 기자  2017.02.13 11:17:03
 
'불확실성'이 키워드가 돼버린 트럼프 시대, 동북아의 안보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 지난 1월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하고 돌아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을 만나 트럼프의 전략을 분석하고 한국의 대처 방안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 의원은 하와이에 4성 장군이 4명이나 있다는 말로 미국 현지 분위기를 전달했다. 그는 "하와이에는 태평양사령부와 예하에 육군, 공군, 해군 구성군사령부가 있다. 원래 태평양 사령관만 4성 장군이었는데, 이번에 가봤더니 원래 3성이었던 예하 구성군사령부의 사령관들이 전부 4성 장군으로 바뀌어 있었다"며 "이건 그만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의원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 역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동북아에서 세력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부상 이후에도 여전히 동북아 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은 우선순위를 조정해 선택적으로 개입하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시아를 우선순위로 잡았고,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서 순풍을 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불개입주의를 선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을 길들이기 위해 아시아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미국이 방법론적 측면에서 '연방안보(federated security)론'을 들고 나왔다며 "미국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태국, 터키, 프랑스, 영국, 미국, 필리핀 등 한국전쟁 당시 전력을 제공했던 9개국 나라들을 모두 모아 주둔군 지휘협정, 즉 소파(SOFA)를 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전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다 책임을 질 수 없으니 이들 국가의 도움을 받자는 것인데, 협정을 맺은 국가의 군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면 시설도 제공하고 법적 지위도 보장해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훈련도 잘 돼 있어야 한다"며 "이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양자동맹이 아닌, 다자동맹으로 가자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한반도 전쟁 수행 체제를 과거 한미 양자 동맹의 틀이 아닌, 다자간의 수행 체제로 변혁하자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미국의 이러한 제안에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아닌 9개국과 군사적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부담과 함께, 집단적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우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 증액 요구까지 겹치게 되면 한미 동맹이 예전과 같이 원만하게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이 아니라, 방위비 인상 그 자체로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이 한국 방위에 쓰는 예산보다 한국이 자기 방위에 쓰는 예산이 더 적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렇게 돈을 많이 쓰면서 도와주고 있는데, 왜 한국은 그만큼 쓰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 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정부가 통상, 환율, 무역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군비 증액 요구까지 함께 겹치게 되면 이 동맹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는 상당한 위기"라고 분석했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위치한 김종대 의원실에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프레시안>은 인터뷰를 2회에 나누어 게재한다.  
 

▲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 ⓒ프레시안(이재호)


프레시안 : 지난 1월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했는데,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나?  

김종대 : 하와이에는 태평양사령부와 예하에 육군, 공군, 해군 구성군사령부가 있다. 원래 태평양사령관만 4성 장군이었는데, 이번에 가봤더니 원래 3성이었던 예하 구성군사령부의 사령관들이 전부 4성 장군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작은 섬에 4성 장군 4명이 있다는 것도 이색적인 광경이긴 했는데, 이건 그만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향후 이러한 흐름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미국 전략가들은 중국의 A2AD(Anti-access, ares denial, 접근 저지‧영역 거부)전략과 이의 축소판인 북한판의 A2AD 전략이 나오면서 동북아시아에서 세력 균형이 무너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창의 끝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창을 구성하는 배경은 중국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동북아의 세력 균형이 무너졌다고 보고, 과거와 같이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내놓은 처방에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우선 패권 축소론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을 비롯해 세계의 너절너절한 분쟁에 모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집중해서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패권을 축소시키고 그 유지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미국은 이 우선순위를 아시아로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서 순풍을 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개입주의를 선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을 길들이기 위해 아시아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론적 측면에서는 '연방안보(federated security)론'을 들고 나왔다. 이는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제시한 개념으로,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는 아니지만 사실상 적용하고 있는 방법으로 간주된다.  

쉽게 이야기하면 연방안보 개념은 여러 나라와 '안보'라는 공공재를 같이 만들자는, 즉 큰 양푼을 놓고 각자 가지고 있는 밥을 다 섞어서 숟가락 들고 같이 떠먹자는 식이다. 여러 국가들의 안보 협력이 마치 하나의 연방 국가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동맹국과 협력국을 재설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의 동맹국과 협력국들이 직접 관계를 맺고, 미국은 그 뒤에서 이들을 조정해주는 방식이다.  

