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11/08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08/31
    함께 길을 걷는 사람에 대한 기대.(2)
    장작불-1
  2. 2011/08/21
    비겁을 감추는 기만이 될까? 아니면...
    장작불-1

함께 길을 걷는 사람에 대한 기대.

장애인부모연대에서, 적어도 내가 보기에 꽤나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활동가 한 명이 부모연대 조직을 떠나 자신이 가고픈, 활동하고 싶은 터전으로 옮긴다고 했다.

 

그 이는 부모연대 활동가 내에서 비교적 신망이 두터웠다. 나 역시 그와 (거리가 멀기에) 직접적으로 함께 일하진 않았지만, 회의 공간이나 집회, 혹은 교육 등을 통해 살펴본 그의 행실을 보면서 매력있다고 생각하였다.

 

매력의 내용인즉, 아무리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셔도 다음 날 아침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고, 또한 약속 시간보다 미리 나와서 기본적인 점검 정도는 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자신이 기대한 바가 좌절되는 상황 앞에서 남을 탓하기보다는 그 상황 자체를 묵묵히 견뎌내 줄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의 기획에 대한 성찰, 혹은 비판적 검토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화를 내거나 짜증 내지 않는 것도 운동판에서는 큰 미덕이자 장점이다)

 

어쨌든, 그런 그이기에 그가 그만둔다는 소리를 같은 공간 내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때, 약간의 놀람과 부모연대 조직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운동판이 대체로 그렇듯이, 그 이 한명 빠진다고 해서 조직이 휘청거린다거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그의 미덕이 우리 조직이 운동판에서 뿌리내리는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전국부모연대 워크숍에서 그를 만났고, 몇몇의 지역 및 중앙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그의 거취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자신이 좀 더 하고 싶은 일을 하겠노라고 말했고, 그의 말에 대해 어느 누구도 별 다른 이견을 달지 않은 채, 약간의 아쉬움만을 드러낸 채, 전반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아마도 우리 조직이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떠난다는 그의 말 앞에서 그를 붙잡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는지도.

 

그런데, 중앙의 사무처장이 불쑥 이런 말을 하였다.

 

"아니, 모두들 서운해 하면서 떠나는 활동가를 붙잡을 생각을 왜 하지 않는거예요? 좀 더 함께 하자고 말할 수도 있지 않나요? 모두들 이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참...."

 

처장을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어, 그래. 왜 잡는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지. 떠나는 것을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앞서 말했듯이 '조직이 싫다기보다는 좀 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니깐 그렇지 않겠나' 뭐 이런 식의 말이었는데, 내 머릿 속은 내내 앞의 생각들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이 생각의 내용이 무엇인지 대강이나마 파악하였다.

 

어쩌면 나는, (혹은 그 자리의 대다수 활동가들은) 부모연대라는 장애인운동단체에 대한 책임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 다시 말해, 부모연대의 방향이나 정체성 등을 고민하기보다는 단지 현재 활동한다는 사실에만 매몰되어 있기에 그 활동가가 부모연대를 떠나는 것이 부모연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나 역시 언제 부모연대를 떠날지 모르기에 그 활동가를 잡으려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활동가의 떠남 앞에서 나를 포함한 대다수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태도의 의미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서글프거나 혹은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조직에 대해 그 만큼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고,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이유로, 조직을 쉽게 저버릴 수 있다는 것이기에

 

물론, 하나의 조직에서 일을 한다고 평생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활동가라면, 조직에 대한 책임감은 기본적으로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태도가 자신을 좀 더 건강하고 긴장된 상태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는 일을 그만둔다는 활동가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함께 하는 사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행자에 대한 기대는 결국 그 길을 행하고 있는 조직에 대한 책임을 얼마나 의식하는가에 따라 가늠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환기한다.

 

'떠나는 사람 안 붙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다' 라는 세간의 통념이, 요즘에는 쿨한 태도로 선호된다지만, 얼마나 무책임한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비겁을 감추는 기만이 될까? 아니면...

부산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장애인부모 단체와 장애인당사자 단체가 연대하여 부산시 앞에서 '2012년 부산시 장애인복지예산확보를 위한 천막농성'을 결의하여, 10일 동안 진행하였고, 오늘 농성을 접기로 하였다.

 

농성을 접은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단체가 더 이상 농성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할 만큼 했고, 더 이상 한다고 해서 우리들이 제기한 요구를 부산시에서 전부 수용하지도 않지 않겠느냐? 오히려 이런 식으로 더 끌고 가면 부산시와의 관계가 악화되어서 부산시에서 지원해주기로 한 것 마저도 오히려 후퇴하지 않겠느냐'  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농성을 접는 것은, 사실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

 

우선, 사회복지과의 협상과는 별개로 대중교통과와의 협상은 전혀 확인된 바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판을 물리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판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채, 우리 스스로 꼬리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였고, 나 역시 이에 대해서는 상당한 책임이 있다.

 

다음으로, 농성을 접는 과정에서 부모회의 입장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다는 점, 절차적으로 미진했다는 점이다. 부모회는 '단지 더 이상 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위의 근거와 관련한 논의가 깊이 이루어지진 못했다. 이 상황에서 장애인당사자 단체는 부모회의 입장을 '이해'해주었고, 그들의 통 큰 배려와 양해 덕에 갈등이나 충돌 없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물론 이후, 부산시의 장애인복지예산이 얼마나 반영되는가에 따라, 농성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적어도 그 지점에서 합의가 되었기에 이번 농성장을 정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이후 어떻게 활동하는가에 따라 부모회의 비겁을 감추는 기만으로 드러날지, 아니면 상황에 대한 정직한 응대였는지가 갈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2년 부산시장애인복지예산 확보 투쟁은, 이제 시작했을 따름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