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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미루가 자는 틈을 타서
교양있게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어~강서방인가? 나네.."
장인어른이셨습니다.
"아, 네 아버님, 웬일이세요?"
"오늘 애 보고 싶어서 갈 건데, 괜찮지?"
"네, 오세요..."
"오전 중에 일찍 가볼려고"
"네, 그러십시오"
오전이 다 갈 때쯤 전화가 다시 오셨습니다.
"거기 가서 점심 먹어도 되지?"
"...아, 네....저기, 지금 현숙이가 자고 있어서 저희들은 아침 겸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요..."
"어, 알았어"
"그래서 지금 저희들은 밥 먹을 건데, 지금 출발하시면 1시간 쯤 걸리시잖아요, 그럼 저희들하고 식사 하시기가.."
"괜찮아, 그래도 거기 가서 먹지, 뭐"
아, 진짜...밀려오는 그 괴로움을 알만한 사람은 알겠죠?
아침에 반찬 없어서 조기 두마리 구워놓고, 콩나물 무침 해놓은 게 다였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두 분이 오시면 뭐라도 드실 걸 더 해놔야 하는데, 아, 정말...
이 때 마침 주선생님
충분히 주무셔서 만족스럽게 부은 얼굴로 나오십니다.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어쩌고, 저쩌고~투덜 투덜 투덜~~
그냥 식사하시고 오시면 안되나? 드시고 오시면 좋을텐데..
지난 번에 우리 고모는 저녁 먹고 왔잖아. 얼마나 좋아.."
주선생님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우하하하하~"
"왜 웃어~~??"
"너, 인제 주부가 다 됐구나. 그런 거 여자들이 고민하는 건데...히히히"
...
다행히 두 분은 오실 때 닭을 한 마리 사 오셨고,
계시는 동안 미루도 봐주셔서
제가 좀 편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장인'어른'이시자 가끔은 장인'양반'으로도 불리는 분은 편히 쉬다 가셨고
장모'님'은 오셔서 계속 일만 하다 가셨습니다.
제가 편했던 건 이 분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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