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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만들기의 시작과 끝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한데, 음식만들기에 재미를 붙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음식을 만든다는 건 말 그대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된장찌개를 한다고 하면,

그냥 된장찌개를 만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세끼를 몽땅 책임지다 보니까

음식 만드는 것이 그냥 '음식 만들기'가 아니더라구요.

 

우선 오늘은 뭘 먹을까...

아니, 내일은 뭘 먹을까를 고민하는 것부터가 음식 만들기의 시작인 듯 합니다.

 

아무리 된장찌개를 환상적으로 끓인다고 해도,

10끼쯤 연속으로 된장찌개만 끓여 내놓으면

먹는 사람 입장에서 그 된장찌개는 참 맛없는 음식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루 세끼, 2~3일 먹을 메뉴, 일주일간의 식단...

이런 것들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이 없으면 안되겠다..하는 것이죠.

 

그럼 음식만들기의 끝은 뭐냐.

그것은 바로 설거지를 끝내고 힘들어서 잠시 방바닥에 눕는 것 까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냥 마지막으로 간을 맞추는 게 음식만들기의 끝은 아닙니다.

실컷 먹고 나면 다 치워야 그 다음 요리가 가능한 거잖아요.

 

남자들 가운데 요리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가끔 봅니다.

아는 선배 중에는 요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요리를 잘한다고 해서 '음식만들기'를 잘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알아볼 수 있을까?

제 생각에 어떤 사람이 음식을 잘 만드는지 아닌지를 알려면,

지금 집 냉장고에 뭐가 들어 있는지 물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냉장고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꿰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입니다.

이전까지 뭘 먹었고 앞으로 뭘 먹을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야 냉장고 안에 뭐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음식만들기의 핵심은 '냉장고 관리'에 있다!!!

 

..

 

하여튼 요즘엔 음식 만들기가 이전보다 훨씬 더 힘들고, 좀 부담스럽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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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끝에 달렸으면 좋겠다

어릴 때 소원 중에 하나는 손가락 끝에 눈이 달렸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눈이 얼굴에 달려 있어서 불편한 게 참 많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손가락 끝에 눈이 달려 있으면, 여기 저기 구석도 손가락 넣어서 볼 수 있고,

뒤통수도 쉽게 보고 그럴텐데...이런 생각을 했었죠.

 

물론 손가락 끝에 눈이 달려 있으면 코팔 때 드러운게 다 보인다는 둥, 눈 안 달린 손가락으로 파면 된다는 둥의 논쟁도 친구들 사이에서 있었습니다.

 

...

 

오늘 아침에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한 시간 혹은 30-40분 마다 한번씩 애한테 젖을 주면서

문득 주선생님이 꺼낸 이야기입니다.

 

"젖꼭지가 손가락 끝에 달려 있으면 좋겠다~!"

 

듣고 보니 너무 너무 좋은 대안입니다.

 

뭐에 대한 대안이냐면, 지금 모유수유하느라고 너무 힘든데,

그 힘든 점들을 한방에 다 해결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원래 3.4키로로 태어난 애가 지금은 5키로 가까이 나가고 있습니다.

 

근데, 젖을 먹이려고 하다 보니까 그냥 자세가 편하게 안 나오고 ..어찌어찌해서 손목이 굉장히 아픕니다. 양쪽 손목이 "끊어질 것" 같답니다.

 

한 시간 걸러 한번씩 30분 정도 5키로 그램 쯤 되는 물건을

손목 힘만으로 들고 있으라고 하면, 하루나 이틀은 해도 한달, 두달 씩 할 수는 없습니다.

주선생님 지금 그걸 하고 계십니다.

 

저는 시간 날 때마다 손목을 열심히 주무르고, 손목 주변도 막 주무릅니다.

 

손목만 아프면 모르겠는데, 등이랑 허리는 무슨 철심을 박아놓은 것처럼 경직되어 있습니다.

등, 허리는 항상 주물러 주지는 못하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만 한번씩 주무릅니다.

 

또,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애한테서 열이 풀풀 나서 죽을 지경이랍니다.

 

하기야, 요즘 같은 때에 한 시간에 한번씩, 한번 하면 30분 넘게 누구와 붙어 있으라고 하면 정말 매우 매우 더울 것 같습니다. 젖을 먹이는 엄마나 먹는 애기나 다 얼굴이 벌겋습니다.

