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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7
    김규항과 정종권(3)
    구르는돌

김규항과 정종권

이 둘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 아니고, 오늘 본 이 두 사람의 글에 대한 짧은 평을 적어보려는 거다.

 

 

 

1/ 김규항의 글 : "오류와 희망" (한겨레 칼럼, 06.16)

 

말은 다 맞는 말인데 좀 진부하다. 그냥 논리가 너무 도식적이고 뻔하다는 느낌? 게다가 노회찬이 토론을 통해 오세훈을 조롱하기만 했을 뿐, 한명숙과 차이점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하는 건, 그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좀 오바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직 시장이 출마한 상황에서 서울시의 현재를 분석하고 시민들에게 대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당연히 현직 시장 비판이 우선시 될 수 밖에 없다. 그러지 않고 '한명숙 때리기'에 집중하는건 후보로 출마하지 않고 신문 칼럼이나 써서 논평하는 것보다 나을게 없다.

 

진중권에 대한 비판은, 적절하다고 본다. 사실 예전에 민주당쪽에서 비지론 내걸고 나와 민노당 후보 사퇴하라고 말할때 진중권은 거의 육두문자에 가까운 비난을 날렸다(고 한다. 사이트 돌다보니 누가 그러더라. 나는 그런 기사 본적이 없어서 그냥 인용투로... ㅋㅋㅋ) 그런데 이번엔 잠잠하다. 게다가 선거 끝나고는 심상정 징계하라고 요구하는 당원들에 맞서 그녀를 감싸고 돌았다. 이쯤되면 진중권이 유시민, 심상정등과 친분(서울대 학벌?)이 있어서 인정상 그렇게 비판 못하는 거라는, 전혀 검증할 수 없는 주장들에도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노무현-심상정의 한미FTA 논쟁이 진보신당 역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유일한 사건이었다는 지적에도 왕 동감한다. 그랬던 심상정이 지금 이렇게 나오니 뒷골이 땡기는건 당연한 일 아닌가?

 

 

 

2/ 정종권의 글 : "선거의 교훈과 반성" (진보신당 당게, 06.17)

 

"노무현 시대의 정치를 누군가 일컬어서 ‘정치의 사법화’라고 규정하였다. 정치가 기본적으로 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얻는 행위라고 할 때, 정치적 쟁점과 의제는 국민과 대중을 주인으로 하여 논쟁하고 갈등하고 국민과 대중이 결정하게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것을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의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것은 정치의 퇴행이고 타락이라고 비판한 것을 본 기억이 뚜렷하다. 심상정 등의 문제제기는 사법적 징계대상이 아니라 당원과 진보적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논쟁과 격론의 과정을 거쳐 해결해야 하는 정치적 의제이다."

 

이 말이 엄청 그럴싸해 보이지만, 매우 비겁하게 자신의 논리적 궁지를 해결하려는 태도다. 내가 진보신당 당원도 아니고 그래서 그 당의 규약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당에서 징계받으면 무슨 재산 가압류라도 하나? 선출되지 않은 국가의 사법권력이 정치적 행위에 처벌을 하는 것과, 정당이 당원의 어떤 행위에 대해 판단하여 징계를 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맥락에 위치해 있다. 후자의 것은 전자의 것처럼 기술관료적 행위가 아니라, 그것 자체로 정치적 행위이다.

 

또한 당기위는 해당행위에 대해 처벌할 권리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 행위도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 만약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심상정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한나라당 지지선언을 하면 당기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당기위의 '판결'과 사법부의 '판결' 방식은 달라야 할 것이다. 후자가 밀실에서 관료적으로 결정해 버리지만, 전자는 당원과의 열린 토론 과정에서 하면 된다. 더군다가 진보신당의 당 규약은 애매모호한 것이 많다던데, 그렇다면 더욱 당원들의 '당 강령'에 기반한 토론을 바탕으로 판단하면 될 문제다.

 

물론 징계보다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토론이 우선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징계'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논의하는 것도 당사자들에게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는 것 아닌가? 이런식의 논리라면 지난번 노동관련법 처리에서 추미애 의원의 직권상정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민주당의 처사도, 개인적인 결단에 대한 것이었으니 괜찮은건가? 그러나 최소한 사건직후 민주당 내에서는 추미애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 개인적 결단이니 정치적 토론으로 해결하자는 얘기는 적었다.

 

사실 이러저러한 분란을 잠재우고 제대로된 당 내 토론을 하고 싶으면, 심상정이 다른 건 접어 두고라도 당내 민주주의의 문제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사과하고, 이용길 전 부대표가 그런 것 처럼 스스로 당기위에 회부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그렇게 지저분한 것을 먼저 털고 나야 심상정 스스로가 토론에 임하는데도 더 수월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일단 심상정은 언론 인터뷰부터 좀 자제하고... 물론 당기위 논의 사항에서 정치적 토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즉, 연합정치냐 진보대연합이냐)은 논외로 치는 게 맞겠다.

 

누구 말대로 "책임은 묻되 감정적 격앙으로는 해결책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대원칙이고, 여기서 무게중심을 책임을 묻는 것에 약간 더 둬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단순화시킨다면 민주노동당과의 관계가 문제가 될 경우에는 분당한 때가 언제인데, 민주노동당이 전혀 변화하지 않았는데 등등의 논거로 단일화와 협력 자체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 또는 민주노총의 역할과 주장이 쟁점이 될 경우에는 민주노총에 대한 감정적인 거부감과 편향된 태도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았고, 5+4협상과 같은 국면에서는 민주당과 어떻게 연합이나 공조를 논할 수 있느냐는 근본주의적 태도가 당 한켠에서 강하게 제기되었던 경우가 많았다. 이것을 독자성의 옹호라고 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고립주의적 편향이라고 보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다.

 

이 부분은 앞에 인용한 것보다는 일리있는 말이지만, 왠지 부대표로서 어울리지 않게 책임 떠넘기기란 생각이 든다. 이런 타 조직에 대한 감정적 거부를 비판할 수 있으려면, 얼마 전까지 극단적으로 갈등했던 민주노동당, 민주노총과 어떻게 다시 융합할 수 있을지 근거와 목표 등이 명확해야 한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진보신당이 내걸고 있는 '진보의 재구성'이란 과제와도 관련 있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 이들과 다시 연합하겠다는 것은 '도로 민노당'하는 것보다 못한 거 아닌가?

 

오늘 어쩌다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한다는 사회당 금민 후보의 정책을 봤는데, 진보진영 내부에서 약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기본소득 슬로건만 빼면 참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기본소득 주장이 약간의 이론적 갈등소지만 정치적으로 봉합한다면, 보편적복지에 무게중심을 두고 이를 주장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투기 불로소득 중과세와 탄소세 도입 등을 통해 기본소득을 전면적으로 확대해 나갑니다" 라던지, "모든 파생금융상품의 시세 차익에 대해 연 30% 과세: 금융 투기 근절" 또는 "탄소세 도입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무료화합니다" 같은 것들... 최소한 진보신당이 연합정치 비슷한 것이라도 다른 세력과 함께 논의할 생각이 있으면 이 정도의 구체성과 이념적 명확성은 가지고 압박해야 맞는 거 아닐까? 지방선거라는 특수성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 진보신당에겐 이런 거 비슷한 면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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