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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 Pluto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술자리 대화에서 추천받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 <플루토>.
<20세기 소년>, <몬스터>, <마스터 키튼> 등을 그렸던 우라사와 나오키는 테츠카 오사무의
<철완鐵腕 아톰> 24~25화, "지상최대의 로봇"편에서 테마를 가져와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 테츠카 오사무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인지, '지음'을 그로 했다. 작품의 이미지, 인물 모든 곳에서 오마주를 확인할 수 있다.(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상최대의 로봇"편을 애니메이션으로 봐야한다.) 이제 일본 만화들이 세대를 넘어 세대간-재해석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작품소개는 주요 포탈사이트를 참고하시면 되겠고. 현재 국내에는 2권까지 정식발매되어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4권+a까지 볼 수 있다.)
"지상최대의 로봇" 편에 나오는 7개의 로봇과 이들을 차례로 '살해'하는 '플루토'가 나온다. 캐랙터들은 모두 재창조되었는데, 위에 책 표지에 나오는 것이 게지히트 형사(左)와 아톰(右)이다. 각각의 로봇 캐랙터 모두(인간도 마찬가지로) 보다 '인간적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 [左] <철완 아톰>에서 게지히트 형사와 플루토의 대면, [右] <플루토>에서 아톰.그들은 모두 '인간적'이다. "공각기동대"에서 시작해서 헐리우드의 "AI", "바이센티니얼 맨", "아이,로봇"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들의 인간화, 로봇이 인간과 유사한 영혼을 갖게 되는 이야기들은 많이 변주되어왔다. 그러나 그 원형은 아무래도 '아톰'이라고 할 만한데, 이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그들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마침내 '완벽한 로봇'은 증오와 분노, 질투, 그리고 슬픔까지(그렇다면 사랑까지),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아톰의 원래 창조자인) 텐무 박사의 이야기는 이 작품이 놓여진 배경을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단지 '배경'이라고 말한다. 이 만화는 발달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우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철완 아톰>이 처음 연재된 50년대초부터 60년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방영된 70년대는 일본의 전후복구와 경제부흥이 가시화되면서 마치 인간이 기계의 부속으로 완전히 편입되는 것으로 느껴졌던 시기, 그래서 '인간적인 것'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진 시기다. 그런 고민은 비인간적인 것의 인간화라는 우회로를 통해서 인간적인 것에 대해서 묻는다.
인간은 인간적인 무엇을 갖고 있는가.
(그런 점에 비해서 "공각기동대"는 고유한 '인간'에 비해서는 '인공적인 지능' 자체에 촛점을 두는 새로운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지만, 나는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맥락, 의미는 <철완 아톰>에 비해서 후퇴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각기동대2-이노센스"는 더 심하다.) 그런 점에서 그것을 다시 복제하는 헐리우드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이 작품도 오히려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그것을 갖고 있는가. 그들은 전쟁에 가슴 아파하고, 아이를 돌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로봇을 지키려고 하고, 살아있는 것들/혹은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 해야지" /윤동주, 序詩) 증오와 분노로 고통받는다.(한 에피소드에 자신을 드러낸 플루토가 보여주는 감정은, 다른 것들보다 '슬픔'이다.) 당신들은 그것을 갖고 있는가.
"그 아이는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나는 마음이 벅차 올랐다. 로봇인 내가.."(로봇 형사 게지히트가 아톰을 만나고 헤어지는 장면.)고유하게 '인간적'이라고 정의된 것들에 대해서 질문하면서 우라사와 나오키는 이 속에 존재하는 증오와 고통을, 인간적인 것의 또 한 부분으로 대면시킨다. 가장 예술적이고 '인간적인' 영혼을 가진 플루토는 (오히려 아마도 그것 때문에) 고통받고 주체할 수 없는 폭력으로 나간다. 그런 점에서 우라사와 나오키는 또한 단지 '인간적인 것'이 고유하게 '선한 것'으로 규정된 어떤 것들이 아니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증오와 고통에도 눈감지 말 것을,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합성을 눈앞에서 대면할 것을 요구한다.
'플루토'는 말하자면 그런 존재다.
인간을 비추어보는 거울.한편, 로마신화의 플루토Pluto는 그리스신화의 하데스Hades, 저승의 신이다. 그래서 Pluto는 명왕성
冥王星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년, 국제천문연맹의 결정으로 태양계의 형성planet
이 아니라고 '결정'되고 소행성asteroid
134340라는 이름을 얻었다. 마치 이 만화에서 플루토가 SOL228350..뭐 이런 이름을 달고 있는 것처럼. 작년에 이 결정이 있은 후에 '미국 방언협회'라는 단체가 plutoed라는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한다. '추락하다, 위신이 떨어지다'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저승의 신이 이런 식으로 취급받아도 되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플루토, 하데스를 먼 태양계 외곽의 소행성대인 카이퍼벨트에 추방하고자하는 무의식들이 작동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라사와 나오키가 보여주는 것처럼, 플루토-죽음은 인간적인 것-삶의 이면이며,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한 측면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외면할 수 없고, 우리의 '인간적인 것' 그 자체일지도 모르는 고통들에도 대면해야한다. 마치 아톰이, 플루토에게 뛰어드는 것처럼. 그래서 그 속에서, 그것은 (주인공격인) 게지히트,
이건 또 하나의 당신이라고, 아니 (어쩌면) 당신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처럼.(4권,Act27) 그때 아톰은 우리에게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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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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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또 이런거까지 봤대요. 대여소에서 2권까지밖에 없길래 좀 더 나오면 볼라고 했는데, '어둠의 경로'(ㅋㅋ)를 통해 4권이상 볼 수 있다니..대여좀 해주셈.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