저는 옆에서 연신 부채를 부쳐줍니다. 이렇게 안 하면 금새 땀띠가 돋습니다.

 

모유수유는 참말로 힘듭니다. 산후 조리...이런 거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세 가지 대안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나는 착탈식 젖꼭지를 만드는 것.  

두번째는 가제트 젖꼭지를 만드는 것

세번째는 젖꼭지가 손가락 끝에 달리는 것..

 

세번째가 제일 맘에 듭니다.

애가 울면 입속에 손가락만 푹 집어넣으면 되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문득 주유소가 생각이 나네요.

 

지금 우리는 이런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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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름을 짓다 2

출생신고서에 '강주미루'라는 이름을 적어서 공무원 노동자분께 내밀었습니다.

 

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막 지나갔습니다.

'이름 이상하다고 하면 어쩌지?'

 

하지만, 출생신고서를 받아든 공무원은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6시가 2분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굉장히 빠른 손놀림으로 이름이랑 생일 같은 것들을 컴퓨터에 입력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다 문득, 제 마음 속에서는 아까 '강주미루'를 적을 때 망설였던 걸 만회하려는 듯...한 가지 생각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저기...성은 '강'으로만 입력되죠?"

"네.."

"사실 이름은 주미루가 아니라 미루이고, 주는 엄마 성인데요.."

"네.."

"'주'자를 성 입력하는 란에 써주시면 안될까요?"

"그건, 안되는데요.."

"(역시) 그렇죠?"

 

..

 

"그럼, '미루'는 그냥 한글이고, '주'는 한문인데요...이름 쓰시는 란에 '주미루'를 쓰실 때, '주'는 한문으로 입력해주시면 안되나요?"

 

어떻게든 '주'가 성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입니다.

 

저의 어려운 요구에,일하시는 분은 처음 들어보는 요구라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면서 구청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구청에는 좀 더 많이 아는 분이 일하고 계셨나보죠.

 

한참 동안 전화를 한 후 ..

 

"안된다는대요"

...

 

"법에 '이름은 모두 한글이름이거나 한자 이름이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나요?"

갑자기 1년에 한두번쯤 발동하는 저의 '꼼꼼하게 따져묻기'가 발동했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안된다네요"

 

"출생신고서 뒷쪽에 보니까 이름은 5자 이내로 쓰라고 되어 있는데, 그럼 최대 5자로 이름을 지어도 모두 한글이거나 모두 한자이거나 그래야 겠네요"

 

"..그런 것..같은대요?"

 

"좀 말이 안되는 것 같지 않나요?"

 

"암튼 여기 (컴퓨터)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식으로 입력은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그건 프로그램 만든 사람 잘못이거나 정부 잘못인 것 같은데요?"

 

"구청에 물어보시죠"

 

"네.."

 

타고난 천성이 고분고분한 저는,

결국 구청에 물어봐서 의문점을 해결하기로 하고 동사무소를 나왔습니다.

 

이름 등록한 게 16일이고 지금이 23일이니까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아직 구청에 전화를 하진 못했습니다.

평소 저 하는 걸로 봐서 아마 전화를 안 할 것 같습니다.

 

아..이거, 참.

뭘 해도 오래 못하는 거, 이거 언제 고쳐질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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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름을 짓다 1

애 이름을 지었습니다.

 

태어나고 한달 내에 출생신고 해야지 안그러면 과태료 낸다고 하고,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애 이름이 필요했거든요.

 

애 이름은 '미루'.  인도철학에서 '세상의 중심'이란 뜻입니다.

 

"너 혼자 잘 나게 살아라." 그런 뜻은 아니구요.

사람 마다 '세상'에 대한 해석이 다 다를텐데, 주선생님과 논의한 바에 따르면 '세상'이란 민중이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이 이름을 듣는 사람들은 아마도 첫반응이 '뭘 미뤄?' 일 것 같습니다. 주선생님 어머니께서 그러셨거든요.

 

동사무소에서 출생신고 하면서 갈등이 심했습니다.

 

이름 짓기 전부터 제 성과 주선생님의 성을 동시에 쓰는 데 아무 이견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애기의 성은 '강주'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막상 동사무소에서 이름을 적어내려고 하니까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등록은 '강'으로 하고 부를 때만 '강주'라고 부르면 안되나?'

