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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과 할머니

사슴벌레 님의 "도시락 반찬에 관한 안좋은 추억"에 대한 트랙백입니다.

 

옛날엔 어땠는지, 또는 외국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오빠-여동생이 있는 가족에는

대부분 권력 관계가 전형적입니다.

오빠에게 가족들의 모든 기대와 지원이 전폭적으로 쏟아지고

여동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자기 것을 챙겨야 하는

빈익빈 부익부의 관계.

그래서 그런지 남매 사이가 좋은 가족을 거의 찾아볼 수 없더군요.

거기에 할머니/할아버지 같이 전통적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는 연장자가 있으면

이 관계는 더욱 분명해 집니다.

 

저희 가족 역시 이러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인정하고 동생도 인정하는 바

저와 여동생 간의 관계는 다른 가족들과 많이 틀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동생하고 매우 친하게 지냈고

(싸웠던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때에도 말이죠.)

신기하게도 대화가 매우 잘 통하여(이건 정말 드문 일이더군요)

아마 제 인생 중 가장 얘기를 많이 나눈 상대가 제 동생일 겁니다.

 

 



권력관계 역시 매우 재미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때 까지는 전형적인 권력관계가 유지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언제나 제 동생은 제가 쓰던 참고서들을 그대로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참고서에 연필로 글씨를 써야 했죠. 나중에 지워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 관계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달라졌습니다.

동생이 엄청난 우등생으로 변신한 것이죠. :)

저도 그렇게 공부를 못한 편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녔기 때문에 신뢰도가 많이 하락했습니다.

(중학교 땐 고스톱;;;열풍이 불어서 친구 중 집이 비는 일이 있으면

그 집은 하우스;;;가 되어 밤새 음주와 도박을 즐기곤 했죠.

하루는 부모님께 미행을 당하여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후후)

그리하여 저에게 오는 관심과 지원이 동생에게 분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학 이후론 완전히 역전되었죠.

 

나중에 동생과 얘기를 나누다가

동생이 우등생으로 변신하게 된 동기 중 하나로

부모님의 관심을 들더군요.

또 초등학교 때 참고서를 물려받아 쓴 것이

큰 한으로 남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방적인 지원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이후 적절히 분배되었기 때문에

동생과의 관계가 계속 좋을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중학교 이후 적절히 논 것이

아주 잘 한 일 같기도 하군요. :)

 

참 메뚜기 하니까 생각나는데

저희 할머니도 어렸을 적 메뚜기 튀김을 가져와

강제로(!!!) 먹인 일이 있습니다.

사실 먹어보면 고소하고 나쁘지 않은 맛인데

메뚜기의 험악한 인상 덕분에 먹기가 꺼려지는 면이 있죠.

뭐 할머니의 강제로 먹이기 놀이;;;땜에 지금도 많이 싸우긴 하지만

새로운 맛의 세계를 알게된 점도 많아

전 그리 원망스럽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단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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