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17/04/17 14:43

[붉은글씨 5호][문화] 다큐집단 유랑을 만나다

김수목 감독님 인터뷰
인터뷰 및 정리 : 붉은글씨를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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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유랑이라는 다큐 작가들의 공동체가 있다. GM대우 부평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록한 <니가 필요해>의 김수목 감독, 재능교육 투쟁을 기록한 <명자 나무>의 김석 감독 등이 소속돼 있다. 다큐유랑에서 활동하는 김수목 감독을 만나 다큐유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다큐라는 장르가 포함된 독립영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독립영화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독립영화를 말하기에 앞서 ‘독립’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지에 따라 설명은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저와 다큐유랑 그리고 독립영화 진영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어 온 ‘독립’의 정의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입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도 각 제작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본주의와 권력이라는 ‘외부적 압력으로부터의 자유로움’으로 해석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독립’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들이 ‘독립영화’가 되겠습니다.

이러한 독립영화의 의미는 무엇보다 각양각색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대변함에 있습니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의 가치는, 비록 가난하고 그 영향력이 작다고 해도, 각양각색의 작은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전달하고 함께 나누면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인 한 사회가 어느 한쪽으로 경도되지 않도록 경고하고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소소한 몸부림에 있습니다.

 

Q 다큐 유랑의 탄생 과정과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A 우선 저 역시 <니가 필요해>를 만들고 몇 번의 상영 이후 앞으로 어떻게 상영‧배급을 해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먼저 <자전거, 도시> 마지막 편집 중이던 서울영상집단 공미연 감독 및 김청승 감독이 속한 신다모(신나는 다큐모임)에서 배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며 제안을 했고 그 제안에 솔깃한 몇몇의 제작자들이 모였습니다.

<자전거, 도시> 의 서울영상집단, <니가 필요해>의 저와 배급 PD, 부산영화제 상영 이후 배급로를 고민 중이던 <불안한 외출>의 다큐창작소, <늘샘천축국뎐>을 배급 중이던 늘샘, 영화제 상영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던 <바보들의 행군> 제작팀이 그 멤버들입니다.

각자의 상영‧배급에 대한 고민 및 새로운 배급 방식에 대한 생각들을 모으고 어떤 형태의 배급을 하고 싶은지 의견을 모으며 이름을 <다큐유랑>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극장을 벗어나 각 지역의 관객을 직접 찾아가서 웃으며 즐기며 함께 영화 보기를 꿈꾸는 유랑 상영단이 되기를 희망하며, 다큐유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 2월 첫 모임 및 본격적인 회의를 거쳐 2015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활동소식을 처음 알렸고, 강릉 봉봉방앗간에서 다큐유랑이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한편씩 5편의 다큐를 처음 상영하였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인천여성영화제, 대구사회복지영화제 등 영화제를 다니며 다큐유랑 홍보 및 소식을 알리기도 했구요. 텀블벅 후원모금을 통해 작년 8, 9월에는 본격적으로 전국 13개 지역을 다니며 다큐유랑의 원래 취지에 맞춰 지역의 관객을 만나고 수다 떨며 각 다큐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6년에는 장편 7작품과 단편 2작품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2~4월 다양한 상영을 마련하기 위해 각 팀별로 고군분투했고 그 결과 현재 서울, 순천, 강릉, 천안, 안산 등에서의 유랑상영을 진행 중이며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영상활동가에서 다큐 감독으로 변신(?)하셨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수목 감독과 같은 과정을 겪은 분들도 계신가요?

 

A 저는 그냥 저입니다.(흐흐) 영화제에서 상영을 하면 감독이라는 호칭이 붙고 영화제 상영을 하지 않으면 많은 시간 현장에 있어도, 영상을 아무리 만들어도 그냥 영상활동가로 불리어지므로 밖의 시선에서 보면 저는 영상 활동가에서 다큐 감독으로 변신(?) 했다고 보여 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지 짧은 영상, 중편 영상을 만들던 사람에서 장편을 만들고 영화제 및 좀 더 많은 곳에서 상영을 많이 다니게 된 것이 달라진 점일 뿐입니다. 그랬더니 주변의 시선과 호칭이 달라지네요. (흐흐) 저와 같은 과정을 겪은 분들은 많으실 것 같아요. 현장에서 늘 촬영 및 편집하다가 장편을 만들려고 하면 작업 시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현장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영상이 완성되면 상영을 하게 되고 그것이 주변의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 이곳저곳에서 또 계속 상영을 하게 되면서 감독으로 불리어지게 되고, 그러면서 또 현장과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지요.