'어차피 현재 시스템상 성은 '강'으로만 등록될 거 아냐..그러면 이름이 '주미루'가 되는 건데.. 이상하잖아'

'왜 성이 하필이면 '강'하고 '주'지? '강주'...느낌이 별로 안 좋아. 입에 착 안 달라붙잖아'

.

.

.

.

 

주선생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성이 '강주'가 되는 거지?"

 

주선생님께서 대답했습니다.

"어.."

 

이 대답에는 제가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무게감이 실려 있었습니다.

'...결국 '강주'로 쓰는 것인가?'

 

'람들이 '강주미루'가 사람이름 맞냐고 하면 어쩌지? 애가 평생 놀림받을텐데..'

'마, 별명은 '조미료'가 될 거야..'

 

...

 

저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까 공무원 퇴근하는 6시에 2분 밖에 안 남은 5시 58분이었거든요.

 

과감하게 '강주미루'라고 적었습니다.

한자 한자에서 작은 떨림이 계속 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루'자를 다 적은 다음 스스로 외쳤습니다.

'너 한테 실망이다. 알고보니까 하나도 진보적이지 않잖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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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대학생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되다.

지난 일주일간 우리의 과업은 '모유수유'였습니다.

 

누구나 다 먹이는 모유,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울까 싶었는데..이게 장난이 아니네요.

 

우선, 가장 큰 어려움.

엄마 젖꼭지가 너무 아프다는 겁니다.

 

애기가 인정사정 없이 젖꼭지를 깨뭅니다.

 

참다 참다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진 주선생님께서는

병원의 모유수유상담센터에 전화를 했고,

'작전상후퇴'를 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며칠 분유를 먹이고 그 사이에 약 바르고, 젖꼭지를  좀 쉬게 한 다음

다시 시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뭐, 아는 게 없는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물론, 그냥 젖병 말고,

먹이는 부분이 숟가락 형태로 된 '스푼형 젖병'이 있는데 이걸 사용했습니다.

이걸 써야, 나중에 애기가 '유두혼돈'이 안 온다고 하더군요.

 

그냥 젖병 썼다가는 엄마 젖을 아예 물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스푼형 젖꼭지의 특징은

분유가 한번에 많은 양이 마구 애기 입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제가 먹이길 잘 못 먹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그래서 애기는 한 20분에서 40분 동안에 걸쳐 먹어야 할 엄마 젖하고 비슷한 양의 분유를

5분도 안 돼서 먹어치웠습니다.

 

이렇게 먹고 나서 한 3시간 쯤 잠을 자고,

또 깨면 냅다 분유를 입속에 붓고...이런 식으로 이틀쯤을 했습니다. 이땐 좋았죠.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애가 대학생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된 것입니다.

 

무슨 얘긴고 하니,

스푼형 젖병으로 분유를 먹다가 엄마 젖을 다시 물렸는데

한 5분 빨다 잠드는 일을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젖 5분은 그렇게 배부른 양이 아닙니다.

당연히 1시간도 안돼서 배고프다고 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짓을 밤새...정말 밤새도록 해대고 있습니다.

 

젖먹은 시간 체크하는 우리의 차트에는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2시 직수(직접 수유) 10분

1시 30분 직수 10분

2시 30분 직수 10분

3시 20분 직수 10분

4시 15분 직수 10분

5시 30분 직수 10분, 분유 90cc

8시 30분 직수 10분

 

5시 30분부터 8시30분, 이 시간이 바로 취침시간입니다.

 

밤새 보채다가 해뜰때쯤에야 잠드는 생활.

이것이 대학생의 라이프 스타일 바로 그것 아닙니까.

 

대학생들도 술집에서 밤새 보채다가 해뜨면 집에 들어가잖아요.

 

주선생님 직수하시는데, 옆에서 다리 펴고 널부러져 자기도 뭐하고,

저도 덩달아 한시간 마다 일어나서 이런 저런 보조를 합니다.

 

아...밤에 잠을 못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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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는 이럴 때 필요하다

임신 기간 10달, 그리고 출산 후 현재까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마

'남편이 얼마나 함께 하는가'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상당히 많은 남편이

임신 및 출산을 함께 해 나가는데 관심이 없습니다.

