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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반대' 분신 조영삼씨 사망

 

전신 3~4도 화상... 문 대통령에게 편지 남겨

17.09.19 16:48l최종 업데이트 17.09.20 10:03l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정원에서 한 시민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분신한 가운데, 119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정원에서 한 시민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분신한 가운데, 119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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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수정: 9월 20일 오전 9시 50분]

분신 후 위독한 상태였던 조영삼씨가 20일 오전 9시 37분쯤 결국 사망했다.

[2신 : 9월 20일 오전 9시 35분] 
 

하루 전 사드배치 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조영삼씨는 밤사이 한차례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위독한 상태다. 
20일 서울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중환자실에 입원중인 조씨는 전날 밤 10시쯤 생체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의료진이 한차례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가 이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엔 전신 2도 화상으로 진단됐다. 하지만 이 병원 화상전문응급실은 전신화상 3~4도로 진단했다. 3도 화상은 피부의 피하지방층까지, 4도 화상은 근막·근육·뼈까지 손상된 경우다. 

지난 밤 급히 서울로 온 조씨의 가족이 병원에 머물고 있다. '소성리 사드철회 성주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도 병원 현장에 있으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오전 중 병원 근처에 모여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정원에서 한 시민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분신한 가운데, 119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정원에서 한 시민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분신한 가운데, 119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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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보강: 9월 19일 오후 6시 30분] 
"사드 반대" 문 대통령에게 편지 남기고 분신 시도

재독 망명객으로 알려진 조영삼(58·남)씨가 19일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글을 남기고 분신을 시도했다. 주변 시민들이 소화기로 불을 껐고 소방대원이 출동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중태다. 

조씨는 이날 오후 4시 10분쯤 오마이뉴스가 입주해 있는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잔디마당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잔디마당에 있던 입주사 직원들이 소화기로 남성 몸에 붙은 불을 껐고, 조씨는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문재인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고 외쳤다. 

오후 4시 18분께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조씨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조씨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고 의식불명 상태다. 

조씨는 자신을 '19대 대통령 후보 문재인 남북협력정책특보'로 소개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제목으로 A5 크기의 4장짜리 글을 남겼다. 사건 현장에는 회색 가방,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1권, 빈 맥주 캔 2개, 시너가 담긴 우유병, '문재인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라고 손으로 쓴 피켓이 놓여 있었다. 

조씨는 지난 1995년 북송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 초대로 북한을 방문했으나 통일부에 신고를 하지 않고 방북한 일이 문제돼 귀국하지 않고 독일에서 망명 생활을 해왔다. 조씨는 지난 2012년 말 귀국해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조씨를 석방했다. 

조씨는 지난 2014년까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망명자 수용소에서 나온 뒤 독일에 머물며 겪은 일들을 '국제 나그네의 독일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하는 등 총 24편의 기사를 썼다. 

경남 밀양에서 거주하던 조씨는 겨레하나 등의 단체에서 사드배치 반대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분신을 하기 전 남긴 글에서 조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당국을 향해 호소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사드 배치를 확정짓지 말라고 호소했고, 북한 당국을 향해서는 남북 대화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정원에서 한 시민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분신한 가운데, 119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정원에서 한 시민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분신한 가운데, 119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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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정원에서 한 시민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분신한 가운데, 분신한 곳 주변에 ‘사드가고 평화오라’ ‘문재인 정부는 기필코 성공해야 한다’가 적힌 종이와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책, 기름을 담았던 병, 편지봉투, 가방이 놓여 있다.
▲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정원에서 한 시민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분신한 가운데, 분신한 곳 주변에 ‘사드가고 평화오라’ ‘문재인 정부는 기필코 성공해야 한다’가 적힌 종이와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책, 기름을 담았던 병, 편지봉투, 가방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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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조씨가 남긴 글 전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오래전, 독일에 있을 때부터 대통령님을 지지하고 존경해왔던 사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드는 안 됩니다. 대통령님도 사드는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전쟁의 위험만 가중시킬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더 큰 그림이 있을 거라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초강대국 미국과의 '밀당'이 쉽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밀리면 뒷감당을 어찌하시렵니까. 

