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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환자까지 재판정 내보낸 朴...무얼 노렸나?

 
[전문요약] '탄핵광속화' 헌법재판소, 당황한 대통령 측
허환주 기자   2017.02.21 08:29:10
 
지난 20일 열린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제15차 변론기일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신속한 탄핵심판 결정을 위해 광속도를 내는 헌법재판소에 당황해서였을까. 이날 대통령 대리인 측은 헌법재판관들에게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는가"라고 고성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는 등 불미스러운 언행을 이어갔다. 자신들이 해야 하는 변론을 막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정말 그 이유에서였을지는 의문이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전날 요청한 대통령 측 요구사항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였다. 
 
이날 변론내용의 주요 부분을 요약·정리한다. 프레시안은 앞으로도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기사화되지 않은 부분까지도 충실히 전달하려 노력할 예정이다. 편집자
 
1. 광속도 내는 헌법재판소, 당황한 대통령 측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하 이정미) : 우선 증인 정리를 하겠다. 오늘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한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은 해외출장으로 출석하지 못한다는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최상목을 신문하려는 이유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재단 설립의 목적과 설립 과정 등이다. 그러나 재단 설립 관련해서 앞서 출석한 방기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아는 한도에서 세세하게 답변했다. 그 다음 재단 설립 목적과 취지는 안종범 등이 이 심판정, 그리고 수사기관에서 상세히 진술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기업에 사실조회해서 회신도 받았고 관련 공무원이 자세히 진술한 것도 있다. 굳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마당에 최상목을 재소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다. 재소환하지 않기로 하겠다. 
그리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오늘 오후 2시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돼 있었으나 아직 건강이 호전되지 않아 출석하지 못한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기춘은 지난 7일에도 같은 이유로 불출석했다. 오늘도 불출석하면 증인 채택을 철회한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는 건가. 철회하시라.  
대통령 대리인 측 이중환 변호사(이하 이중환) : 24일에는 가능하다고 본다. 
이정미 : (22일로 예정된 증인인) 안종범도 가능하다고 해서 잡았는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기춘도 2회나 안 나왔다. 더구나 김기춘은 이 사건 핵심 증인도 아니다. 지난번 약속도 그렇게 하지 않았나. 약속을 하고도 그렇게 하면 방청석에서도 보기 그럴듯하다. 김기춘 채택도 취소한다.  
그리고 고영태 증인 채택 관련해서는 이미 3회나 증인 신문기일을 정해 소환장을 송달하려 했고, 소재탐지도 요청했지만, 이미 증인 채택을 취소한 바 있다. 그리고 대통령 대리인 측이 고영태를 통해 입증하려고 하는, 즉 제출된 '김수현 녹취록'을 다 보았다. 하지만 이것이 이 사건 핵심과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입증하고자 하는 건 녹취파일 내용으로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이미 한 번 채택 결정이 취소된 증인을 다시 소환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보기에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그다음은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진행하겠다. 
강일원 재판관(이하 강일원) : 대통령 대리인 측이 요구한 '김수현 녹취록'은 증거로 다 채택하고, 증거조사를 위해 열람하는 걸로 하겠다. 그 다음 남은 것이 '김수현 녹취록'의 녹취파일(일명 고영태 녹음파일)에 대한 것이다. 대통령 대리인 측은 증거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심판정에서 녹음파일을 틀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 녹음파일 관련해서 녹취록은 재판관들은 이미 충분히 보았고, 일부 (녹음파일은) 들어보았다.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같은 내용이기에 중복 증거다. 지금 이 사건 핵심은 대통령과 최순실과의 관계인데, (대통령이) 연설문 일부를 최순실에게 유출한 것이외에는 전혀 모르겠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녹음파일 내용은) 쟁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녹취록 관련 내용은 최순실과 직접 관련된 게 아니라 최순실과 연결되는 고영태, 그리고 고영태와 또다시 연결되는 사람들의 내용이다. 그렇기에 채택하지 않는다.  
대통령 대리인 측 이동흡 변호사 : 녹취파일의 증거조사는 재판정에서 파일을 재생하는 방법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강일원 : 녹취파일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 증거로 채택하면 (심판정에서) 들어봐야 하지만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  
이정미 : 마지막으로 대통령 대리인이 질문한 것에 답변을 하고자 한다. 대통령 대리인 측은 최종 변론 기일날, 대통령이 출석하는 경우, 재판부나 국회 탄핵소추위원이 신문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최종진술만 해도 되는지를 질문했다. 이에 대해 검토한 결과, 헌재법 49조에는 소추위원이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최종변론 기일이라도 배제되는 게 아니다. 출석하면 소추위원과 재판관이 신문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할 때, 대통령이 만약 출석한다면, 재판부나 소추위원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게 실체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 부분을 참고하길 바란다. 그리고 국회 탄핵소추위원 측에서 대통령 측에 지난 8일자로 대통령의 변론기일 출석여부를 밝혀달라고 했는데,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출석할 예정인가.  
이중환 : 상의해보도록 하겠다. 
이정미 : 지난번에도 상의한다고 했는데...  
이중환 : 이 사건 관련 (우리 질문에 대한) 재판부 답변을 들어본 다음에 상의하려고 했다. 
이정미 : (대통령 출석 관련) 다음 변론 기일 전까지는 답변을 해줘야 할 듯하다. 일반인이 법정에 출석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출석하면 예우 등 해서 우리도 준비할 게 있다. 그것을 감안해서 다음 기일(22일)까지는 출석여부를 말해 달라. 
만약 출석한다면 재판부가 정한 기일에 출석해야 한다는 것도 알아두라. 변론 기일 이후에 출석한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출석할 기일이 많았었고, 앞으로도 출석할 기일이 남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해해 달라. 그리고 최종변론 기일을 피청구인 쪽에서 3월 2,3일로 연기해달라고 했는데, (대통령 출석여부와) 안종범과 최순실 출석여부를 보고 난 다음 기일(22일)에 말하도록 하겠다. 다음 기일 전까지 대통령이 출석하는지를 말해달라.  
 

