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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쉬즘] 생식적 섹스에서 비생식적 섹스로
마광수 (연세대 교수, 국문학)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여권신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성적 대리배설수단이 다양하게 개발됨에 따라, 생식적 섹스(genital sex)는 비생식적 섹스(non-genital sex)로 급격한 전환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프로이트 학파의 이론에서는 절대적 비정상으로 간주되던 동성애조차 선진국의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파급되기에 이른 것이다.
여타의 다른 변태성욕들, 이를테면 관음증(觀淫症), 자기애(自己愛), 피-가학 성애(sadomasohism), 페티시즘(fetishism) 같은 것들은 이젠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로 아예 현대문화를 설명하는 일반적 성심리 형태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므로 한 개인이 유아기 때 비생식적 변태성욕을 얼마나 충분히 충족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성격도 달라지고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한 프로이트의 학설은 이젠 별로 의미가 없다. 유아기든 사춘기든 청장년기든 노년기든 간에, 이젠 어떤 형태로든지 자기의 성적 욕망을 적절히 직, 간접적으로 배설시킬 수만 있으면 신경증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결혼을 통해서, 그리고 생식적인 성교를 통해서 얻어지는 성적 쾌감에 의해서만 인간은 정신의 평형상태 (즉 super-ego와 id의 평형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거기서 정상적인 사회활동과 행복의 추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화가 이제 서서히 깨져가고 있다.
잘못된 결혼으로 인한 운명의 파탄 같은 것 역시 이제는 결혼관과 성관(性觀)의 수정에 의해서 방지될 수 있다. 즉 결혼은 생존의 무거운 짐을 나눠지기 위한 일시적 도피행위가 되어서는 안되고 영원무궁하게 싫증나지 않는 성애(性愛)를 위한 성적 계약이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 또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다 하더라도 누구한테서나 부성애나 모성애가 무조건 우러나와 자신의 여생을 자식을 위한 희생으로 바치게 되는 것 역시 아니라는 사실이 우선 새롭게 인식돼야 한다.
이럴 때 당장 강하게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은, 그럼 대체 누가 자식을 낳을 것이며 자식의 양육문제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아닌게아니라 유럽이나 한국의 경우에는 자식낳기를 기피하는 풍조가 늘어나 인구문제가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낳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낳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미 정이 식을 대로 식어버린 부부가 자식을 위해 가면을 쓰고 무작정 붙어 있으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럴 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다원주의적인 성관과 결혼관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성생활과 결혼생활에 있어 획일적 윤리를 강요하기보다는 ‘각자 선택’의 기회를 폭넓게 허용해주자는 얘기다.
결혼문제든 순결문제든, 이제는 도저히 획일적 규준을 강제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혼전에 죽어라고 순결을 지킨다고 해서 꼭 ‘순결한 사람’ (아니면 촌스러운 사람)이라고 할 수 없고, 혼전에 프리섹스를 한다고 해서 ‘방탕한 사람’ (아니면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다. 즉, 모든 것이 다 ‘각자선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결혼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을 한다 안한다의 문제나, 하더라도 언제 해야 한다는 혼기(婚期)의 문제 역시 각자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일부일처제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므로, 다부다처제식 모계사회를 지향하여 좀더 융통성있게 성의 자유를 확보하자는 주장은 아직 그 실현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반드시 강조돼야 할 것은 결혼과 성을 일치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노처녀, 노총각이라고 해서 꼭 성에 굶주릴 필요는 없다. 독신주의를 고수한다는 것은 성의 자유를 만끽하겠다는 의도로 이해돼야지 성적 결벽증과 관계지워져서는 안된다.
또한 무분별한 이혼의 남발을 막기 위해 혼전에 시험적 동거기간을 거친다거나 하는 식으로 보다 신중한 결혼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만약 결혼을 단행하더라도 최소한 2년 정도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혹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자식이 없을 경우 후유증이 훨씬 적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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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한국인권뉴스는 ‘성性인권운동/성해방운동’의 일환으로, 그동안 선진적인 성담론을 주장하다 보수수구세력은 물론 그를 이해하지 못한 진보진영에게도 외면당한 채 제도 권력으로부터 고초를 겪은 바 있는 마광수 교수(홈페이지)와 '웹2.0' 교류를 진행 중입니다. 그의 철학적 세계관이 유교적 성문화에 침윤된 한국사회에 있어 '표현의 자유'와 진보적 성담론의 공론화로 변혁의 한 축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사에 대한 반론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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