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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 전야제와 반아펙투쟁 참석기

노대 전야제와 반아펙투쟁 참석기

 

바쁘게 살다보니 며칠 전 일도 아주 옛날 일처럼 생각된다.

지난 11월 12일 노대 전야제에 참고하고 나서 자꾸 미루던 글을 이제야 정리해 본다.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있었던 노대 전야제는 한국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공식적인 무대를 등지고 비공식의 제2의 노동문화제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11시부터 예정되었던 제2부 전국현장활동가 대회는 새벽 1시가 넘어서 시작되었다.

 

두개의 전야제!

 

두개의 전야제가 열리게 된 배경은 작년 노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문제지만, 요지는 새로운 집행부의 행사책임자가 자신의 정파와 다른 입장을 가진 문화활동가들에게 행사참여를 봉쇄하였기 때문에, 배제된 경향의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도 알려야 입장에서 별도의 무대를 만든 것이다.

이 대립을 혹자는 통일노선과 계급노선의 대립으로 말하기도 하고, 타협파와 현장파간의 대립으로 보기도 하고, 우파와 좌파로 표현하기도 한다.

노조 혹은 총연맹이라는 대중조직에서 특정한 정치노선 이외의 모든 주장을 봉쇄하는 것이 정당하거나 바람직한 것인지는 각인의 판단에 맡기겠다.

 

여하간 비주류측이 진행한 문화제에도 많은 활동가들이 참여하였고, 또 엄청 진지하였다. 주류쪽에서 의례적인 인사와 주장 및 문화제가 진행된 것에 비해, 비주류측의 주된 명분은 유실된 전선과 투쟁의지를 복원하여 비정규투쟁과 총파업의 조직에 떨쳐 나서자는 기조였고, 여러 비정규 사업장의 투쟁사례와 연대의 호소가 가슴에 와 다았다.

특히 KT노조의 여성동지는 IT연맹 건과 관련하여 물러난 이수호집행부와 자본을 강력히 성토하였다. 요지는 최근에 진행된 노조 선거에서도 현집행부의 반대파들은 조합원추천조차도 못받도록 사측이 엄청난 탄압을 하여 상당히 많은 지부에서는 출마조차 봉쇄되었다는 것이다. 노조의 생명이 자주조직이라면 집행부의 선거에 사측이 개입하고 탄압하는 것은 군사독재시절에서나 들어볼 수 있는 얘기임에도, 21세기 민주공화국이라는 한국에서 이런 만행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고, 그러한 사측의 비호 속에 당선된 집행부가 IT연맹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즉 명백한 어용노조임에도 전임 이수호 집행부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이들과 야합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조합원 수가 많기 때문에 총연맹 비대위까지 자리를 배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다르다고 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원칙조차 선거나 자파의 이해관계속에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현실속에서 주류측과 그들의 행사를 성토하는 그 여성 노동자의 절규에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이어 구권서 비정규 연대회의 의장이 등단하여 같은 호소를 두 무대에서 해야하는 아픔과 동지적인 연대와 고민을 얘기하였다.

 

또 빼뜨릴 수 없는 것이 민노총 서명파 얘기다.

강승규수석의 비리와 관련하여 이수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퇴서를 냈던 14명의 민노총 간부들의 사직서가, 이수호위원장이 사퇴를 발표하기 직전에 수리해 버린 얘기를 들으면서 참으로 기가막힘을 금할 수 없었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퇴하는 사람이 그것을 주장했던 사람들의 사직서를 수리한다는 이런 더러운 짓거리가 전 위원장 독단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 또한 그들의 머리속에는 노동운동의 발전이 아니라 자파세력의 확장만이 들어있을 뿐이고, 차기 선거에서의 유불리와 헤게모니의 장악만이 유일한 행동과 판단의 기준이라는 것도 명백하다. 그들이 아무리 노선과 정파를 들먹거려도, 이건 정파의 대립이 아니라 종파들의 지랄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나는 지금의 운동의 문제는 무슨 좌우파나 정파간의 분열이라고 보질 않는다. 그냥 정파가 될 수 없는 패거리들이 종파질을 하면서 정파들이 하려는 운동을 말아먹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정파간 노선에 따른 견해의 차이라면 토론과 실천을 통해서 극복할 전망이라도 있지만, 해방되는 사회의 목표와 방도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아예 투쟁과 실천에는 관심이 없는 타락한 관료들이 자신들이 무슨 정치적인 비전이나 있는 것처럼 정치적인 슬로건으로 포장하고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운동의 현실이다.