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진실로 진실로 바라는 사람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남북경협, 평화통일, 동북아 균형자 역할 등을 통한 우리 후손들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드는 결코 전쟁방지나 평화를 지키는 무기가 아닐 것입니다.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가능성이 희박한 사드미사일 자체보다도 사드배치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엑스밴드 레이다의 감시망에 놓여있는 북한과 중국은 사드가 가동되는 시점부터 그들의 제1 타격 목표는 사드배치지역이 될 것임은 자명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북한의 ICBM은 종심이 짧은 한반도용이 아니라 대륙을 넘나드는 장거리용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 미국용입니다. 대통령님도 이런 상식적인 사실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시배치'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사드배치를 앞당긴 것은 현실국제정치의 냉혹한 벽을 뚫지 못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대통령님의 대화제의에 핵실험 등 엇박자를 놓고 있는 북한 당국에 있겠지요. 

의도했든지 아니면 우연히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북미간 적대적 공생관계'의 부산물인 사드배치로 인해 우리 민족의 미래에 먹구름이 잔뜩 밀려오고 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치킨게임의 결과는 남북 공멸의 길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매의 눈을 치켜뜨고 있는 일본이 보입니다.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에게 당부와 부탁을 드립니다. 저는 한때 보편적 정의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인민군 종군기자 출신 이인모 선생의 손발이 되어 함께 생활했던 사람입니다. (당시 이인모 선생은 분단비극의 후유증으로 자력으로는 단 한걸음도 걸을 수 없었지요) 

당부 드리건대, 당신들이 즐겨 사용하는 '우리민족끼리'처럼, 말로만 '민족', '민족' 하지 말고 민족 앞에 모든 걸 내려놓으십시오. 

민족의 운명은 우리민족끼리 합심하여 짊어지고 간다는 정신으로 미국과 양자간 '밀당' 하기 전에 남북대화의 장에 나서기 바랍니다. '우리민족끼리'라 해놓고 이른바 '코리아패싱'은 안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권이 이명박근혜 정권이 아니지 않습니까. 세계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것을 넘어서 길이 남을 촛불혁명정권입니다. 성공해야 합니다. 기필코...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혹시 압니까? 미국을 꼼짝 못하게 하는 묘수가 남북대화 과정에 나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당신들의 '신념의 화신'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는 이인모 선생과의 인연으로 세상의 주변부를 떠돌며 인생행로와 역정이 여러 번 뒤바뀐 사람으로서 이런 부탁과 당부를 드릴 자격이 조금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대통령님을 인간적으로 존경했고 사랑했습니다. 이 세상 소풍 끝내고 나서도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의 산화가 사드철회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방울이나마 좋은 결과의 마중물이 된다면 연연세세 가문의 큰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의 자유인으로 살고자 했던 어느 이름 없는 평화주의자가 한 떨기 마지막 잎새를 떨굼으로써 이 땅에 평화를 기원한 나라, 대한민국을 얕보지 말라고... 

그는 백만 촛불혁명의 한 사람이었다고,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미국에게 당당히 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님, 촛불민심을 든든한 배경으로 흔들리지 마시고 초심대로 밀고 나가셔서 성공한 정권으로 세계사에 길이 남으시길 기원하고 또 기원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촛불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제 19대 대통령 후보 문재인 남북협력정책특보 
들풀하나 조영삼 드림 

덧붙이는 글 
:저의 행동에 설왕설래 말이 많을 줄로 사료됩니다. 개의치 않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의 자유인'으로 살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한 인생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아직 이 세상 소풍 끝나지 않은 분들, 외람되지만 제 처와 어린 아들내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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