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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활동가 조직건설 제안문-중앙파

  • 분류
    자료실
  • 등록일
    2005/03/13 14:27
  • 수정일
    2005/03/13 14:27
  • 글쓴이
    서른즈음에
  • 응답 RSS
제안서


이 글은 전국활동가조직을 추진하는 단계에서의 기초 문제의식을 담은 제안서입니다. 따라서 변혁운동의 전망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합니다. 완성된 형태의 노선문건은 제안서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동지들과 함께 심도 깊게 고민하고 논의해서 만들 것입니다. 조직의 출범 때는 그 노선 문건을 진보진영에 공개적으로 제출할 것입니다.



변혁의 전망으로 계급운동을 복원하자.

전 자본주의가 정말 싫습니다. 이제 정말 소름이 끼칩니다.
1970년에 죽은 전태일의 유서와 세기를 건너 뛴 2003년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세기를 넘어, 지역을 넘어, 업종을 넘어, 자자손손 대물림하는 자본의 연대는 이렇게 강고한데 우린 얼마나 연대하고 있습니까? 우리들의 연대는 얼마나 강고합니까? 비정규직을, 장애인을, 농민을, 여성을 외면한 채 우린 자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소름 끼치고, 아무리 치가 떨려도 우린 단 하루도 그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연대하지 않음으로 깨지는 겁니다. 맨날 우리만 죽고 맨날 우리만 패배하는 겁니다. 아무리 통곡을 하고 몸부림을 쳐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 억장 무너지는 분노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이 억울함을 언젠가는 갚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진숙, 2003년 10월 22일, 김주익 열사 추도사 중에서]


Ⅰ. 노동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계급운동의 시대를 열어가자.

지금 노동운동이 한계에 봉착해 있다.
노동운동은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이해를 앞장서서 관철시키는 계급운동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고통스럽게도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현재의 노동운동은 ‘노동자·민중의 계급적 이익을 관철하는 운동에서 60만 정규직의 고용조건을 확보하는 운동으로, 정치적 변화와 사회변혁을 추동하는 운동에서 실리주의적 경제투쟁에 집중하는 운동으로, 사회변혁운동의 중심적 위치의 책임을 갖는 운동에서 부문운동으로’(양경규,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그리고 4.15총선) 전락해 있다.

1-1) 부문운동으로 전락한 노동운동
냉혹하게 평가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조합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고용 등을 쟁취하고 방어하기 위한 투쟁에 머물러 있었다. 그간의 과정에서 평등과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실천과 영향력에 있어서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평등은 구호에서 실천으로 승화하지 못했고, 연대는 조직된 노동자들만의 품앗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음에도 노동운동은 그 자체로서 정당성과 도덕성, 그리고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폭압적 독재권력의 지배, 비인간적 노동조건,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는 민중의 삶이라는 사회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민주노조를 만들고 지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은 독재권력과 보수정치구조에 파열구를 내는 민주화투쟁이 되었다. 또한 조합원의 임금조건을 상승시키기 위한 임단협 투쟁은 빈곤에 허덕이는 전체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노동운동 시대는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만으로도 계급성과 민중성, 변혁성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노동운동, 1기 노동운동시대의 특징이다.