 

먹고 살기에 바빠 부산에 일찍 내려가질 못하고, 17일 아침에야 국제민중포럼에 결합하였다. 전쟁과 빈곤을 확산하는 아펙에 반대하는 투쟁의 의미와 비중을 생각할 때, 비정규투쟁, 반 아펙투쟁, 반 WTO각료회의 반대투쟁(홍콩)은, 신자유주의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의 기본전선이라고 할 수 있고, 때문에 거의 1년전부터 고민하고 공동행동을 건설하고 투쟁을 준비해 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농민과 전농의 입장에서는, 농업형상 비준반대와 쌀시장 개방 반대와 맞물려, 조직의 사활이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주되는 동력으로 적극적으로 결합해 왔다. 홍콩에만 1,800명의 농민 투쟁단을 보내는 것만 보아도 이 절박한 투쟁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0만으로 예정되었던 공동행동은 대략 12,000~13,000명 정도가 참석하였고, 농민이 대략 절반 정도였고, 부산 현지의 동력보다는 타지에서 결합한 공공과 금속의 활동가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주를 이루었다. 뭐 최선을 다 했다면 꼭 수가 문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하간 내가 수영만(수영1교 맨앞)에서 본 것과 참세상에 올라온 글, 그리고 여러 동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투쟁의 의미와 목표의 설정부터 실패한 것이고 투쟁의지의 부족은 명백하다.

어차피 그들의 정상회의를 물리적으로 파산시키기가 불가능한 것이 명백하다면, 한국민중은 그들의 모임에 반대하는 강력한 저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전략적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정면으로 공격하지 않고 다리를 사이에 둔 측면 그것도 자루처럼 봉쇄된 계곡 같은 공간에 모든 동력을 밀어 넣었는지 진정 투쟁할 의지가 있었다면 어떻게 공격로를 그렇게 잡을 수 있는지 격분하는 동지들이 많았다. 또한 어차피 버스나 컨테이너 봉쇄를 못 뚫을 바에야 차라리 놈들의 방어가 허술한 시내의 상징적인 건물이나 도로를 점거하고 활발한 타격이나 공격투쟁을 벌이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행진이 시작되기 전부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어찌됐건 준비회의에 따라 두 트럭분의 대나무와 쇠파이프 그리고 로프는 공급되었다. 그러나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전농의 대오는 하나의 단위로서 전면에 배치되어 기능하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전농이 적극 참여한 투쟁에서 전농이 제대로 싸워보지 못한 것도 처음일 것이다.

 

수영1교에서는 리더도 없이 자연발생적으로 로프를 동원하여 물대포를 맞으며 컨테이너를 6개정도 끌어내렸고 그중 두개는 물속에 빠뜨렸다. 하지만 1만 2천명 중에 적극적으로 앞장 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그저 나를 포함하여 구경만 할 뿐 그나마 로프라도 당긴 사람들이 적극적인 참여자라고 해야 될까. 사정은 비슷하였지만 수영3교쪽에서는 별반 투쟁의 경험도 없는 공공쪽 노동자들이 파이프를 들고 조금씩 싸움이 달아오르며 자신감을 회복하여 그래도 쪼금 저항의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오후 6시 정각에 내가 들은 방송은 경찰이 수영 3교쪽으로 진격해 오고 있기 때문에 많은 희생이 예상되므로 수영 3교쪽으로 철수한다는 내용이었다. 날이라도 어두어지면 좀더 적극적으로 싸움이 전개되려나 생각하고 있던 차에 그저 평화로운 시위대를 3교쪽으로 철수하라는 방송에 많은 사람들은 맥없이 후퇴하였고 이때 술집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참세상에 올라온 글을 보면, 많은 희생이 예상되므로 수영 1교 쪽으로 철수하라는 방송과 곧이은 정리집회가 있었다는 글을 보면서, 전화질 운동가들이 매양 해 오던 장난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기억한다. 작년에 파병반대투쟁을 하면서 매양 벌어졌던 일을 그때도 그랬다. 대학로에서 모여서 연설하고 행진하여 광화문 교보빌딩까지 가서 정리집회를 하는데, 행여 대오의 일부라도 경찰과 마찰을 일으키고 계속 싸울려고 하면 대회를 주관하던 인간들이 온갖 지랄을 하면서 투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을  사실 그들은 투쟁을 리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투쟁을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해주는 역할을 자기 임무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적당히 싸우는 모습을 보이다가 적당히 정리집회하고 해산하는 가끔은 경찰과 청와대에 전화질도 하면서 언제 어떻게 끝낼 것이니 서로 체면을 지켜주라고 하는 전화질 운동가들.. 요번에 강승규도 출두하기 전에 청와대에 전화질 하고 갔다던가 울산 플랜트 노대 때 투쟁을 팔아먹으려 지랄을 하던 그 K모수석- 소위 영업운동가들의 문제가 심각하게 노출된 투쟁이었던 것이다. 이 글은 부산 투쟁에 순수하게 참가하여 헌신적으로 투쟁한 동지들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폼잡기 좋아하면서 자기 일신은 조금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에 이골이 난 P모등 극소수의 운동 영업가들에 대한 것이니 괜히 시비걸지 않기 바란다.

 

여하간 비참한 현실이고, 홍콩투쟁 역시 관리된 투쟁으로 변질될 수순을 밟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상층연대의 동원행사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영업운동가들, 이벤트 운동가들이 극복되고, 종파들이 극복되고, 견해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제대로 된 순수한 정파들이 서로 비판하고 연대하면서 투쟁의 전선을 복원하는 데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러다가 운동이 소멸한 나라들도 많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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