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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대공황의 세계적 충격


대공황의 세계적 충격
디트마르 로터문트 지음, 양동휴, 박복영, 김영완 옮김 / 예지
 
 

저자는 대공황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대공황이 확산되는 경로에 대한 설명에서 주로 케인즈의 논지를 따른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의 주기적 파동과 이윤율 하락을 대공황의 중심적인 원인으로 설명하는 마르크스주의적 접근과는 상이하다. 그러나 이 점은 공황의 양상을 설명하는 데는 어쩌면 더 유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고민했던 문제들과 직접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본위제, 평가절상/절하, 재정정책 등에 대해서 그렇다.
 
저자는 대공황이 1929년의 월가의 주가폭락이라는 한번의 사건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이미 1920년대부터 밀, 설탕, 커피 등 농산물 가격의 파동과 하락이 존재했고 이는 대공황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추세를 보여준다.
 
저자의 설명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공황의 다양한 영향이다. 유럽에서도 독일에서 파시즘의 발호부터 스웨덴에서 사민주의의 안착까지 상이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영국은 자유주의 체제를 유지했지만 인도를 초과착취한 덕분이었다. 미국은 경제정책에서 갈팡질팡했으며 자신만이 아니라 세계 다수 국가들에서 대공황의 고통을 심화시켰다. (많은 칭송을 받는 로저벨트의 '뉴딜'도 수사학적 가치에 불과했으며 달러의 평가절하가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도 대공황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정정해준다.) 결국 미국의 정치적 고립주의(그러나 채무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는 독일에서 파시즘이 발호하는 한 원인이 된다.
 
유럽에서 위기는 중상주의적인 방식의 처방이 이루어졌지만 식민지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식민지는 유럽의 위기 극복을 위한 초과착취의 대상이 되어야했다. 식민지 지배자들은 고율의 관세를 유지하거나 관세수입이 줄어들 경우 인두세를 물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하려고 했다. 또한 제국주의자들은 베기에령 콩고에서 자행되었던 강제경작과 같은 억압적 방식으로 착취를 강화했다. 이 결과는 온전히 농민의 부담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나마 사용가능한 모든 현금과 장신구를 빼앗아가는 결과를 낳았다.
 
대륙별로 상이한 영향을 받았지만, 대룩 내에서도 상이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대공황은 수출대체공업화가 시작된 계기로 알려져있지만 그 정치적 결과는 상이하다. 아르헨티나는 1946년 페론이 집권하기 이전에 1930년대 '악명높은 10년'의 보수적 체제가 지배했다. 맥시코에서는 '제도혁명당'을 통해 '혁명'이 '제도화'되는 다른 결과가 진행되었다.
 
대공황이 과정을 겪으면서 각국에서 포퓰리즘 정치가 확산된다. 유럽에서는 파시즘이 발호한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코포라티즘으로 발전하며, 식민지 국가들에서는 민족해방운동으로 전개된다. 대공황에 강타당한 농민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식민지 지배 문제와 연결하여 인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1945년 이후의 세계를 크게 바꾸어놓게 된다. 한편으로는 전쟁을 불러오고 또 유럽의 약화와 함께 식민지 민족해방을 불러온다.
 
(포퓰리즘-인민주의-에 대해서는 최근에 출판된 <인민주의 비판 /정인경.박정미, 윤종희, 박상현> 참고. 개인적으로는 아직 책의 앞부분을 읽는 중. 다만, <인민주의 비판>은 축적체계와 헤게모니의 위기 시기에 기존의 정치이념이 쇠퇴하는 공백을 인민주의가 메운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서 <대공황의 세계적 충격>은 대공황의 경제적 위기가 선동적이며 임기응변에 능하고 희생양을 찾아내는 인민주의 정치를 활성화하는 조건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정치이념의 위기와 경제적 위기를 동시에 사고하고, 특히 그 위기가 대중 이데올로기에 작동하면서 특정한 정치적 결과를 낳는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특정한 계기들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인도가 중요한데, 인도에 대한 영국이 의존은 전쟁시기에 더욱 강화되었고 전후 인도의 발언력을 높이게 된다. 결국 영국은 인도의 독립을 막을 수 없었다. 이는 대영제국을 붕괴시키는 축이 된다. 또 이 결과 대영제국을 근간으로 한 유럽의 식민지배 체제도 모두 붕괴한다. 미국이의 전후 구성에서 직접지배 식민지를 폐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이러한 역사적 과정이 없이는 식민지 폐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전쟁-공황-전쟁으로 이어진 20세기 초반의 30여년은 19세기의 세계체제를 붕괴시켰다. 이 과정은 영국헤게모니의 붕괴와 미국 헤게모니의 등장, 법인기업 자본주의의 새로운 축적체계의 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대공황은 이런 과정에서 벌어진 극적이고 중심적인 사건의 하나이다. 그것은 영국 헤게모니의 경제적 붕괴가 최종적이고 폭력적으로 정치적 붕괴까지 이어지게한 계기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다양한 정치적 귀결은,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의 시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적지않은 시사점을 준다.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경제위기와 정치위기, 전쟁 등의 어려운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책은 대공황기 좌파들의 운명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비극과 그 원인-한계를 알고 있다. 그리고 물론 식민지 국가들에서 민족해방 운동이 어떻게 사회주의와 결합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대공황의 세계적 양상을 통해서 그 경제적 영향은 물론 정치적 영향, 이에 대한 좌파의 대응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부분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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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한 또 다른 소개는 '말'지의 아래 기사를 참고. 아래 소개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달의 책 |『대공황의 세계적 충격』  
대공황 연구의 사각지대였던 식민지에 대한 역사적 조망 - 정지영
 
 
 
* 참고할 책
 

인민주의 비판 - 과천연구실세미나 27
정인경.박정미, 윤종희, 박상현 지음 / 공감
== 이 책을 통해서 대공황 등으로 대표되는 축적체계의 전환기의 정치적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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