1-2) 변화된 상황
그러나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대되었고 자본의 노동통제는 세련되어졌다. 더욱이 자본은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대공장과 중소공장, 남성과 여성으로 분할통치하고 있다. 더 이상 조직된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중심으로 하는 투쟁만으로는 정당성과 도덕성을 획득할 수 없다. 계급성과 변혁성을 가질 수 없다.
이 점은 특히 비정규직의 현실을 통해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노동자계급 속의 또 다른 계급처럼’ 존재하는 비정규직이 전체 취업노동자의 50%를 넘는 현실에서 과거 같은 방식의 노동운동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노동자계급마저 20:80의 구분법으로 설명되는 구조가 온존하는 상태에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실천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노동운동도 결코 계급운동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1-3) 평등과 연대의 실현, 계급운동의 복원
이제부터 노동운동의 중심은 평등과 연대가 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60만을 넘어 1500만 노동자계급으로, 또 1500만 노동자계급을 넘어 4000만 민중으로, 4000만 남한 민중을 넘어 7000만 한반도 민중의 삶으로 나아가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민주노총의 투쟁과 노동운동이 사회제도를 바꾸는 투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된 조합원들의 임금과 고용투쟁은 ‘주변’으로 가고, 전체 노동자계급의 임금과 고용을 평등하게 실현하는 투쟁이 ‘중심’으로 가는 대이동이 있어야 한다. 모든 민중의 삶을 공통으로 규정하는 의료, 교육, 주택, 연금, 세금 등의 문제와 정치, 경제, 사회 구조의 변혁을 중심에 놓고 투쟁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한반도 전체 민중의 운명을 규정하는 평화와 통일을 주요하게 실천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총파업을 전개하는 노동조합운동, 명실상부한 정치총파업의 시대, 2기 노동운동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사업장에서 누가 임금을 더 많이 따내었는가보다는 사회적 임금제도를 위한 정치총파업에 누가 더 적극 참여했는가에 의해 평가받는 시대, 1기 노동운동 시대의 투쟁전통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금속 등 극히 일부 연맹만 참여하는 총파업이 아니라 모든 연맹이 참여하는 시대, 정규직이 자신의 임금만을 중심으로 투쟁하지 않고 비정규직 해결을 중심에 놓고 투쟁하는 시대, 그런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



Ⅱ. 왜곡된 분파운동을 극복하고 노선운동을 전개하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운동 안에는 이념과 노선, 사업방식 등의 차이에 따라 크게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의 세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 와서 그 세 흐름은 ‘민주노동자 전국회의’와 ‘노동전략연구회(이른바 벽제파)’, ‘평등회의 경향’, ‘노동자의 힘 계열’과 ‘메이데이포럼 계열’의 다섯 흐름으로 분화되고 있는데, 그 흐름은 민주노총 사업방향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그러한 구도는 노동운동 지평이 확대되면서 발생한 노선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며, 운동의 발전단계를 반영하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것이 중심 과제인 시대에는 잠복해 있었던 인식의 차이가 노동조합운동이 시민권을 얻고 힘을 가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에도 의견그룹이라 표현되는 분파운동 단위가 있다. 이 또한 이념과 노선, 사업방식의 차이를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다. 주체사상과 민족주의에 근거한 전국연합그룹, 그리고 사회주의나 사민주의에 근거한 평등연대, 진정추경향, 화요모임이 있다. 또 국제사회주의에 근거한 다함께가 있다. 여기에 노동운동 속에서 단련된 위의 다섯 흐름이 자리잡고 있으며, 다양한 소규모 의견그룹들이 가세하고 있다.

2-1) 왜곡된 분파운동
하지만 지금까지의 우리 운동은 ‘노선운동과 조직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각각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분파운동이 자신의 노선을 앞세우고 조직과 실천을 통일시키면서 대중들로부터 검증 받는 노선운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갈수록 각종 선거를 둘러싼 경쟁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가고 있으며, 노선은 그것을 위한 명분으로 전락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기도 한다. 즉 노선경쟁은 실종되고 선거를 둘러싼 과잉경쟁 현상이 드러난다. 운동 내부의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대중들로부터 동의를 얻으려면 그 경쟁이 노선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작용되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도리어 그 관계가 역전된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운동이나 농민운동, 빈민운동, 학생운동, 그리고 정당운동의 영역에서 똑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로부터 우리 운동에서 변혁을 실현하기 위한 노선논쟁과 실천을 둘러싼 논쟁, 그리고 그것의 대중적 검증은 방치되어 있다. 때문에 분파운동이 변혁의 전망을 열어 가는 무기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운동의 폐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2-2) 대중적 노선운동을 전개해야
기존의 이념과 노선을 재검증해야 하는 현실에서 곧바로 어떤 주의와 노선을 선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정체성을 확인하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하는 활동 또한 옳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정리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집약하고, 나아가 사회운동 전반의 문제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통해 하나의 종합적인 노선을 세워야 한다. 그것을 위해 각 단위는 탈바꿈해야 한다. 건강한 분파운동의 풍토를 만들기 위해, 계급운동을 보다 힘있게 실현하기 위해 혁신되어야 한다. 더 이상 내부 권력을 둘러싼 선거조직으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동구 사회주의 쇠퇴와 신자유주의 출현으로 요약되는 운동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올바로 대처할 수 있는 운동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노선을 세우는 것을 등한시 해온 점, 노선에 따른 조직운동보다는 ‘유유상종’식 운동 인연과 인물을 중심으로 무리를 지어 활동해온 점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진정으로 변혁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세력으로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운동이 올바로 발전하고 사회변혁에 복무하기 위해서는 노선운동을 실현해야 한다. 각 분파는 변혁의 전망을 바탕으로 이론의 공통분모를 집약하고 만드는 가운데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통일성을 높여야 한다. 그것을 근거로 실천을 일치시키고, 분파들의 건강한 논쟁과 실천경쟁을 통해 계급대중 앞에 검증 받아야 한다.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대중적 노선운동에 따른 조직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Ⅲ.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아갈 전국조직을 건설하자.