 

말로 도와주는 거 말고,

실제로 함께 그 과정을 겪어 나가는 것 말입니다.

 

이래 저래 들은 사례 몇 가지.

 

부인이 자꾸 입덧을 심하게 하니까,

남편이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합니다.

 

"입덧은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어.

정신력으로 안되는 건 없잖아. 좀 참아봐~"

 

또 어떤 남편은,

부인이 배가 불러올 수록 해달라는 게 많고

자기 입장에서는 점점 귀찮아지니까

아예 핑계를 만들어서 매일 늦게 들어온답니다.

 

어느 집은,

남편이 집에서 개를 키우는 데 그 개한테 정 붙어서 다른 데로 못 보낸다고...

그래서, 막 태동하는 애 보다도 개를 더 이뻐한다고..

 

 

대개는 임신 하기 전이나 임신한 후나

남편의 생활은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몸 상태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걸 제대로 이해도 안 해주고,

집안 일 도와주는 경우도 거의 없죠.

 

하기야, 애 낳기 전에 육아 잡지를 보니까 

 

'미리 준비한 아이의 옷과 기저귀를 빨아서 햇볕에 말린다',

'입원 준비용품을 반드시 챙긴다' 하는 식으로

출산 30일 전부터 30일 동안 뭘 해야 하는지가 날짜별로 적혀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집에 혼자 있게 될 남편을 위해 냉장고를 정리해 둔다.

입원 기간 중 잘 지낼 수 있는지...어쩌고 저쩌고'

 

애 낳기 직전 만삭인 상태여도

여자는 여전히 남편을 챙겨야 합니다.

 

남자는 아무리 부인이 만삭이어도

그 부인한테 밥 얻어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임신과 출산을 함께 준비하는 것..그게 뭔지 알리도 없고 실천할 리도 없습니다.

 

사무실의 어떤 후배가 한참 전에 웃으면서 한 이야기가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임신했을 때 하나도 안 힘들었어~~!!"

 

그때는 그 이야기 들으면서, "아, 힘든 사람도 있고 안 힘든 사람도 있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부인 임신했을때 그 인간이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을 확률이 훨씬 큽니다.

 

상황이 이러니, 여자들은 임신하면서 당하는 고통을 다 그냥 참고 있습니다.

원래 그렇지 뭐..이러면서 참죠.

 

입덧하지, 허리 아프지, 갈비뼈 아프지, 팔다리 얼굴 다 붓지, 치질 생기지..

 

그래도 운동 같이 해주는 남편 없고, 저녁 마다 팔 다리 주물러주는 남편 드뭅니다.

그걸 요구하지도 않고, 그냥 임신하면 으레 이런 거지 하면서 참습니다. 

 

임신하면 몸이 그런 식으로 힘들어지는 것은 맞지만,

매일 매일을 그렇게 힘든 채로 지내야 하는지

아니면 그래도 좀 괜찮게 보낼 수 있는지는 남편의 노력여하에 달려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연대'는 이럴 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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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달라보이는 세상

사람은 확실히 처지에 따라서 세상이 달라 보이고, 철학에 따라서 세상을 달리 해석한다.

 

1.

 

예전에 대림동에 살 때 자전거를 산 적이 있었다.

 

겨울이었는데,

날도 추운 데 자전거 타고 다닐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그냥 냅다 샀더랬다.

막상 자전거를 타고 거리에 나서자, 세상에..

동네 사람들 중에 웬 자전거 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그 전엔 전혀 몰랐었는데, 겨울철에도 정말 자전거 많이 타고 다니더라.

 

 

2.

 

지하철 탈려고 계단에서 뛰다가 다리를 접질린 적이 있었다.

한달 쯤 깁스를 하고 다녔는데,

깁스하고 병원에서 나온 순간, 세상에..

동네 여기 저기에 한쪽 다리, 한쪽 팔, 혹은 양쪽 다리 모두에 깁스를 한 사람들이

정말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깁스한 사람들과 스치면서 매번 느끼는 동지적 애정은 꽤 끈끈했다.

 

 

3.

 

같이 사시는 분이 임신을 하고 나서

세상 여자들은 임신한 여자와 임신하지 않은 여자로 나뉘는 것같은 착각에 빠졌다.