군사기술 측면에서도 미국이 내놓은 처방이 있는데, 이 부분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바로 '3세대 상쇄전략'이다. 미국은 1950년대 핵무기, 1970년대는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군사적인 능력 부문에서 경쟁 국가들이 추격을 따돌려왔다. 이렇게 두 번의 혁명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시기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3세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1970년대 미국이 제시한 스마트 기술은 스텔스, GPS, 토마호크 등으로 대표된다. 이 때 시작된 이 기술들은 1991년 걸프전에서 완성됐다. 하지만 경쟁국들은 금세 이러한 기술을 따라 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다시 격차를 벌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래서 미국은 사이버전, 수중전, 미사일 방어, 해양 치안, 인도적 협력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미국은 여기에 300억 달러 (한화 약 34조 원)를 투입했다. 이 중 60억 달러가 비밀예산인데 그만큼 보안을 강조했다. 결과는 차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제주 해군기지에 배치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 최신 구축함 줌월트에 탑재된 레일건 같은 경우도 당분간 중국이 흉내 내지 못할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총포탄이 화약을 탑재해서 상대의 자산을 파괴하는 방식을 쓴다면, 레일건은 화약이 포함돼있지 않은 그냥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레일건은 강력한 전기로 극성을 발생시켜서 그 자기장의 힘으로 포탄을 발사한다. 그런데 이게 음속의 8배까지 속도가 나갈 수 있다. 그래서 굳이 폭발을 시키지 않아도 상대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다. 게다가 레일건에 쓰이는 포탄은 화약이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저렴하다. 사실상 무한정 발사가 가능한 포탄인 셈이다.  
 

▲ 미국 차기 전투함 줌월트 ⓒ미 해군


프레시안 : 미국이 제시하는 연방 안보 개념에 실제 참여하는 국가는 어디인가? 

김종대 : 이게 사실 한국 국방부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인데, 유엔사의 한국전쟁 당시 파병국이 16개국이다. 그 중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태국, 터키, 프랑스, 영국, 미국, 필리핀 등 한국에 대한 전력을 제공했던 9개국 나라들을 모두 모아서 주둔군 지휘협정, 즉 소파(SOFA)를 체결하자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이는 실제 전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다 책임을 질 수 없으니 이들 국가의 도움을 받자는 것인데, 협정을 맺은 국가의 군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면 시설도 제공하고 법적 지위도 보장해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훈련도 잘 돼 있어야 한다. 

이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양자동맹이 아닌, 다자동맹으로 가자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한반도 전쟁 수행 체제를 과거 한미 양자 동맹의 틀이 아닌, 다자간의 수행 체제로 변혁하자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이를 중국 봉쇄라고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중국을 봉쇄하는 효과를 낳을 수는 있다. 

그런데 한국 국방부는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우리가 빈혈에 걸리면 미국의 피를 수혈받는 식으로 한미동맹을 설계해 놓았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9개국에서 '수혈'을 받아야 한다. 당장 그들과 한국이 혈액형이 맞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러한 미국의 제안은 한국 정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게 우리 정부에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방식은 집단적 의사 결정을 전제로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일례로 지난 2011년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 당시 주한미군 측이 유엔사 회원국을 참관인으로 요청했다. 그 때 우리가 회원국들에게 적극적 억제 전략을 브리핑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뒤에 항의 서한이 오기 시작했다. 이 전략이 유엔 헌장을 어기는 선제 공격 개념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렇듯 여러 국가나 집단에서 개입을 하기 시작하면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한미 동맹은 간단하다. 훈련부터 계획까지 모든 것이 통합돼있다. 그래서 우리 국방부는 연방안보보다는 지금의 한미 연합사 체제를 선호한다. 하지만 미국은 언젠가 연합사는 소멸할 것이며, 유엔사를 통한 집단적 안보체제 구축으로 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올려라? "완전히 오역한 것" 

프레시안 : 트럼프 당선이 과연 한국에 유리한거냐 불리한거냐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행보가 동아시아나 한국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전망해보는 것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는 데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김종대 :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모순적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처럼 다자주의를 계승하면서 그 힘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경제 분야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포기했다.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적 결정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TPP를 추진했던 이유는 경제적인 것보다는 동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됐다. 아시아에서 일본, 한국과의 안보협력은 TPP와 같이 가는 개념이었다. 그래야 재균형을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안보에서의 재균형은 계속 추진하면서 경제에서의 다자주의는 깨버렸다. 경제적인 부문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군사적인 부문에서 동맹을 중시하는 이러한 이율 배반성은 오래갈 수 없다. 경제에서의 미국 우선주의가 안보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이게 바로 방위비 문제다.  