우리는 지금 정치세력화와 한반도 정세, 그리고 노동조합운동의 세 측면에서 커다란 시대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다.

3-1) 정치세력화의 일보진전
2004년 4.15총선을 통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운동지형의 변화를 예고하는 커다란 사건이다. 그동안의 우리 운동은 정당운동이 부재한 가운데 대중운동이 투쟁전선을 이끌어 왔다. 80년대까지는 학생운동이 그 중심에 있었고, 90년대부터는 노동조합운동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모든 투쟁사안이 민주노총으로 집중되었고, 민주노총이 투쟁전선의 전진과 후퇴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함으로서 당이 당 나름대로의 방침과 논리를 가지고 독자적으로 쟁점을 형성해 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즉 대중운동의 요구와 쟁점이 당을 통해 수렴되고 왜곡되기도 하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이는 운동질서의 새로운 재편을 의미한다.
이러한 당의 시대는 우리의 운동이 평등과 연대에 입각한 사회구조 변혁운동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 노동조건에 머물렀던 1기 노동운동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당은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사실 노동조합운동은 1기 시대의 오랜 관성 때문에 2기 시대로의 전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민주노총과 각 연맹의 준비는 불철저하고, 현장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의 수준을 핑계 대거나 노동조합 선거를 의식하면서 그 전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러한 속에서 당은 그 한계를 극복하는 유력한 무기의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정당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모든 민중의 삶과 직결되는 교육, 의료, 연금, 주택 등의 문제와 비정규직의 문제를 중심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대안을 만들어 사회쟁점화 시키고 제도화하는 투쟁을 앞장서서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당의 실천이 노동운동의 노력과 맞물려 간다면 정치총파업의 시대를 성큼 앞당겨 낼 것이다.
한편 당의 시대는 부정적 측면으로서 변혁 전망의 포기와 운동의 개량화를 부추기는 마약이 될 수도 있다. 대중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대중동원전략이 방기되거나 폐기되고, 의회 내의 투쟁과 협상전술에 의지하는 운동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당의 득표율 상승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대중투쟁을 제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노동운동을 체제 내로 묶어버리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계급대중운동으로서 튼튼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당의 긍정성을 강화하고 부정성을 제어할 수 있다. 노동운동은 정당운동의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것은 계급운동으로서의 노동운동이 담보해야 할 지극히 당연한 영역이다. 더구나 민주노동당 안에 노동자 중심성과 사회운동성, 이념성의 강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변혁운동의 진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 노동운동은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 중심성, 사회운동성, 이념성을 강화하도록 적극 개입해야 한다.

