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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수난

저 빼고 두 사람이 수난입니다.

 

 

1. 미루의 수난

 

미루는 얼마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 수난을 당했습니다.

 

저는 여느 때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미루가 똥 싸놓은 기저귀를 갈고 있었습니다. 

그때 미루가 느닷없이 오줌을 찌~익 갈겼습니다.

 

태어나고 몇 주간은 시도 때도 없이 싸고 갈기는 미루 덕에

우리는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줌도 좀 덜 싸고

똥도 하루 종일 싸대진 않아서 안심을 하던 차였는데,

이 날은 또 때마침 똥 기저귀를 갈고 있는 사이에

저를 향해 오줌을 발사한 것입니다.

 

"아~앗"

당황한 저는 저도 모르게 한 손으로는, 잡고 있던 미루의 두 다리를 번쩍 들고

또 한 손으로는 오줌을 막았습니다.

 

여기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리를 번쩍 들자 오줌이 하늘을 향해 발사됐고

한 손으로 그 오줌을 막자, '반사'가 되어

그만 앵앵 거리던 미루 입속으로 그대로 들어가버린 것입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호들갑도 그런 호들갑이 없었습니다.

 

켁켁거리는 미루한테 물을 먹여야 할까

아니면 젖으로 중화시켜야 할까 고민하면서

촐싹촐싹 온 방을 뛰어다녔는데

 

이때 주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놔둬~~괜찮아~~"

 

저는 주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고

미루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요새 미루 얼굴이 약간 노래진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

 

 

2. 주선생님의 수난

 

사실 진짜 수난은 주선생님이 당하고 있습니다.

 

더위를 날려버리겠노라면서

시원하게 샤워를 마친 주선생님이

머리를 닦고, 수건을 걸어 놓는데

수건의 전체적인 색조와 다른 색이 눈에 보였던 모양입니다.

 

"상구, 이게 뭐야...?"

"응? 그거? ....그거 미루 똥 묻은 거네..."

"으으윽....나 그걸로 방금 닦았는데...."

 

수건에 똥이 묻어 있는 건

사실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예전보다 나아졌다 해도 여전히

미루의 똥과 오줌은 집안 구석구석 사해만방으로 퍼져나갑니다.

 

젖먹이는데 한바탕 싸서, 수유쿠션에 똥이 흘러서 묻고

침대보에 묻고, 방 바닥에, 방수요에, 그 위에 깐 얇은 천에 묻고 또 묻습니다. 

 

오줌을 자기 키 만큼은 발사하는데

제 바지에 싸고, "에이~"하면서 갈아 입은 바지에 또 싸고

기저귀 교체하는 그 순간에 싸고,

안고 걷는데, 약간 틀어진 기저귀 사이를 뚫고 제 티에다 또 쌉니다.

 

우리는 망연자실

"그새, 또?"를 거듭 외칩니다. 

 

그런데 오늘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주선생님이 목욕을 시키기 위해

미루를 안아서 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피곤했던지 곧바로 두 손을 모아 얼굴을 감싸고

아래쪽부터 위쪽까지 쭈~욱 쓸어올립니다.

 

곧바로 비명이 터졌습니다.

"으~악, 이게 뭐야~"

 

안고 오는 동안 미루가 똥을 주선생님 손에 쌌고

주 선생님은 그 손 그대로 얼굴을 비볐던 겁니다.

아마, 느닷없이 로션 바르는 느낌이 났을 것 같습니다.

 

주선생님의 얼굴에는

'미루표 로션'이

적당히 펴져서 골고루 발라져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피부, 최대의 위기입니다.

 

오늘은 진정,

주선생님에게 위로가 필요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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