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1502호 목장

저희 집은 아파트 1402호이고 바로 위층은 1502호입니다. 그 위층은 옥상입니다.

 

1502호는 목장입니다.

평소 우리집 천장을 통해서 들려오는 소리로 미루어 보건데 말 목장입니다.

 

최근에 밤 9시면 미루를 재우는 데 성공하는 우리를 위해

1502호는 이런 소리를 들려줍니다.

 

"쿵! 쿠쿠쿠쿠쿠쿠쿵쿵쿵쿵!!!"

 

"두두두두둥...쿵쿵쿵쿵쿵~!!"

 

"쿵쿵쿵..쿵쾅쿵쾅..쿵쿵쿵"

 

 

말들이 넓은 목장을 뛰어다니는 소리입니다.

얘네들은 아주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걷고 평소에는 뜁니다.

 

언젠가 한번 찾아갔습니다.

얼굴은 알고 있어야겠다 싶었습니다.

 

1502호 문이 열리자.

 

자기 들이 더 애처로운 얼굴을 한 엄마, 아빠가 현관에 나와 있었습니다.

 

그 얼굴에는,

"당신들의 고통을 충분히 알아요. 하지만~"이라고 써있었습니다.

 

그 엄마, 아빠 사이를

말 한마리가 화다다닥 비집고 나와서는

 

"아저씨~!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습니다.

 

"푸~!푸~! 히힝~히히힝" 이렇게 들렸습니다.

 

눈망울은 천진난만한 말의 눈망울 그대로였습니다.

 

"11시 이후에는 아이들이 잘까요?"

저는 아무 실효성 없는 요구를 하고 내려왔었습니다.

 

 

아까 주선생님과 의논했습니다.

말들 때문에 요새 점점 더 예민의 강도를 더해가고 계신 주선생님이십니다.

 

 

"정말 너무하지 않어? 쟤네들 어떻게 할까?"

 

"그러게...애들인데 어떡해..."

 

"그래도 대책을 세워야지..."

 

"뭐, 좋은 수라도 있어?"

 

 

이 말에 주선생님이 대답하셨습니다.

 

"우리도 옥상 가서 뛸까?"

 

.

.

.

 

언제나 제 상상 밖에서 노시는 주선생님이십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작전입니다. 깔끔합니다.

 

혼자 옥상 올라가서는 외로울테고

둘이 올라가야 할텐데

 

미루는 집에 두고 가야할 지가 고민될 것 같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