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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디앙에 뜻밖에 괜찮은 글이 실렸다.
이쪽 사람들이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관심이 없었는데, 민경우의 글을 보니 자주파 쪽에서도 MB나 친노세력을 바라보는 입장이 좀 제각각인 것 같다. 어쨌든 그는 민주노동당 내에 일고 있는 '민노당 고립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근거로 제시한 정세인식이 정말 뜻밖에 귀담아 들을 만한 것 같다. 난 요즘 이 쪽 동네 사람들 정서를 잘 몰라서 그냥 얘네들은 무뇌충처럼 'MB=파시즘'이란 식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전부 다 그런건 아닌가 보다.
향후 정국은 남북관계의 발전, 중국의 부상, 신자유주의의 약화 등을 고려할 때(...) 조선일보류의 보수우익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대자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나 대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향후 대권은 ‘MB를 제물로 MB보다 합리적인 보수 주자’를 중심으로 ‘사회개혁이 동반되지 않는(또는 제한적인) 보수적인 재편’을 기도할 것이다.
전반적인 상황이 그러하기 때문에 반북ㆍ반공을 이념적 지반으로 한 민간독재(또는 파시즘)는 한국에서 정착되기 어렵다. (...)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경계해야할 것은 독재, 파시즘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비주류 보수+민주당 우파+친노 일부’까지를 포함한 중도보수(?) 성향의 정치세력이다. 이 경우 보수 양강 또는 보수 대 중도(내용적으로는 보수에 가까운) 양강 구도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이는 진보세력의 고립, 분열, 약화를 의미한다)
최근 '희망과 대안' 창립식에 난동을 부린 어버이연합인가 하는 단체 등의 문제를 현 정세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꽤 있어왔다. 그러나 민경우는 그런 문제는 과감하게 제껴놓자고 말한다. 결국 대세는 그 쪽이 아니라는 거다. 사실 이명박을 대통령 만들어 준 기반이 그런 사람들이라고 볼 수도 없다. 조갑제는 자기네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이명박을 찍은 서울-수도권의 386 중에 조갑제류의 말 따라 행동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이명박표 신자유주의에 있어서 4대강 사업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일까? 세간의 평가와는 다르게 그닥 중요한 위치는 아닌 것 같다. 그것은 노무현의 신자유주의를 세종시를 중심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해 방식이다. 노무현의 세종시가 그랬듯이, 이명박의 4대강도 포퓰리즘의 한 단면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속성상 포퓰리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그런면에서 볼 때 세종시와 4대강사업의 관계는 이복형제 쯤 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중장기적으로 '한나라당의 비주류 보수+민주당 우파+친노 일부'의 중도보수세력의 전면화를 강조하는 민경우씨의 생각은 전적으로 옳다. 그래서 그가 해당 글에서 주장하는 바는 '이런 상황에서 민노당/진보신당 찢어지면 공멸하는 것 뿐이니, 생명을 유지하고 싶으면 연합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연합의 대상으로 친노 일부와 민주당 소수를 포함시키자는 고민은 어떤가? 그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이런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까? 이런 주장을 할 때 대체 누구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 알 수가 없는데, 혹여나 그럴만한 인물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진작에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나왔을 것이다. 임종인처럼 말이다. 민주당, 친노계에서 연대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할 때에는 딱 그 정도이지 않을까? 혹여나 그런 사람이 제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라면 민주당을 향해 러브콜을 보낼게 아니라 반대로 신나게 두들겨 패야 한다. 그래서 그들 내부의 입장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게 해서 한나라당의 건전보수??에 붙을 놈은 빨리 가서 붙어버리라고 하고, 나머지 그렇지 않은 놈하고 결판을 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러브콜이 아니라 분열을 사주하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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