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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7
    통합교육 현실과 장애학생의 교육권 (6)
    장작불-1

통합교육 현실과 장애학생의 교육권

대학의 간판만이 한 명의 삶을 거의 결정짓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

 

이 결정의 격전지인 인문계고등학교.

 

이 사건은 부산의 인문계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영수(가명)는 자폐성장애가 있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자폐성장애라고 해도 비교적 양호한 축에 속하는 영수는 학교 생활도 잘 적응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영수는 통합반(원적반)에 있을 때, 평소 수업 시간에는 조용히 있는 편이지만, 영어 듣기 시간 때는 한 번씩 고함을 지르면서 다른 아이들의 수업을 방해하곤 하였다. 영수에겐 영어로 말하는 것이 듣기 싫었나보다. 어쨌든 영수는 아이들이 영어로 말할 때면, '하지마, 하지마' 라고 하며 소리를 질렀다.

 

어느 날 영어 수업 시간.

 

영수는 영어 듣기를 싫어했는지, '하지마, 하지마' 라고 외쳤고, 영어 교사는 특수교사를 불러서 영수를 특수학급에 데리고 갈 것을 요청했다. 근데 영수는 교실 바깥에 나와서도 고조된 감정이 가라앉질 않았는지 교사에게 양말을 벗어 던지거나 특수교사에게 약간 대들었다고 한다.

 

이에 특수교사가 '너 이러면 집에 보내버린다'고 하면서, 정말 영수를 집에 보내버렸다. 학교 부장교사나 교감, 교장 어느 누구와도 논의하지 않은 채, 일종의 체벌 형식으로 특수교사가 자의적으로 '열흘 동안 학교에 오지 말고, 집에 있어라'고 한 것이다.

 

아이의 엄마가 황당한 것은 당연한 사실. 교사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예의 저 사건을 언급하면서 특수교사가 '열흘 정도 학교 오질 마고 집에 있는 게 낫겠다'고 하였고, 엄마는 엉겹결에 '알겠다'고 해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엄마는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열흘 동안 학교 오지 마라는 것이 누구의 결정이냐? 이것이 교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냐?'고 따졌지만, 교사는 별 말없이 '어쨌든, 10일 동안 학교 나오지 마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4일째 되는 날, 교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정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니,

 

교감 왈, '나도 잘 모르는 일인데, 알아보겠다' 고 한 후, 나중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이 '교사가 아이들이 많다 보니깐 힘들다 보니 그리 한 것 같다. 아이가 좀 괜찮아졌으면, 학교를 보내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5일째 되는 날, 이 어머니는 나를 찾아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주었다.

 

참,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이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명백한 차별행위이기 때문에 인권위 진정을 하게 되면, 학교로서는 빼도박도 못하는 일이다.

또한, 학교를 상대로 언론에 공론화시키면 말 그대로 이 학교는 반인권적 학교로 비판받을 것은 뻔하다. 게다가, 지금 이 엄마는 이 일로 인해 상처를 너무 깊게 받았기에 자녀의 자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더 이상 이런 수모를 겪으면서 아이를 학교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 주 화요일 오후에 학교 교장과 교감, 특수교사, 그리고 어머님과 내가 만나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서 어머니는 자퇴 의사를 밝히겠다고 한다.

 

학교로서는 이 일이 외부에 발설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퇴 사유에 적힐 내용이 '학교 현장의 교육 차별로 인해 학교를 관둔다'는 식으로 적힐 상황이기에 극구 만류할 일은 분명하나, 나로선 부모 의사를 존중하되, 이 일을 어떻게 하면 공적으로 접근하여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 된다.

 

재발방지 차원에서 시교육청에 문제제기를 하고, 그리고 시교육청으로 하여금 학교에 공문을 보내 이와 같은 차별 행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식의 환기를 담은 내용을 보내는 것 정도일 듯한데, 내 고민은 결국 '통합교육 현장에서 장애학생의 현실'이란 점에서 참으로 딜레마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신혜련선생님의 말처럼 장애학생이 특정 반응을 보인다면, 그 시간 만큼은 아이에게 특수학급 입금을 시키는 것만이 하나의 방도같은데, 과연 특수교사들은 이런 해결방식에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다고 해서 장애학생은 통합해야 하니, 무조건 원칙대로 특수교사 수업 시간 이외에는 들어와서는 안 된다 라고 하겠는가? 그리하여 원적반 선생으로 하여금 알아서 해결하시라고 해야겠는가?

 

게다가,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종종 장애학생이 약간의 문제 행동만 해도 곧바로 '특수학급에 보내버리는 게' 또한 현실 아닌가? 그들의 인식은 단순하다. '어차피, 공부도 안 되는 얘들. 굳이 학교 현장에서 공부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것이다. 이들의 인식을 대놓고 비판하기 어려운 것은 이들의 비판 앞에 내세우는 논리라고 해봤자, 원론적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애학생도 교육권이 있다는 것.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교육권이 실현되기엔 너무 척박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말이다.  

 

왜 통합교육을 하는가?

단지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장애학생도 교육권이 있기 때문에. 이것은 너무 수세적이고 수동적인 논리다.

 

어쩌면 장애학생과의 통합교육을 통해 유익할 수 있는 부분을 마련거나 생성해 내어야 한다. 그것이 특수교사와 장애인교육에 관심하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통합교육의 척박한 현실을 고민하다 보니, 결국 이러한 고민의 귀결점이 장애인과 왜 함께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듯하다.

 

지금 내가 제출하는 논리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과 태도를 습득함으로서 우리 자신의 인간다움을,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자신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정도이다.

 

요약하자면, 장애인을 도와줌으로서 우리는 인간일 수 있다, 뭐, 이런 논리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심정적이고, 개인적 수준에 머무는 논리이고, 또한 시혜와 동정으로 대상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장애문제를 결국 개인문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인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언제나 제출되는 '장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런 방식의 접근은 다소 부정적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니도 장애인이 언제 될지 모르니, 장애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논리란 것은, 다소 슬퍼지 않은가?

 

다시 돌아와보자. 무엇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가를 짚어보자.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학교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두고 볼 때, '장애학생은 공부를 해도 소용 없으니, 그냥 특수학급 가는 게 낫다'는 식의 교육 현장의 배제이다. 이것은 일정 정도 진리치를 담보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예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듣는다면 어떨까? 그리 했을 때,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까? 어느 의미에서 우리 나라의 고등학교 교육 현실에서 시도해봄직한 일 아닌가?

 

물론 통합교육이란 말이 무색해질 것이나, 정작 통합교육의 의미란 것이 학교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지 못한 게 사실 아닌가? 적어도 학교 현장의 비장애인 아이들한테 '니도 장애인이 언제 될지 모르니, 장애인을 차별해선 안된다'는 식의 논리가 먹혀들 가능성은 거의 없질 않겠는가?

 

가치만을 말하고 주장하기에는 현실의 척박함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하는 문제가 정말이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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