일반적으로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건 트럼프를 둘러싼 가장 대표적인 오역 중 하나다. 트럼프는 방위비가 아니라 동맹국의 국방비 자체를 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주한미군, 주일미군, 주독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은 물론이고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국방비를 늘리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동맹국들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것은, 동맹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돈을 더 쓰라는 뜻이 아니다. 왜 동맹국들의 국방비가 이것 밖에 되지 않느냐고 이야기한 것이다. 즉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이 아니라 '방위 분담'을 이야기한 것이다. 
 

▲ 지난 1월 20일(현지 시각) 취임 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AP=연합뉴스


한국은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약 9000억 원을 부담하고 있다. 이를 일본이나 독일 수준으로 올리려면 3000억~4000억 원 정도를 올리면 된다. 그런데 이걸로 동맹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면 이는 사실 대단히 저렴한 비용이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약 34조 원 어치의 미국 무기를 수입했다. 그 외에도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훈련, 미사일 방어 등도 수행하고 있고 평택에 새로운 미국의 전진기지도 허용했다.  

미국은 여기서 3000~4000억 원 올려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정도 국방비 부담도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의도를 단순히 분담금을 올리는 문제로 받아들인다면 이건 정말 순진한 발상이다.  

프레시안 : 우리는 미국에게 계속 "북한 위협을 막아주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이 지역안보에 기여하라는 뜻인가? 

김종대 : 그렇다. 트럼프는 객관적으로 미국이 한국 방위에 쓰는 예산보다 한국이 자기 방위에 쓰는 예산이 더 적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렇게 돈을 많이 쓰면서 도와주고 있는데, 왜 한국은 그만큼 쓰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의 국방비 증액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로 논리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경제 영역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정부가 통상, 환율, 무역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군비 증액 요구까지 함께 겹치게 되면 이 동맹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는 상당한 위기다.  

사드 연내 배치, 가능할까?  

프레시안 :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3일 한국을 방문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회담 이후 매티스 장관의 사드 연내 배치 발언을 두고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통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드 연내 배치는 가능할까?  

김종대 : 올해 안에 사드가 배치되려면 몇 가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롯데와 국방부 간 부지 교환 문제도 있고 조기 대선으로 정권 교체 등의 변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한미 양국이 마음 먹고 서두르면 올해 내에도 가능하긴 하다. 미국이 돈을 지불하는 것이지만 있는 포대를 옮겨놓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대체 미국에서 추가 생산도 하지 않는 무기를 우리가 왜 이렇게 들여오고 싶어서 안달을 부리고 있냐는 점이다. 사드가 가장 수요가 많은 전략 자산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신뢰가 가는 자산이라면 왜 미국은 추가 생산을 하지 않을까? 

올해 사드에 배정된 예산은 3억 6000만 달러(한화 약 4000억 원)에 불과하다. 요격 미사일 한 기에 120억 원이고 48기가 1차 발사분이다. 그러면 한 개 포대만 해도 미사일 가격만 6000억 원이다. 지금 배정된 예산으로는 한 개 포대의 미사일도 다 채우지 못하는 셈이다. 

게다가 저 예산 항목은 미사일 보충이 아니라 시스템 유지비다. 추가 생산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그렇게 신뢰할만한 무기라면 왜 무장을 보충하지도 않고 미국 본토에도 한 대만 놓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사드는 이미 한물 간 무기라는 점이다. 적국이 미사일 배치를 약간만 바꿔도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마구마구 깔아야 하는데, 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 이런 식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은 경제성이 없다. 상대방은 저렴한 비용으로 위협을 가하는데, 이를 막기 위한 방어에는 몇 배나 많은 예산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게 합리적인가? 