3-2) 통일시대로의 진전
운동의 여러 쟁점 가운데 그 무엇보다 예측하기 힘든 것은 통일을 둘러싼 정세전망이다. 그것은 통일정세의 주도권을 미국과 북한이 쥐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다. 미국은 오로지 자국의 이익에 근거해서만 접근하고 있고, 북한에 관한 정보는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남한 정부·자본과 운동진영은 보조적인 위치에 있다고 하는 현실 때문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한반도 정세가 급격한 통일정세로의 진입로에 있다는 점이다. 6자 회담이 그 분수령인데, 미국과 북한의 상황은 6자 회담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이라크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는 미국은 북한의 핵 압박에 대해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고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끌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리고 북한은 핵 압박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이유들 가운데 하나인 가중되는 경제난 때문에 경제구조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떠한 식으로든 6자 회담은 결말이 날 것이고, 그것은 한반도 정세의 격변을 의미한다.
그러나 설사 6자 회담이 결렬된다 하더라도 이미 남북관계의 진전과 통일정세는 큰 대세가 되어 있다. 6.15 남북정상회담의 실현, 갈수록 넓어지는 남북 경제교류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과 남북 육로개방, 배급제의 폐지와 물가 및 임금의 현실화로 나아가고 있는 북한의 경제구조 개선조치 등이 그 증거들이다.
따라서 남한의 노동운동은 통일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우선 미국의 한반도 패권전략에 맞서고 평화통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나아가 통일이 남북한 민중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의 통일이 북한 노동자를 제2의 이주노동자로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일이 자본의 주도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투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3-3) 노동조합운동의 지형변화
노동조합운동 또한 여러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의 지점에 있다. 그것은 노동조합운동의 산별 시대로의 전환, 공무원노조의 시민권 획득, 실리주의 경향의 강화, 민주노총 지도집행 노선의 변화, 한국노총의 생존을 위한 필사의 몸부림 등의 측면에서 나타난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산별노조로 출발하고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힘든 상황에서나마 한 걸음씩 산별 실천을 열어가고 있지만, 본격적인 산별 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제조업의 대공장 노조를 중심으로 아직도 많은 기업별 노조가 산별 흐름에 동참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으며, 더욱이 산별노조 건설을 분파간 경쟁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일부 분파들이 산별 시대로의 전환을 방해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운동이 평등과 연대에 입각한 운동으로 전환하라는 안팎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고, 기업별 노조의 극단적 한계점에 도달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산별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분명 노동조합운동의 한 단계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두 측면에서 운동의 지형변화에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무원은 그 업무의 성격 때문에 사회정치구조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과 대중동원전략에 소극적이라는 점의 특징을 갖는다. 앞의 측면이 강화되면 노동조합운동을 계급운동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긍정성을 발휘할 것이고, 뒤의 측면이 강화되면 노동조합운동을 왜곡시키는 부정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의 노동조합운동은 실리주의 경향의 강화로 고통받고 있다. 그것은 정규직 기업별 대공장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강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자칫하면 우리의 운동이 일본식 노동조합운동의 선례를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노동조합운동이 조직된 노동조합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 왔다는 점, 지불능력의 차이에 따라 노동자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기업별 노조체계에 안주해 왔다는 점 따위가 실리주의 경향의 강화를 부추기고 있다. 실리주의를 극복하고 현장성을 회복하기 위한 엄중한 노력이 요구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바뀌었다. 그것은 기존 민주노총 투쟁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간의 민주노총은 기본적으로 대중투쟁전략에 입각한 협상전술에 바탕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임 지도부는 명백히 협상전술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것이 어떠한 상황을 만들 것인가에 따라 노동운동은 커다란 변화의 지점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과 녹색사민당의 참패가 주는 한국노총의 위상약화도 노동조합운동의 변화를 예고하는 지점이다. 혼란에 휩싸인 한국노총은 직선제 도입 등 우선 내부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겠지만, 민주노총으로의 쏠림 현상에 제대로 대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노총이 선언적 수준에서 제기하던 양 노총 통합을 실제적인 제안으로 내놓고, 민주노동당이 당의 지지율 확보라는 이해에서 그것에 동조하고, 민주노총 내부에서 그에 반응한다면, 노동조합운동은 새로운 실험대에 올라서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의 준비가 불철저한 상황에서, 또 한국노총의 체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러한 결과가 온다면 노동조합운동은 하향 평준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은 전체 운동의 급격한 개량화로 이어질 것이다.