 

Q 다큐유랑에서 상영하는 방식은 기존의 극장상영과 어떤 차이와 의미가 있나요?

 

A 다큐유랑 상영은 우리가 선택하고 기회를 열어보고자 합니다. 자본의 시스템에 의해 선택받기를 기다리고 배제됨에 실망하며 수동적으로 상영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어보고자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상영공간을 뚫고 관객을 찾아가려 합니다. 공간과 관객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 활용이 가능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아니라 원하는 만큼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하며 우리의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Q 다큐멘터리 영화(독립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 안정적으로 작업에 매진할 수 없도록 하는 ‘돈 문제’가 일차적이겠지요. 제작지원이 늘어나긴 했지만, 거대기업에서 주는 자본의 제작지원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고 공적인 제작지원은 한정되어 있구요. 그리고 독립영화, 독립다큐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사회의 보편적인 시선도 어려움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보이고 소통하고자 함인데 보려는 사람들이 없고 상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고, 이런 과정들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할 수 없게 하는 주요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Q 노동자 투쟁을 영화로 제작하는 일이 주는 의미는 특별할 것 같은데, 본인과 주인공들,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상영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이 ‘감사하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아예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거나, 언론에서 몇 줄의 글과 몇 장면만으로 보여 지던 현상들이 구체적인 인물을 통해 자세하게 그려지다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투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얘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노동자 투쟁뿐만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영화로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모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그저 제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비정규직 문제를 한 편의 영화로 완성하여 계속 보여줄 수 있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나의 상처와 고민이 치유되고 소통된다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제가 이후에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들은, 글쎄요 … (흐흐)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요? 상영을 할 때마다 마지막에 꼭 이분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고 이들의 현실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그래서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늘 필요하다고! 노동자의 투쟁을 담은 영화가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또 끼칠 수 있는지 관객들을 통해 그 답이 보여지기를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인공들은 영화와 상관없이 지금도 그 자리에서 치열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니가 필요해 2>를 찍으라는 듯이 …

 

Q 영화를 관람한 관객의 반응이 다양할 텐데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A 위에서도 말했지만 ‘감사하다’라는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그리고 90년대 말에 대우자동차를 다녔거나 2001년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투쟁에 함께하셨던 분들이 영화를 보고 울분을 터트렸던 일, 자신도 비정규직이라며 본인의 노동에 대해 하소연하던 분도 기억에 남구요.

모든 상영들이 다 소중하고 행복했는데, 작년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할 때 SK, LG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체관람을 하셨었어요. 당시 명동 CCTV에서 두 분이 고공농성을 하고 계셨구요. 영화를 본 당일, 조합원 분에게 전화가 걸려왔어요. 농성장에 와줄 수 있냐고. 일정을 마치고 11시가 넘은 늦은 밤, 농성장에 찾아갔습니다. 우리하고 상황이 너무 똑같다며, 우리 회의실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고. 본인들의 답답하고 속 터지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같이 속 터졌던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첫 관객이면서 영화 속 주인공이기도 했던 친구가 “우리는 이제 그 시간을 벗어나서 살고 있는데 수목은 여전히 그 시간 속에 있다”며 울먹이며 제 마음을 어루만져주던 친구의 말이 맘속에 크게 남아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흐흐) 뭔가 작업을 계속하고 싶은데 쉽사리 시작되지가 않네요. 내 역할이 무엇일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Q 다큐 유랑의 멤버로써, 다큐 영화감독으로써 관객들에게 당부의 한마디?

 

A 방송에서 보여지는 다큐가 다큐의 전부는 아닙니다. 유랑 상영을 하다 보면 이런 다큐가 있는지 몰랐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이런 다큐 많이 있으니까요!! 상업영화, 개봉되는 영화도 보지만 작은 영화제, 소소한 상영, 각양각색의 다양한 영화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세요.

페이스북에서 다큐유랑 치시면 페이지가 떠요. ‘좋아요’도 눌러주시고, 다큐유랑 활동 및 지역상영에도 많이 와주세요. 살기 힘든 세상, 서로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며 같이 살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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