그래서 미국 내에서도 SM-3와 패트리어트, 사드에 의존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는 미국을 재정 파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 하원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론자가 많아서 저런 예산 배정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레일건과 같이 저렴한 요격 체계를 구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사실 사드를 연내 급하게 배치할 이유도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아직 실전 배치가 되지 않은 무기체계다. 공격자의 능력과 작전술이 어떤지 아직 확정하기가 어려운데 방어 개념을 먼저 확정하겠다는 것이 사드 배치인데, 이건 군사적으로 대단히 비합리적인 접근이다. 만약 사드가 조기에 배치되면 북한은 이를 다 관찰한 뒤에 이 방어망을 돌파하는 방식을 고민할 것이다. 사드 조기 배치가 북한을 위한 것인지, 남한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 되는 셈이다.  

국방부는 한반도의 방위를 위해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사실 사드는 한미 동맹 양자 차원에서 이야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 배치돼있는 엑스밴드레이더와 함께 생각했을 때 왜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해야 하는지 답이 나오는 문제다. 

일본에는 2대의 엑스밴드 레이더가 횡적으로 배치돼있다. 여기서 정삼각형을 그려보면 그 꼭짓점 위치가 바로 성주다. GPS로 위치를 파악할 때 인공위성 3대가 삼각 측량을 하듯이, 공중에서 날아오는 표적 역시 지상에서 삼각 측량을 해줘야 정확하고 신속하게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이다.  

즉, 사드는 한국의 방어가 아니라, 통합 공중 미사일방어(IAMD, Integrate Air Missile Defense)의 개념에서 배치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방어망을 구상하는 가운데 성주가 선택된 것이다. 국방부가 설명하는 것처럼 사드만 똑 떼어 놓고 보면 아무런 전략적 의미가 없다. 

미국은 이러한 방식으로 빨리 정보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한국과 일본을 완전히 단일한, 하나의 안보 주체로 만들고 싶어한다. 미국은 미사일 방어 자산을 통해 한일 간 정보 공조를 이루고 이지스 체계와 조기 경보기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실제 최근에 일본에 E-2D 조기경보기가 배치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역시 미사일 방어 네트워크에 연결돼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아시아 전체 차원에서 구축될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처럼 소지역 단위에서 묶는 것이다. 인도와 호주를 묶는 것도 비슷한 방식이다. 이렇게 미국은 부지런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집단 방위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 제임스 매티스(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3일 서울 삼각지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성주 사드 배치는 결국 한국이 한미일 3국 안보 체제로 빨려 들어가는 고리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종대 : 한국이 미사일 방어 국제협력에서 일종의 '접착제'가 되는 셈이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바로 한국 및 일본의 미사일 방어 자산과 통합된다. 이를 통해 한미일 3국의 공동 방위 체제가 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사드가 한국 방어에 기여하는 이유로 지휘통제체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사드 배치를 곧 MD 참여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국방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단 정보공조가 시작되면 작전적 공조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사드가 배치되면 지휘통제체제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단지 그 시기가 지금이 아닌 것일 뿐이다.  

프레시안 : 최근에는 미국의 최신 구축함인 줌월트 배치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줌월트를 제주 해군기지에 배치하려는 의도에는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나? 

김종대 : 사드는 육군의 전략 무기고 줌월트는 해군의 무기다. 해군 출신의 태평양 사령관은 해군에 더 좋은 무기가 있다면서 줌월트를 소개해줬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방어무기로 중국의 억제력을 무력화하면 그 다음에 공격 무기로 이를 종결지어야 한다는 전략 개념에서 나온 것일수도 있다. 줌월트는 공격 무기다. 

한국이 전략자산 배치를 요청해서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공중 자산이나 핵잠수함의 상시 또는 순환배치를 요구해왔다. 줌월트 같은 함정이 아니었다.  

문제는 미국이 그런 자산을 한국에 배치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일단 공중 자산은 오키나와나 괌에서 날아오면 되기 때문에 굳이 한국의 최전방에 가서 타깃이 될 이유가 없다. 또 핵잠수함의 경우 동해에 상시배치 돼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반면에 함정이 이동하는 것이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러니까 이를 구실로 삼아 제주 해군기지를 모항으로 해서 줌월트를 전진 배치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이 말하는 전략자산도 가져다 놓고 중국과 가장 가까운 기지인 제주에서 적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으니 미국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이밖에도 여러 배경이 있을 수 있지만, 줌월트와 관련한 발언이 나올 때가 트럼프 대통령이 막 취임했을 시기였기 때문에, 이 사안이 트럼프와 정책적 조정이 됐다고 보기는 이른감이 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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