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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인간을 보다.

일요일 밤 10시 반.

 

새롭게 시작하는 주를 앞두고 이것저것 챙기던 때, 전화벨이 울렸다.

 

낯선 번호. 누구일까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 팀장님입니까? **초등학교에 다니는 ** 아버지입니다. 우리 아이가 2학년이고 자폐성장애아동인데....'

 

내용인 즉, 토요일 학교에 다녀온 **가 오자마자 구토를 하고 '응급실... 응급실... 아파... 아파..' 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상해서 몸을 살펴보니 머리에 피멍이 들어 약간 부어올라 있었고, 손가락 끝이 피멍 든 것처럼 부어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특수교사는 토요일 아버지와의 면담에서 전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요즈음에 **의 과잉 행동이 너무 심해서 특수학교에 보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저도 **로부터 등짝을 많이 맞았다.' 뭐 이런 식의 교사의 치기 어린 투정(?)을 들었고, **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좀 더 엄하게 키우겠노라고 말하고 왔다고 한다.

 

아버지는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특수교사에게 **를 혹시 때렸냐고 물었으나 교사는 자신은 절대 때리지 않았고, 단지 토요일 당일 아이의 과잉 행동이 너무 심해서 제지하는 과정에서 서로 엉켰는데 그 때 손가락이나 머리를 부딪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내게 아이 사진을 보내왔는데, 적어도 내 경험내에서 아이의 머리 상처는 어디인가에 부딪혀서 생길 수 있는 그런 상처는 절대 아니었고, 오히려 무엇인가로 머리를 때려서 낸 상처임이 분명했다.

 

아버지는 토요일부터 일요일 밤까지 주말 내내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교사를 하는 친구들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물으니 전부 '그냥 니가 넘어가라. 시끄럽게 해 봤자 좋을게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넘어가려고도 했으나, 너무 분해서 참을 수가 없어서 내게 전화를 했노라고 말했다.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가를 말해준 다음,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해결방법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시끄럽게 하고 싶진 않고, 교사의 체벌 사실 인정과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이야기하였다.

 

나로서는 교사의 태도가 어이 없거니와 뻔뻔해서 교육청 민원을 비롯한 인권위 진정 등 좀 더 공론화시켜 문제를 제기했으면 바람이었으나, 부모님은 시끄럽게 하고 싶진 않다는 의사를 강력히 피력하였기에, 그냥 이 정도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월요일 오전, 학교에 전화를 해서 오후에 교장과 교감과의 약속을 잡고 학교를 아버지와 함께 찾아갔고, 특수교사를 불러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그런데 특수교사는 오자마자 희한한 소리를 했다.

 

"** 아버지. 과정이 어쨌든 간에 아버지와 교장선생님을 힘들게 한 점, 사과드립니다." 라고 말을 시작하면서 아이의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그런 아이를 자신이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서 교육하고 있는지, 아이의 미래에 대해 누구보다도 고민하고 있다는 둥, 이런 소리를 주절주절 해대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이유야 어쨌든 간에, 과정이 어떻든지 간에...' 이런 말을 하면서 자신의 물리적 행위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금 이 사태는 선생님이 때렸나 안 때렸나가 가장 중요하다. 아버지가 분노했던 것도 당일 아이를 때렸음에도 그것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단지 아이 상태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아이하고 그렇게 물리적 충돌이 있었는데도 그것에 대해서도 전혀 말도 없다가 아버지가 전화를 하니 그제서야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한 교사의 태도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니 말해달라. 때렸나 안 때렸나'

 

특수교사는 잠시 있다가 떠는 듯한 목소리로

 

'저는 때리지는 않았습니다' 라고 답하였다. (사실 나는 이 순간 교사가 때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물론 사진 보고 이미 때렸다고 생각했지만. 보통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때리지 않은 교사는 자신의 정당성을 바로 즉각적으로 제기한다. 적어도 이 교사처럼 긴장하고 떨면서 침묵한 후, 답하진 않는다.)

 

나는 아버님께,

 

'아버님, 교사가 인정을 안 합니다. 이 부분은 사실을 확인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안은 더 이상 없습니다. 아버님이 원하신 부분이 교사의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대책인데, 사실부터 다른 만큼 이 사실을 밝혀줄 수 있는 기관에 신고해서 답을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가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교사에게 더 이상 문제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니, 자리에서 일어섭시다'

 

교사는 별 말 없이 가만 있었고, 교장은 사태를 봉합/수습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들..

 

'**아버님. 억울하고 마음 아픈 것 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미 벌어진 일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게 더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제가 교사한테 잘 이야기 해놓을테니깐, 어디에 조사를 의뢰하고 이런 것은 서로 더 상처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제게 맡기시고 이번에는 마음 푸십시오'

 

학교에서 나간 후, 아버님은 '그냥 학교를 전학가고 싶다. 애 엄마도 저 교사한테 지난 2년 간 시달린 것 생각하면 그냥 전학가자고 한다. 나도 시끄럽게 하고 싶진 않다'고 말하면서 헤어졌다.

 

아마, 이 사건은 결국 피해자가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귀결될 듯하다. 내일 전화를 해서 적어도 교육청 민원은 넣어보자고 설득할 생각이나, 두 분은 마음 여리기도 하고 이런 일을 공적으로 다루는 일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기에 아마도 그리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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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 교사는 때리지 않았을까? 때렸다고 생각하는 나의 확신이 틀릴 가능성은? 그러나 정황을 생각하면 때렸다는 의심을 정말 지우기 어렵다.

 

2년 동안 한 번도 부모면담을 하지 않았던 그 특수교사. 이번 토요일 처음으로 아버지와 면담을 요청했다고 하고, 그 자리에서 했던 이야기는 당일에 있었던 사건은 일언반구도 없이 단지 '아이가 과잉 행동이 심해지고 이를 다스리는 일이 교사로서 너무 힘들다. 이러면 특수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였을 뿐. 토요일 오후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그제서야 '오늘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이 상처가 났느냐.'라고 반문하는 태도....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자신의 물리적 행위를 감추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적어도 교사라면, 아니 교사라는 것을 떠나서 나이 45살 전후의 아줌마(성인)하고 초등학교 2학년짜리하고 서로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면 당연히 아이가 혹시 다치지 않았나 보는 것은 일반적 상식 아닌가? 그런데 그 50살짜리 아줌마는 아이 아빠 만나서 '내가 이 아이한테 맞았어요'라고 징징거리는게... 도대체 납득 가능한가? 그런 인간이 특수교사라고.....

 

설령, 정말이지 설령 때리지 않았다 해도, 해당 특수교사의 행위는 정말이지 뻔뻔한 것이었다.

너무 뻔뻔해서 소름이 잠시 끼치기도 했다.

 

저런 인간이 부장직을 달고, 이제 교감직을 달고, 또 교장직을 할 생각을 하면, 무섭고 혐오스럽다.

 

나두 저리 뻔뻔하게 사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는 커녕 과오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뭐,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지 않느냐' 라는 식의 태도.

 

나의 어떤 행위로 인해 남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어쩌면 이것을 인식하고 이를 경계하는 것부터가 염치있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시작점이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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