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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고 백승현군 유류품 1103일만에 엄마 품으로 돌아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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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군의 유품이 엄마 품으로 돌아온 사실은 세월호 자원봉사자 임영호씨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방과 지갑, 용돈 등을 찍은 사진 다섯 장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임씨는 “승현이가 수학여행을 떠난 지 1103일 만에 여행용 캐리어와 지갑이 세월호에서 돌아왔다”며 “입고 간 교복과 옷가지들 그리고 지갑, 수학여행 용돈으로 쥐여 준 5만 원이 한 푼도 쓰지 않고 그대로인 채…”라고 적었다.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에는 3년간 바닷물 속에 잠겨 곳곳이 하얗게 얼룩진 가방과 1만 원짜리 다섯 장, 학생증과 카드 등이 담겼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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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평소에도 ‘엄마 사랑해요’를 입버릇처럼 외쳐주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도와주고 엄마의 지친 어깨를 주물러주던 효자 아들 승현이었다”며 “외동아들로 자라며 동물조련사의 꿈을 키웠던 승현이는 미쳐 꿈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별이 되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백 군의 어머니씨(51)는 24일 “지난 21일 유품이 발견됐다고 연락이 와 다음날 목포에 가서 승현이의 캐리어와 지갑 등을 찾아왔다”며 “유류품 보관소 안에 들어가니 약품 처리 후 교복, 세면도구, 양말, 속옷 등을 따로 분류해놓고 건조 중인 것을 일일이 찾아 올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년 전 아이가 올라왔을 때 못찾은 아이가 27∼28명인가 해서 늦게 올라와 애가 탔는데, 3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돌아온 것처럼 마음이 저리고 똑같네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일론이 섞인 혼방소재로 된 교복, 넥타이는 색만 바랬지 구멍 하나 없이 온전했는데 면 소재 옷은 다 삭았고, 캐리어 천 손잡이는 너덜너덜했다”고 돌아온 옷가지와 가방 상태를 전했다.

또 “아이가 20개들이 1회용 렌즈를 가져갔는데 2개 쓰고 18개가 그대로 들어있더라”고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백 군의 유류품 사진에는 ‘백승현’이라는 이름이 선명한 학생증과 여행 떠날 때 용돈으로 준 5만원, 1회용 안경렌즈, 지갑, 여행용 가방 등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백군의 어머니는 “수학여행 가서 쓰라고 용돈 5만원을 줬는데 한 푼도 쓰지 않고 물에 젖어 돌아와 마음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초창기 포렌식으로 복원한 세월호 내부 화면을 보면 (2014년 4월)16일 승현이가 아침에 밥맛이 없었는지 친구랑 사발면을 먹고 있더라구요. 수학 여행가기 전 용돈으로 현금 5만원을 주고 은행(계좌)에 따로 더 넣어줬는데, 맛있는 거라도 사 먹지…” 

백 군의 어머니는 이번에 돌아온 유류품은 제 자리인 승현이 방에 가져다 놓기로 했다.

그는 “배에서 꺼내고 나서 약품 처리한 거라 냄새가 심해 열흘 이상 물에 담가놔야 한다고 해 욕조에 담가놨어요. 하루에 한 번씩물을 갈아주며 냄새를 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장례 치르고 나서도 승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밤 10시 조금 넘으면 방에 불을 켜 놔요. 제가 어디를 가도 잠은 안 자고 와요. 애 혼자 놓고 가는 거 싫어서”라며 가슴에 묻은 아들을 그리워했다. 

수학여행 떠나기 이틀 전 손목을 다쳐 깁스했던 백 군은 모델, 동물조련사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3년 전 5월 주검이 된 채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자원봉사자 임씨는 “대선에 묻혀가지만, 육상으로 올라온 세월호와 함께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미수습가족분들과 계속해서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승현이 부모님과 세월호희생자 가족분들께 따뜻한 관심 가져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백 군은 참사가 발생한 지 20일 만인 2014년 5월 6일 부모 품으로 돌아와 화성 효원추모공원에 친구들과 함께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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