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망 사건’ 당시 충남 9호 살수차 요원이던 최모 경장이 밤 살수 경험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민중총궐기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사건 직후 작성된 ‘경찰 진술조서’ 확인 결과 드러났다. 최 경장은 작년 9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밤 살수 경험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 최 경장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민중총궐기 전날 처음 본 것으로 확인됐다. 충분한 교육과 운용 지침 숙지 없이 살수차 요원들이 현장에 투입된 것이다.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건 직후 작성된 살수차 요원들의 진술조서 일부](http://archivenew.vop.co.kr/images/6db05393f8a9fc03c4759897020105f2/2017-06/28033900_651758.jpg)
경찰이 국회와 법원에 제출을 거부하던 ‘백남기 청문감사보고서’를 <민중의소리>가 28일 입수했다. 해당 감사보고서는 사건 당시 살수차 요원이던 최모·한모 경장의 진술조서와 7쪽짜리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보고서로 구성됐다.
충남 9호차 살수차 요원, 밤 살수 등 실전 경험 전무
살수차 운용 지침도 전날 처음 봐
살수차 내 모니터 조작법도 몰라
해당 보고서에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주먹구구식으로 살수차를 운용했다는 기록이 담겼다.
최 경장의 증언이 담긴 진술조서에 따르면 최 경장은 민중총궐기 현장에 투입되기 전까지 실전경험이 없었다. 최 경장은 백 농민을 직사살수한 ‘충남 9호 살수차’에서 물대포의 방향을 조작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민충총궐기 두 달 전 지휘검열 당시 살수차 조작요원으로 2~3번 준비했던 경험밖에 없어서 살수차 조작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또 살수차 운용지침을 민중총궐기 전날 교육에서 처음 봤다고 증언했다. 경찰이 충분한 교육과 살수차 운용지침 숙지를 시키지 않고 살수차 요원들을 실전에 주먹구구식으로 투입한 것이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직후 살수차 요원이었던 최모, 한모 경위의 경찰 진술조서. 맨 위와 중간 진술은 최 경장, 맨 아래 진술은 한 경장 진술.](http://archivenew.vop.co.kr/images/6db05393f8a9fc03c4759897020105f2/2017-06/28033407_00098765.jpg)
사건 당시 충남 9호 살수차 운전과 물대포 강도 등을 조작했던 한모 경장 역시 살수차 실전 경험은 한 번(2014년 9월 충남 보령 플랜트노조 집회)밖에 없었다. 한 경장은 살수차 내에서 실제 발사 등을 실행하는 조장이였지만,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 작동 방법조차 잘 알지 못했다. 살수차 요원들은 해당 모니터를 보고 사물의 위치를 가늠해 물대포를 발사한다. 하지만 그는 당시 4분할 된 모니터 화면을 대화면으로 바꾸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밤 집회 당시 주변이 어두운 상황에서 외부 사물을 보는 유일한 수단인 모니터 화면을 키우기 위한 시도 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
최 경장과 한 경장은 국회 청문회 등에서 “밤이라서 어둡고 가랑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모니터 화질이 좋지 않아 백 농민 등을 보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반복했다. 모니터 작동 방법을 잘 몰랐다는 취지의 증언은 전혀 하지 않았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수차 운용을 주먹구구식으로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실무자뿐만 아니라 현장을 관리했던 경찰 지휘부 등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쓰러진 백 농민 부축한 시위대 겨냥해 직사살수
살수차 요원 ‘잘못 인정’에도 ‘정당한 직무집행’ 논리 고집한 경찰
![2015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민중총궐기 참가자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http://archivenew.vop.co.kr/images/6db05393f8a9fc03c4759897020105f2/2017-06/28034529_14073048_YJW_5617.jpg)
진술조서에는 충남 9호 살수차가 사건 당시 백남기 농민을 부축하러 나온 시위대를 겨냥해 직사살수를 했다는 진술도 담겼다.
쓰러진 사람을 대신해 등으로 살수를 막은 사람에게 추적살수를 했는지를 여부를 묻는 청문감사관의 질문에 최 경위는 “비닐 우의를 입고 있는 사람이 물포를 맞았는데도 자리를 옮기지 않아 방향을 옮겼다가 다시 맞췄다”고 진술했다. 그의 진술은 민중의소리가 사고 직후 공개한 살수차가 백 농민과 그를 부축하고 있는 집회참가자 등에게 12초~17초정도 직사살수한 영상 내용과 일치한다.
![](http://www.vop.co.kr/templates/2016/images/youtube-bg.gif)
국회 청문회에서 최 경장은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고, 특정인을 겨냥해 직사살수한 적이 없다. 밧줄을 당기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 무리를 향해 상하좌우 방향을 바꿔가며 살수를 했다”고 증언했다.
최 경장과 한 경장 모두 사건 직후 진행된 조사에서 백 농민 사건의 “잘못을 인정한다”, 직사살수 행위 등의 “위험성을 인정한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현장 실무자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그간 경찰 지휘부는 백 농민 사건이 폭력 시위대를 향한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는 논리를 고집했다. 급기야 작년 9월 백 농민 사망 당시 사망진단서 사인이 병사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부검 시도를 강행하며 논란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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