불룩 나온 배 때문에 어기적 어기적 걷는 임신부들,

얼굴, 팔다리 퉁퉁 부어서 다니는 임신부들이 동네에 정말 많이 보였다. 

 

 

4.

 

요즘엔 애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아이들에 대해 정말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자전거 처럼, 깁스한 환자 처럼, 임신부 처럼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그저 이쁘고, 귀여워서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그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때문이다.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고 곧바로 옆에 늘상 붙어 있는 아이 엄마, 혹은 할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을까. 얼마나 지독하게 고생했을까. 아이 아빠는 또 얼마나 무심했을까.

 

요즘 내 눈에 아이들은 엄마와 할머니들의 고생, 노력, 고통, 인내 뭐, 이런 말들의 결정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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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휜다~!!!

본격 육아 휴직 들어간 지 8일이 지났고 이제 9일째 되는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8일 동안 정말 너무나 열심히 일했습니다.

 

기저귀 갈기 하루에 20회,

3끼 식사 준비,

식사와 식사 사이에 간식 신경 쓰기,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아이 옷 삶기

그 밖에도 생각 못했던 이 일, 저 일...

 

아무튼 단 한 시간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일들이 쏟아졌습니다.

 

고딩때 공부할 때도 이 정도로 열심히 하진 않았었습니다.

그때 공부 안하면 나 혼자 좌절하면 그만이지만, 지금 일 안하면 곧바로 두 사람이 좌절입니다.

 

또,

 

인내심을 키우고, 정신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만점인 상황들도 많이 벌어졌습니다.

 

기저귀 갈고 있는 데 오줌을 갈겨서 방금 빨아 말렸던 요, 이불, 각종 깔개 등을 다시 빨기

 

젖 먹였는데 울어서 기저귀 갈아줬더니 1분 있다 다시 울고, 트림 시켜줬더니 트림 하고 나서 울고, 달래줬더니 괜찮아졌나 싶다가 다시 울고, 그러다가 다시 배고프다고 울고, 또 기저귀 갈고, 또 트림 시켜주고, 또 달래주고..

 

이걸 반복하다 보면 새벽 3시도 되고 4시도 됩니다. 물론 5시도 되고 6시가 될 때도 있습니다.

 

가장 강한 정신력을 요구했던 건 이렇게 해서 밤을 샌 날 오전에 사무실 사람이 전화해서 이렇게 물었던 겁니다.

 

"잘 쉬고 있냐?"

 

이 말을 들으면서도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수양'하면 부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옛날에 우리 부모님들이 "허리가 휠 정도로 일을 하셨다"고 하실 때

"음..적절한 비유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허리가 휘기 직전입니다.

 

...

 

제 허리가 휠려고 하는 건 그냥 일이 많기 때문 보다는 사실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8일 동안 일을 하면서 한 6일째 되는 날부터 허리 위 등쪽이 너무 아파왔습니다.

 

좀 심각합니다.

하루 종일 대체 뭣 때문에 아픈가 생각해봤는데..

 

이유를 찾았습니다.

 

일단 대부분의 일들이 상체를 굽히고 하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싱크대가 너무 낮았습니다.

키에 안 맞게 너무 낮은 싱크대에서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다보니, 몸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싱크대가 주로 여자들 평균 키에 맞춰 나오다 보니까 저에게는 영 맞지 않았나 봅니다.

남자들이 부엌에 와야 남성용 싱크대를 만들든지 말든지 하지...싱크대 설계한 노동자가 앞에 있으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상태는 일종의 근골격계질환에 걸렸다고 봐도 될 정도의 상황입니다. 

아..아파죽겠습니다.

 

수천년간 여자들을 부엌에 쳐박아뒀던 남자들을 대신해서 제가 대표로 고생하는 느낌입니다.

좀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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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뭘 하지?

남양 유업에서 집으로 뭔가가 날라 왔습니다.


‘아기 돌보기’라고 출생 시부터 유아기까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책자더라구요.


1개월 때는 뭘 하고 2개월 때는 뭐하고...

예를 들자면 1, 2개월 때 기저귀 채우는 법, 성격 교육, 외기욕(이건 처음 들어보는 말입니다), 아기를 안아주는 방법 등등..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보면 이런 식입니다.