▲ 이정미 권한대행. ⓒ연합뉴스

2. 신종 지연전락? 당뇨로 점심 후 변론한다는 朴측 
 
이정미 : 이것으로 오늘 변론기일은 마치고...  
대통령 대리인 측 김평우 변호사(이하 김평우) : 잠시만, 변론을 준비했다.
이정미 : 어떤 내용인가. 
김평우 : 지금 시간이 낮 12시가 넘었는데, 내가 조금 당뇨가 있다. 그래서 시간을 조금 주시면... 
이정미 : 어떤 내용에 대해 말할 게 있나.
김평우 : 내가 조금 어지럼증이 있어 음식을 먹어야겠는데, 그 시간을 조금 줄 수 있는지 여쭤보겠다. 
이정미 : 그렇다면 그 부분(변론)은 다음번에 하는 것으로 하시고...
김평우 : 아니다. 오늘 (변론을) 하겠다. 
이정미 : 오늘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김평우 : 준비를 해왔으니 오늘 꼭 하겠다. 그러면 내가 점심을 못 먹더라도 지금부터 변론을 하겠다. 
이정미 : 재판부에서는 다음번에 변론을...
김평우 : (계속 변론을 준비하는 중) 
이정미 : 재판 진행은 저희가 하는 거다. 다음에 충분히 기회를 드릴 테니, 오늘 변론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다. 
김평우 : 나는 오늘 하겠다. 오늘 준비 다 해왔는데...
이정미 : 기일은 재판부에서 정하는 거다. 
김평우 : 오늘 질문을 하겠다는데 왜 그러는가.
이정미 : 오늘 변론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다. 
김평우 : 왜 변론을 막는가.
이정미 : 다음 기일에 충분히 기회를 드리겠다. 굳이 오늘 해야 될 건 아니다. 2월 22일 수요일 오전 10시에 이곳 대심판정에서 속행하도록 하겠다. 
김평우 : 준비를 다 해왔는데...
이정미 : 다음에 하면 된다 지금 12시가 되지 않았나. 
김평우 : 12시에 변론을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나. 
이정미 : 다음 기일은 22일에 진행한다. 
김평우 :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고 그러나.
(8명 재판관 모두 퇴장) 
 

▲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장 인근에서 열린 제13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서석구 변호사. ⓒ연합뉴스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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