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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체제논쟁' 토론회 후기

지난 금요일, 서강대에서 열리는 체제논쟁 관련 토론회에 다녀왔다. 사실 그날 아침 정신 없이 나와서 내가 레디앙에 투고하려고 보낸 글이 실렸는지도 몰랐는데, 서영표 교수가 발제중에 "저는 확인을 못하고 왔는데, 어떤 분이 말씀해주시길 아침에 레디앙에 새 글이 올라왔는데 손호철, 조희연 선생님을 노회하신 분이라고 표현했다더군요. (...)" 말하길래, 아 내 글이 실린거구나 하고 알게되었다. 안타깝게도 서강대에는 복도에 서서쓰는 PC가 비치되어 있지 않아서 레디앙에 올라온 내 글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여튼, 난 저녁에 일이 있어서 1부 토론회만 보고 나왔는데, 오랜만에 그런 토론회를 가보니 살짝 설래기도 하고 쫌 재밌었다.

 

음... 우선 나는 청중 토론 때 서영표 교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08년 촛불집회라는 우연적 계기를 통해 그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우연적인' 방식으로 제기되는 문제라면 대체 08년이 체제로 규정될 이유는 뭔가? 체제라는 것이 그렇게 예측할 수 없는 우연에 의해 규정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런데 서영표 교수님의 대답은 좀 의외였다. 내가 자신의 주장을 오해했다는 거다. 자기가 삶의 문제,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중요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08년체제라는 규정과는 별도로 강조한 것인데, 이걸 굳이 연결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거다. 대답을 들으면서 내가 헛다리를 짚은건가 싶어 잠시 뻘쭘해 졌는데, 1부 토론이 끝나고 생각해 보니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자기가 강조하던 이데올로기와 삶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면, 대체 서영표 교수 자신이 08년 체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영표는 자신이 조희연과는 다르게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연속성을 더 강조하는 입장이라고 말하며 약간 달리 생각해 볼 여지를 두고 있지만, 원래 <마르크스주의 연구>에 기고한 글에서 이 두명의 공동저자가 손호철의 입장을 비판하면서 강조했던 것이 08년체제 아닌가? 토론회 참석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조-서 교수는 자신들이 08년체제를 강조하는 이유를 너무 얍쌉하게 빠져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당일 토론에서 조희연 교수는 손호철 교수가 93년에 편역한 알렌 메익신즈 우드의 <계급으로부터의 후퇴>에 나오는 라클라우/무페에 대한 비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수의 화법은 이랬던 것 같다.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로 동일선상에 있다는 지적에 모두 동의한다. (즉, 그런 지적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당연함을 뛰어 넘어 대안의 정치를 만들 수 있는 헤게모니 전략이다."

 

그러나 그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실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조-서 교수가 그렇게 강조하는 대중들은 알까?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진보운동이 이 모양 이 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유연한' 헤게모니 전략이 아니라 대중들이 그 사실을 알도록(='인식'하도록)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 방법이 서영표 교수가 우려하는 것처럼 계몽주의적인 방법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바로 이 지점에서 헤게모니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그것은 '유연한' 헤게모니 전략이 아니라 '급진적' 헤게모니 전략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너무 두서없는 메모인 것 같긴 한데... 흠... 어쨌든 난 아직도 조희연-서영표 교수의 주장이 중간 설명 과정을 한참 빼먹은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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