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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씨의 아이러니

김명호 교수의 사건이 참세상에서도 많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재판부 기록을 보면, 이런 대목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증언을 기반으로 한 것이니까 이 것들도 사실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수업 중 학생들의 시위 소리가 귀에 거슬리자 '저런 새끼들이 학생이냐', '저런 놈들을 총으로 쏴 죽여버리고 싶다'라는 말을 한 점 △수업 중 공공연히 '내가 내년에 학과장이 되면 과내 모든 써클을 없애버리고 학생회도 없애버리겠다'고 말한 점 △학생들에게 '애가 어렸을 때 잠자는데 울길래 패버렸다', '성대 수학과 대학원생들은 쭉정이들이다'고 말한 점 △수학과 동아리 학생들에게 '씨팔놈', '개새끼'라는 욕설을 한 점

그냥, 뭐, 이렇다는 겁니다. 공대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저같은 사람 입장에서 이런 교수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선배 과학생회장은 91년 강경대 열사 투쟁 때 수업을 빼는 문제로 학과장면담하다가 재털이가 날아와 크게 위험하기도 했지요. 우리과만 그런것도 아니었죠. 그땐 참, 그런 인간도 덜된 자들이 교수랍시고 선생'질'한다는 게 분노스럽기도 하고 가소롭기도 했습니다. 나이도 들고 공학적 지식이 머리에 있으면 뭐합니까, 인간이 덜 되었는데 말이죠. 김명호 교수도 뭐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던 것같습니다.

이번 판결 자체는 심각한 문제가 있고 사법부의 본질을 또 한번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명호라는 양반도 존경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고.. 그래서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김명호씨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던 것은 그것이 어느 방향이든 하는 사람인 것같은데(이번 "테러"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총쏴버리고 싶다고 했던 시위대 출신들, 없애버리겠다던 학생회 출신의 진보적인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니 말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사법부의 기만적인 작태에는 분노하면서도, 비판하면서도 (더구나 반동적인 사법부가 저런 증언들을 판결문에 인용한다는 것자체가 역겨운 일입니다. 이런 걸 증거로 제출한 삼성재단이 지배하는 성균관대 역시 그렇죠. 그들도 학생회 없애버리겠다는 데에는 동감하면서도 이런 걸 증거라고 내다니, 구역질 나옵니다. )
김명호씨를 그냥 옹호하는데 까지 가기엔 씁쓸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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