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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

미루 눈 밑에

좁쌀만한 게 오돌토돌 났습니다.

볼 피부도 하루 사이에 거칠어졌습니다.

 

"이거 이유식 때문에 그런 건가?"

 

주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직전에 먹였던 감자를 안 먹이고

다른 걸 먹여보기로 했습니다.

 

양배추를 넣어서 먹이니까

한 이틀 정도 보였던 좁쌀들이 사라졌습니다.

 

이유식 해주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재료를 어떤 걸 넣어주느냐하는 거 말고도

이유식 먹일 때 신경 써야 할 게 많습니다.

 

"케케켁..."

 

양배추 미음을 줬는데

미루가 오만상을 찌뿌리면서 뱉어냅니다.

 

"왜 그러지?...상구~이거 뜨거워..."

 

미음 만들어 놓은 게 다 식어버려서

잠시 중탕을 했고, 확인도 한다고 했는데

엄청 뜨거웠던 모양입니다.

 

"으악...미루야 미안해...다시 식혀줄께..."

 

다시 먹으면서 미루는

이유식 숟가락을 매우 경계했습니다.

그러다가 안 뜨거운 걸 확인하더니

잘 만 받아먹습니다. 단순하고 좋은 아이입니다.

 

양배추 미음을 먹이고 나서

자기도 출출해졌는지 주선생님이

고구마를 집어 먹습니다.

 

자기 혼자 먹으면 됐지

그걸 미루 입에 자꾸 대줍니다.

 

"주지마~~"

"히히~얘 봐..진짜 먹을려고 그래..."

"아, 주지말어~"

"미루야 아빠가 주지 말래.."

 

미루가 막 짜증을 내고, 혀를 낼름거립니다.

 

"정말 좀 먹어 볼래?"

"그거 먹이면 부작용 생겨도 고구마 때문인지 양배추 때문인지 모르잖아~!!"

 

주선생님은 저의 연이은 구박에도 끄떡 안하고

희희낙락 거립니다.

 

"근데 있잖아...미루는 엄마랑 아빠랑 둘이 같이 있으면 표정이 되게 밝아..그치?"

"아니......"

"잉? 그럼?"

"나랑만 있을 때도 밝아.."

"뭐야 그럼..나하고 있을 때만 표정이 안 좋은 거야?"

 

자꾸 미루한테 고구마 먹일려고 하길래

좀 우울하게 만들어줄려고 이렇게 얘기했는데

 

주선생님은 이런 얘기 듣고 얹히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고구마만 잘 먹습니다.

 

아무튼 이유식 제대로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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