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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와 장애인 - 2011.12.8

페이스 북에서 옮겨 온 글. 이건 고려대 학생이 과제로 하는 영상물 촬영에 인터뷰 하면서 대답한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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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미FTA와 관련해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투자자국가제소권이잖아요. 이것은 투자자가 기대하는 미래이익이 국가의 개입으로 침해되었다고 판단될 때 국가를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이죠. 이 문제를 굳이 장애인과 관련해서 비교하자면, UN에서 제정하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이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협약은 강제력이 없어요. 그래서 이 협약에 강제력을 부여하기 위해서 선택의정서라는 것을 두는데, 이것을 통해 비로소 국내에서 장애인권리침...해가 일어났을 때, UN의 직권조사를 요구할 수 있죠. 그런데 선택의정서의 작동도 국내법의 절차를 다 거쳤음에도 해결이 안났을 때에 가능한 것입니다.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죠. 물론 한국은 이런 선택의정서도 비준하지 않았지만요.
반면 ISD는 투자자가 직접적인 손해도 아니고, 미래에 예상하는 기대수익이 침해되었을 때에도 언제든지 국가나 지자체를 국제심판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투자의 권리가 무슨 역사적으로 인정된 천부인권이라도 됩니까?
사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권리 침해와 차별에 대해서 제대로 하소연할 데도 없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정부가 의지가 없으니 이런 법들을 무력화시키기 일쑤죠. 지금도 정부가 복지예산 줄인다고 거동이 힘든 장애인들의 등급을 임의로 낮춰서 하루아침에 활동보조서비스를 못 받게 만드는, 사실상 정부에 의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마당인데, 국가 내에서는 이를 구제해주는 체계가 전무해요. 그런데 엄청난 재력을 가진 투자자들은 수 틀리면 바로 국제심판에 국가를 제소할 수 있다는 것, 이것보다 더 심한 차별이 어디있습니까?
사실 ‘투자자’라는 것은 비인격적 실체입니다. 한미FTA는 이것에게 인간의 권리를 넘어선 특권, 인간의 권리가 파괴되어야만 보장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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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재 장애인, 그 중에서도 중증장애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복지제도는 아무래도 활동보조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힘든 장애인들의 가사, 신변처리, 이동지원 등을 돕는 가장 필수적인 제도인데, 이게 기본적으로 국가책임이에요. 파견되는 활동보조인의 급여도 국가에서 주고요. 그런데 이 서비스를 중계해주는 기관은 다양한 민간기관들이 난립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정부는 이런 민간화, 시장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구요. 그러면 분명 장애인의 생존권적 요구와는 별개로 오로지 수익만을 노리고 이 서비스에 진출하려는 이들이 생기게 됩니다. 현재에도 중계 수수료만을 노리고... 이 서비스를 하려는 이들이 많은데, 한미FTA가 체결되면 외국 투자자들까지 개입하겠죠.
사실 이건 그냥하는 소리가 아니라, 한미FTA의 목적과도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그 이유로 든 것이 바로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였습니다. 대한민국이 제조업으로는 앞서간 일본과 추격하는 중국에게 쫓겨 안되겠으니까 서비스 산업으로 돌파구를 찾자는 것이었죠. 문제는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라는 것이 다른 말로 ‘서비스 산업의 시장화’라는 것입니다. 의료 서비스, 교육 서비스가 대표적인 것이고, 활동보조, 주간보호 서비스 등도 이 시장화의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이 영역에 진출한 해외 투자자들은 이 서비스가 공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문제삼을 것이고, 그것이 국제제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장애인의 생존의 문제가 국제중재심판소의 3명의 심판관의 손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공적 서비스 체계가 무너지면, 유료화된 서비스를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장애인만 살아남는, 장애인 복지에 있어서는 가장 야만적인 체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이상하게도 정치권에서 복지국가 얘기가 부쩍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이 논의 속에 한미FTA가 별로 쟁점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권의 복지논쟁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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