3-4)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운동이 필요
이처럼 변혁운동을 둘러싼 상황은 여러 지점에서 변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우리는 변화되는 상황을 예비하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아가고 대중적 노선운동을 전개할 전국 활동가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올바로 예비하고 세워내는데 있어서 노동계급운동의 역할은 여전히 핵심적이다.
이에 동지들에게 전국조직 건설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 제안서의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함께 하자는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실천하며 만들어갈 노선의 출발점으로 다음을 제안한다.

○ 이념지향
- 변혁의 전망을 현실화한다.
-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킨다.
○ 당면 정치방침
- 민주노동당의 노동자 중심성, 사회운동성, 이념성을 강화한다.
○ 노동조합운동 실천방침
- 1기 노동운동을 극복하고 2기 노동운동, 계급적 노동운동을 실현한다.
- 대중투쟁전략을 중심으로 대자본·대정부 협상전술을 구사한다.
- ‘투쟁하고, 비정규직과 함께 하며, 현장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산별노조를 건설한다.
- 무원칙한 실리주의와 타협주의를 반대하고, 동시에 무책임한 맹동주의를 배격한다.
-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노동운동 제1과제로 설정하고 실천한다.
○ 사회경제구조 개혁
- 전체 민중의 삶을 규정하는 교육, 의료, 연금, 주택 등의 투쟁을 현실화시킨다.
- 정치총파업을 실현한다.
○ 통일운동과 평화운동
- 반미, 반전, 반핵의 입장에서 미국의 대한반도 패권전략에 맞서 투쟁한다.
- 통일운동과 평화운동에 대한 소극성을 극복하고 적극 실천한다.
○ 반신자유주의
- 세계 진보역량과의 연대를 통해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화한다.
- 사회공공성의 강화를 통해 돌파한다.

이 정도의 내용은 지극히 선언적이고 부족하다. 또한 운동이 감당해야 할 많은 영역이 빠져있다. 그럼에도 이 수준이면 전국 활동가 조직을 함께 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출발점으로 해서 대중적 노선운동에 걸 맞는 노선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동지들! 함께 하자. [2004.5.15]











[제안서에 덧붙이며]


1. 노선과 조직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조직건설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조직운영 원리에 동의하더라도 한 가지 문제가 더 남는다. 그것은 건설하려는 조직이 과연 질적 내용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 100%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구 사회주의가 패배한 속에서 노선을 정립하는 사업이 결코 쉽지 않고, 또 그동안의 실천과정에서 노선정립을 위한 유의미한 작업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고, 또한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노선 없는 실천에 안주하고 있었던 현실이 그것을 장담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중점을 두고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래야만 노선운동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1-1) 전략위원회 운영
이를 위해 우선 노선정립을 담당하는 기구로서 전략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설치할 것이다. 위원회는 이론역량을 갖춘 조직원으로 구성될 것이다. 이렇게 구성되는 전략위원회의 집중논의를 통해 안을 만들고, 그것을 전 조직원 토론에 부쳐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동의 여러 쟁점을 조직의 테제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1-2) 외부와의 소통
한편 노선정립은 조직 내부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 내부의 힘만으로 하겠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동안의 운동역사 속에서 쌓인 고민과 입장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묶어 세우고 그들이 노선 정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이미 많은 결과물을 남기고 있는 기존의 연구소들과 정당운동, 비정규직운동, 통일운동 영역에서 쌓인 문제의식과 성과를 적극 받아들이도록 할 것이다. 다른 분파의 내용 가운데에서도 올바른 것은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 수도 있다.

1-3) 재교육
끝으로 조직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선이 올바로 정립되어야 하는 것과 더불어 조직원의 역량을 높이는 사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경험과 관성에 의한 운동을 탈피해야 하며, 이론경시 풍조도 극복되어야 한다. 삶의 공간에서 자본주의 방식으로 살고 있는 운동과 삶의 괴리도 극복되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실천방안과 자세 등이 새롭게 점검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 자신들로부터 혁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모든 조직원은 반드시 재교육되어야 한다. 또 그것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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