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 논의에서, 산별노조 건설 자체가 노동자운동의 대안이 될 수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조직적 재편을 강제하는 정세를 창출하고 따라서 개입을 위한 열린 공간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런 점에서 공공연맹의 산별노조 건설(전국공공서비스노조 전환) 과정 속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운동과 친화적인 노동조합 구조를 조직하기 위한 나와 우리 동지들의 노력은 이런 계기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속에서 기존의 고루하고 관료화된 노조 조직구조를 혁신하고 '운동'조직으로서 노동조합을 복원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가 있다.
공교롭게도 공공연맹의 임시대의원대회가 성원부족으로 개회조차 못하고 무산된 날, 산별노조의 서울지역본부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와 초기업-초업종 서울지역지부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는 나름대로 알차게 진행되었다. 오전에 있었던 서울지역본부 논의(산별노조 서울지역 지부-지회 대표자회의)는 지역의 운동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현재 논의일정이 대단히 부실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진행했다. 그리고 저녁에 있었던 서울지역지부 준비모임도 의미있게 진행되었다.
지역을 단위로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사회복지부문 등을 중심으로 한 (초기업, 초업종) 지역지부를 건설하는 노력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전체 산별노조 조직질서 속에서 '보장'하기 위한 초업종 "업종본부"를 구성하는 노력이 병행된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의 조직형태는 금속노조에도 미달하는 것으로, 광역지역본부와 업종본부 양자를 모두 골간으로 인정하고 두 본부에 모두 편제되는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이 부분은 마치 금속 새흐름이 예전에 주장한 "이중단일체계"와 유사하다. 게다가 금속에서도 많은 동지들이 반대했던 '한시적 기업지부' 또한 인정된다. 더더군다나 '한시적'이라는 말은 사실 수사에 불과한데, 이 기한을 3년으로 못박자는 주장은 주로 우파들의 고집으로 인해 '3년 후 논의한다'로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덕분에 지역을 중심으로 운동하고자 하는 단위들도 의무적으로 "업종"본부에 편제되어야하는 곤란함이 발생한다. 게다가 전국단위 기업별노조에 속해있지만 지역중심의 운동을 전개하려는 동지들은 조직 내에서 구조적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각 지역에서 초기업, 초업종 지역지부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는 이날 "서울지역지부 준비위" 1차 모임을 가졌다. 대부분의 "지부"단위가 기업별로 구성되고 있고, 그나마 '나은' 단위들이 업종지부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도는 지역차원에서 연대의 정신을 부활시키고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이념에 따라 조직을 구성하려 한다. 이러한 노력은 산별노조 자체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노조운동을 위한 '코어'를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단위를 중심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조직 내 '경향'을 강화할 수 있다.
(
이러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 내적이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산별노조 건설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일반화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어서, 대공장 사업장 활동가들이 산별노조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세사업장, 비정규직사업장의 경우 연합적 힘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적 조건으로서 산별노조가 의미가 있지만, 대공장 사업장에서는 그나마 존재했던 현장투쟁을 약화시키고 관료화를 부추길 염려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대공장 현장파 활동가들의 산별부결운동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만, 자신의 사업장의 현장주의에 갖혀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싶다. 노동자운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은 대공장의 '사업장'이라는 현장보다는 오히려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하는 '지역'이라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서 이러한 형태의 조직을 구성하는데 각 지역에서 주로 우선 나서는 조합원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노동자, 용역-외주위탁 비정규직 노동자, 청소, 시설관리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사회복지부문 노동자(보육, 자활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와 같은 사람들이다.
지역을 근간으로 해서 "연합적 힘"을 형성해야하는 노동자들이다.(이 '연합'의 대상이 노동조합으로만 제한되지 않으며 지역차원에서 사회운동도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사회운동적 노조주의 경향을 가질 수 있는 조직적 여건이 형성되기도 한다.)
모임을 갖고 간단한 뒤풀이. 회의를 하면서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운동을 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함께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들을 확인했다. 뒤풀이를 하면서는 각자의 조건을 대화 속에서 확인하면서 어려움도 있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탐색했다.
학교비정규직 동지들은 새롭게 조직되는 학교내 시설관리 노동자들과, 기존에 시설관리 용역 노동자를 조직했던 동지들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발견한다. 자활지부에서 조합원들이 만나는 청소용역, 사회서비스부문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함께 조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다. 청소용역, 학교비정규직, 보육 등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역에서 함께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다. 사회복지, 사회서비스, 빈곤이라는 쟁점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여러 사회운동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이것은 공공부문 노조운동 안에서는 "사회공공성"이라고 불린다. 나는 이 개념에 다소 불만이 있지만 ^^;) 이렇게 가능성들을 찾아갔다.
(일전에 자활기관에서 일하는 블로거인
체게바라님과 사회서비스업무를 자활기관이 위탁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논쟁한 적이 있다.
"근데 왜 굳이 청소용역입니까" 등. 이날 회의 뒤풀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하는 과정에서 참여주민을 조직하고 함께 투쟁할 수 있다는 점을, 이 과정에서 각각의 주체들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어려운 문제에 대한 현실의 답을 찾은 셈이다.)
이렇게 해서, 산별노조 내에서 우리가 새롭게 만드려고 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초업종, 초기업 조직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작은 감동도.
하지만, 그것이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지난 6월에 같은 방식으로 이미 조직해왔던
"지역공공서비스노조"에 대한 평가토론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한계를 너무나 분명하게 확인했던 것이다.
지역연대확장과 강화, 비정규직 조직화, 조합원의 주체화, 사회운동과의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마찬가지로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하게)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기업별 조직구조, 취약한 조직역량, 조직확대의 한계를 뼈져리게 평가했다. 따라서 지난 2~3년 동안의 각 지역에서의 실천에 대차대조표를 그려본다면 결코 좋은 성적을 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엊그제 있었던 초기업-초업종 지역지부를 구성하기 위한 모임도 지난 몇년간의 지역공공서비스노조 운동을 좀더 규모가 큰 서울지역에서, 산별노조 건설 이후라는 조건에서 반복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한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확인한 희망希望은 어쩌면 미망迷妄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우리는 서울지역에서도 이제 처음 모여서,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장과 업종을 넘어선 노동자의 연대, 사회운동과의 연대, 비정규직 조직화라는 이념으로 만나지만 그것을 온전히 실현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 지 솔직히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가 엊그제 잠시 서로 확인한 가능성들은, 지난 몇년간의 각 지역에서 실천에 대한 평가에 비해서는 너무나 연약하고 취약하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것은 희망이라기보다 미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현재의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그것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고, 어쩌면 성공한 대차대조표를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더 많을지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몇 년 동안의 (비록 부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지적되었다고 하더라도) 평가가 있고 교훈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실천을 함께 고민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자. 각 지역 동지들의 몇년 동안의 어려운 실천과 실패 덕분에 우리는 좀 더 나갈 수 있다.(그 실천들에 경의를!)
그래서, 그것의 모든 가능성들을 사고해야하겠지만,
다만, 희망하는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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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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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의 서울지역본부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와 초기업-초업종 서울지역지부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혀 이해가 안되는 구분입니다.^^희망과 미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래도 마음은 희망으로 기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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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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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너무 개인적인 글이 되었나보네. 글이나 행간이나. 일단 글이라도 훗날 하나의 증언으로 남기를 기대하고.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