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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4
    2010 마이그런트 아리랑에 다녀왔다.(4)
    장작불-1

2010 마이그런트 아리랑에 다녀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창원으로 갔다.

 

"이주민과 함께 하는 다문화축제" 라는 2010 Migrants'Arirang을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지난날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부산에서도 한번도 못 보고 해서 이번엔 가봐야겠다 싶어서 챙겨서 떠났다. 경남이주민센터라는 곳이 실질적인 사무국이자 집행위원회 역할을 하는듯했는데, 여기 대표가 이철승 목사님이라는 분이었다. 작년에는 행사를 개최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올해는 김두관 지사가 당선됨으로서 제법 성대하게 치뤄수 있지 않았는가 싶다. (짐작이다)

 

"이주민과 이웃되어 어깨동무"를 해보자는 취지인데, 핵심은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는 만큼 다문화, 한국인으로서 나(원주민/선주민)와 다른 문화를 이해해보자는 것이, 핵심 주제일 듯 싶었다.

 

그런데, 몇 가지 의아스러운 대목이 있기도 했다. 마이그런트 아리랑. 말 그대로 하자면 이주민의 아리랑이란 의미이다. 행사 주최 사회자의 말을 빌자면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이 겪는 어려움(차별)과 우리 사회의 아리랑 정서인 한은 비슷하다, 그러니 이러한 정서를 공감하자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틀린 말은 아닐 듯한데, 곰곰히 새겨보면 약간 어색하다.

 

우선, 차별과 박해받은 마음을 공감한다? 명확하지가 앖다. 누구와? 한국 사람과 함께 공감한다는 것인지, 실제 그런 취지라 해도 이것이 가능한지 회의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은 차별과 박해의 피해자이고, 한국 사람은 가해자기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차별과 박해받고 있는 이주민들을 위로한다? 같은 나라 사람끼리, 혹은 한국 사람들이 위로해준다. 전자는 가능하다. 자기 나라 아닌, 딴 나라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들고 자기 나라 사람 보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인 지지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기에는 행사 취지나 내용이 너무 맞지 않다.  

 

그럼, 한국 사람들이 위로해준다? 그럴 순 있겠지만, 적어도 행사 내용을 보아서는 그런 것을 발견할 수 없다. 설마 인기 가수가 와서 노래 몇 곡 부르는 것이, '위로'라고 할 순 없겠지. 그런 점에서 이 역시도 행사 내용과 견줘볼 때, 합당치 않다.

 

그렇다면 이 행사의 주제는 무엇일까? 어깨동무라는 말이 지칭하는 바가 무엇인가? 연대를 이야기 하기도 하나 이 역시 행사 내용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행사 내용을 보자.

 

우선, 프린지 페스티발이라고 하여 약 7-8개 국가의 나라별 전통 음악 발표가 있다. 러시아, 베트남, 페루, 네팔, 케냐 등 각 나라의 구성원 (학생, 어른 등)이 나와서 자기 나라의 전통 음악을 연주한다. 관객은 한국인들과 이 곳을 찾은 일부 외국인들. 일종의 작은 방식의 장기자랑이다. (좀 더 큰 방식은 오늘 폐막실에 이루어질 전국 이주민 가요대회 본선이다) 이것은 행사나 축제를 가면 어디에서나 여흥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니, 넘어가자.

 

다음은, 국가별 소개 부스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의 국가를 소개한다는 것인데 국기의 기원 및 간략한 국가 개요를 설명해두었으며, 각 국가에서 쓰이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부스별로 전시해두었다. 그리고 체험식으로 하여 해당 국가의 전통 놀이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또 다른 체험부르소 국가별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이 있다.)

 

그리고, 국가별 전통음식 부스가 있다. 우즈베키스탄, 대만,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베트남 등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국가들의 전통 음식을 소개해주고 먹는 곳이다.

 

여기까지 두고 보면, 대체로 문화박람회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국가별 전통 음식/문화 등.

 

그리고 정보박람회라는 명목으로 이주노동자협의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출입국 관리사무소 등 이주민과 연관된 국가기관  및 사회단체의 부스도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출입국 관리사무소가 어쩌면 제일 해야할 일이 많을 것 같았는데, 가장 한산했고 또한 준비도 없어보였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의 삶의 흔적들을 담은 사진 전시 부스가 있었고, 공정 무역을 기치로 내건 판매 부스도 있었다.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전통 악기 및 옷 등의 판매 부스도 있었다.

 

다문화 공생 사회를 기치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참여형 프로그램은 유익해보였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것들로 인해 한국인들이 이주민의 삶, 그리고 국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장애인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 현실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방점으로 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행사에서 준비된 내용들은 이들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단지 '소개'해주는 모습에 그쳤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120만명의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다. 그럼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곧 다문화 이해의 기본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행사에서는 이주민들의 정체, 즉, 어디에서 얼마나 어떤 국가에서 왔는가를 대략적으로나마 보여주는 게 없었다. (이 수치에 선진국에서 온 이주민들은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의 부스는 한 곳도 없었다)

 

설치한 부스들은 그저 재미에 그치는 것이었고, (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현실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이해의 수단이 미비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한국인으로부터 두들겨 맞고 차별받는 것을 보여주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그 자리를 찾은 한국인들이 이주민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그런 내용이 좀 있어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내가 그 자리에서 느꼈던 무엇인가 미진함은, 이 대목의 부재에서 기인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풍성하게 준비하고 차린 듯 하지만, 뭔가 핵심적인 게 빠졌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과연 그 자리에 온 한국인들은 베트남인이, 방글라데시인이, 파키스탄인이 우리 사회에서 어디에서 얼마나 살고 있는지, 또한 죽어가는지 알수 있었을까?

 

많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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