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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자치단체비정규직노조와 울산 북구청, 민주노동당

울산북구에서 당선된 조승수 의원이 법원 판결로 의원직이 상실되었다. 민주노동당에 비판적인 나로서도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또 법원의 노골적인 편파 판결이라는 점에서 분통터지는 일이다.
 
이 결과로 울산 북구 상황은 운동 진영 내부정치에 있어 앞으로 대단히 복잡하게 진행될 것이다. 단지 보궐선거와 이를 위한 후보선출 등의 문제만이 아니다. 울산 북구청의 최근 상황을 보면서 민주노동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당선시킨다거나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일이 있다. 울산 북구 보궐 선거에도 주는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공공연맹 산하의 울산자치단체비정규직노조는 지자체에 직접고용된 상용직, 일용직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작년 노조 설립이후 단협 체결을 위한 교섭과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역량이나 지역적 상황이나 만만치 않다.
 

민주노동당 구청장이지만 동구청과 달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북구청은 집요하게 다음 조항을 문제삼고 있다.
 
제32조(외주 또는 하도급) 조합원이 수행하는 업무의 일부를 외주 처리하거나 하도급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 ‘갑’은 사전에 ‘을’과 합의하여야한다.
 
최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확산의 주된 경로가 간접고용이라는 내용은 얼마전 이 블로그의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몇개의 토론 (1) )이러한 간접고용 확산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북구청은 이러한 내용을 체결하는 것이 구청장의 월권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는데, 행자부의 지침 등이 내려오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결국, 민주노동당 중앙당에 대한 공공연맹 차원의 요구, 지역에서 울산시당에 대한/을 통한 항의 등을 통해서 나온 최종적인 입장(9월29일)은,

이를 수용하되 단서조항으로,
현재 일용직인 조합원 6명을 이후 상용직으로 전환하고
민간위탁을 원하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민간위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넣자는 것이다.
 
단협 이전에 개별조합원과 합의를 통해서 민간위탁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내용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는 노조 위원장 출신인 이상범 구청장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조합원들의 실망도 크다. 민주노동당 출신의 구청장이 보여주는 입장이 정확히 '사용자'에 걸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북구청까지 정리가 되어야 이어서 다른 한나라당 지자체장의 구청들과 울산시에 대한 투쟁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울산 북구에 대한 정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자체장에게도 합의가 안되는데 다른 지자체에 어떻게 무슨 요구를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투쟁의 수위, 지속시기가 어떠해야하는지 등이 고민된다.)
 
민주노동당이 지자체 장이 된다는 것은 곧 해당 지자체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는 사용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어떤 입장을 견지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 공공성과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할것인가, 지자체에서 공공성의 성격, 그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 되어야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한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 속에서 지역적 정책의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도 문제이다.
 
(그렇다고 지역적 자율성 증진을 입장으로 채택하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 또 하나의 쟁점이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지방분권이란 지역의 불균등 발전을 인정하고 강화하는 가운데 지역을 분할하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지역 상호간의 발전주의 경쟁을 통해 신자유주의 정책과 친 기업 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게 한다. 바닥을 향한 경주.)
 
이런 원칙이 세워지지 않는 한 '사용자'로서 지위를 가지는 민주노동당 출신의 지방자치단체장의 입장은 매우 임의적이고 동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는 공공성을 '예산절감'으로 이해하고 이를 위해서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지자체만이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그럴 수 있는데, 조건은 다르지만 최근 민주노동당 인사가 책임자로 있는 여주장례식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전국시설관리노조 소속)도 유사한 맥락이다.
 
민주노동당이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경유하면서 지역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중앙정치'보다도 지역에 대한 개입은 민주노동당 활동의 사회운동적 성격을 강화시켜주는 의미가 있다. 또한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운동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런 의미들로 인해서 민주노동당의 지역활동이 중요한 활동의 하나로서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울산 북구청에서 제기되는 것과 같은 쟁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민주노동당의 지자체 진출은 득보다 독이 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신자유주의 하 갈등이 증폭되는 지역문제에 대한 관리정책을 대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쟁점이 무상의료 무상교육에 대한 것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예산의 문제가 제기된다. 무상의료/교육을 빨리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산절감이 필요하게 된다. 이럴 경우 1차적인 타겟은 해당 부분의 노동자가 된다. 예산절감을 이유로 비정규직화가 강요되고 낮은 임금이 책정된다. 최근 학교비정규직노조가 투쟁하고 있는 학교운영지원비 폐지 문제라든가 보육교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이른바 100% 비정규직들로 채워지는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등이 그렇다. 따라서 무상의료/교육의 요구는 반드시 해당 부문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저임금을 방지하는 대안과 함께 제기되어야한다. 이런 문제들이 해당 노조들로부터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단편적인 문제제로만 이해될 뿐 무상의료/교육 사업의 내적인 맹목을 교정하는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울산 북구의 경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노동자 출신 지자체장이 노동자를 무시하는 곳에서 다시 노동자 국회의원을 뽑자고 선거를 해야할 판이다. 과연,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커녕 최소한 그 확대를 방지하자는 조항마저도 합의하지 못하는 지자체에서 국회의원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어떤 발언을 할 수는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울산지자체비정규직노조의 입장은 원칙적이다. 동구에서 가능한 협약이 북구에서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기왕 수용할 조항이라면 굳이 이런저런 단서조항 없이도 노조와 추후에 협의해도 충분한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구청이 최소한 동구청과 같은 수준으로 합의하지 않는한,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북구청에 대해 자치단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 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는 논란이 증폭되겠지만, 민주노동당의 지자체 정치가 어떤 내용이어야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계기를 강렬하게 던져줄 것이다.
 
또한 북구청이 뒤늦게 요구안을 수용하고 노조가 다른 구청을 상대로 투쟁을 전환한다고 해도, 이 상황이 던지는 질문들은 민주노동당에게 회피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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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최근 상황에 대한 공공연맹 울산지구협 박주석의장(발전노조 해고자)의 글 링크(올린 순서대로.)
 
 
아래는 북구청 앞 천막농성에 들어간 울산자치단체비정규직노조의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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