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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에 대하여

옛사람들은 땅에서 뺏어 먹은 만큼 양분을 땅에 되돌려주는 순환농법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인분과 축분이 단지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됨으로써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어있을 뿐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써서는 토질의 악화 내지는 쇠약화는 필연적이다. 땅으로 되돌려주어야 할 인간의 배설물이 지금은 그야말로 똥 취급만 당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서양식 근대산업문명의 논리가 관철된 결과이다. 밀란 쿤데라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있는 서양 작가인데, 그는 어디선가 “하느님이 전지전능하다면 인간으로 하여금 똥을 누게 하는 성가신 일을 하게 했을 리는 없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말이다. 서양 근대 지식인의 한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순환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런 근본적으로 무지한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똥을 눈다는 것이야말로 사실은 하느님이 완벽하다는 것을 뜻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똥이 없다면 세상이 성립할 수 없다. 그것은 인간에게 질병이 있다는 게 도리어 자연 질서의 완벽함을 표시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인간사회에는 약자도 있고 장애인도 있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돌보고 보살피는 일이 필요하고, 그런 관계의 체험을 통해서 인간의 삶에 깊이가 형성되고, 우리의 인간성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비극과 희극이 발생하고, 시와 철학과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 김종철, "경제성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녹색평론> 109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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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이라고 불리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머스코기 족의 주술사는 생명의 순환 과정 전체를 '교환'이라는 말로 부른다. 거기서 사냥이란 인간이 동물을 먹는 것이지만, 인간은 다시 땅으로 돌아가 식물이 먹게 되고, 그 식물을 다시 동물이 먹는 '영원한 순환'의 한 고리다. 그들은 사냥을 하기 전에 사냥감인 동물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친구들이여, 우리는 살기 위해 너희들을 무척  필요로 한다. .... 시간이 지나면 우리들이 이 '지구 어머니' 속으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자라게 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 동물들도 그것을 먹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순환이며 교환이다. 그렇게 해서 모든 생명이 연결된다." (베어 하트,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 34쪽)

 

- 이진경, <자본을 넘어선 자본>, 4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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