"생후 1, 2개월 된 아기는 몸이 충분히 발달해 있지 않으므로...엄마가 안아주면 모정이 싹터.."


3.4개월 때는 “주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사람과의 접촉을 좋아하게 됩니다. 엄마가 가까이 가거나 말을 걸면..”

“아기는 안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기를 안을 때 머리를 엄마의 왼쪽 가슴에 두면 심장 고동을 느껴 아기가 안정..”



5.6개월 때는 “이제부터는 혼자 노는 습관을 익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되도록 엄마의 눈길이 미치는 곳에 있도록 하는 것이...”

“어머니의 지혜에 따라 가정용품 중에서도 아기에게 훌륭한 장난감이...”

 

여기까지 읽다가 문득,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내가 육아를 할 건데..

그 책에는 그 많은 일을 전부 엄마가 하라고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읽어봤습니다.

아빠는 언제 등장할까...

 

그리고, 결국은 찾아냈습니다. 아빠가 처음 등장하는 때는 아기가 7,8개월 때였습니다.

제목은 "아빠도 함께 놀아줍니다"

 

7.8개월 아기 때에는 “혼자 놀기보다 어른들이 놀이 상대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어른이 지쳐 싫어질 정도로 몇 번이고 반복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 때에는 아기의 놀이 상대로 아빠의 참가가 필요할 것입니다”

 

결국 아빠가 아기를 키우면서 하는 역할은 애랑 '놀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아기가 놀면서 기뻐 좋아하는 소리에 엄마, 아빠 까지도 같은 즐거움 속을 ..."

여기까지 읽으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더군요.

 

어떤 선배가 저한테 한 말입니다.

"육아 휴직 해봐야 남자가 할 일이 없어. 방해만 돼"

"그리고, 고생도 별로 안 해. 애가 얼마나 이쁜데?"

 

아마 그 선배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책에 적혀 있는 대로 했던 모양입니다.

한 6개월은 아무것도 안 하고, 7,8 개월 쯤 됐을 때, 하루에 한 번씩 놀아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곧이곧대로인 사람 같으니라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자들이 다 이런 식이니까

낮 동안 내내 애 보채고 울고 그럴 때는 없다가 밤에만 잠깐 나타나서 애기 얌전해졌을 때만 본다는 이야기를 여자들이 할 법도 합니다.

 

책을 끝까지 봤습니다. 아까 그 경우 외에 아빠는 한번 더 등장합니다.......

9.10개월 됐을 때 애가 모험심과 탐구심이 생기고 호기심이 많아져서

아빠 엄마가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을 많이 한다는 군요.

여기서 아빠의 역할은 깜짝 놀라는 일입니다. 그다지 힘이 드는 일은 아닐 듯 합니다.

 

책에는 애를 키우는 사람은 당연히 여성이라고 되어 있네요.

사실, 뭐, 아기 젖을 먹이는 것 이외에는 대부분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3,4개월때쯤 한다는,

아기를 안고 왼쪽 가슴에 대서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게 하는 일

 

..남자 심장 소리가 특별히 불량스러운 게 아니면, 이거 아빠도 할 수 있는 일이죠

그거 말고, 밥하고 빨래하고 기저귀 갈고..등등 할 수 있는 것 태반입니다. 

 

아빠가 애 키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책을 한 10년 이내에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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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 필요하다...

 

임신 중이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나 말고, 주선생님 임신했을 때.


임산부한테는 운동이 아주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책에도 그렇게 써 있었고, 의사들도 다들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그러면서 걷기, 수영 등이 좋은데  특히 임신 후반부로 갈수록 걷기가 아주 중요하니까 하루에 한 시간씩 꼭 걸어야 한다고 그랬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임산부들의 반응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가장, 흔한 반응은 이것이었습니다.


“근데, 어디서 걸어?”


아파트를 한 시간 동안 그것도 매일 빙빙 돌거나

주택가를 매일 한 시간씩 배회하면

저 임산부 좀 미친 것 같다는 소리 듣기 딱 좋죠.

사실 별로 재미도 없구요.


그래서 우리의 임산부들은 주로 어디를 이용하냐면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에 가서 한 시간 동안 열심히 걸어다닌다고 합니다. 원래 마트나 백화점 가끔씩 가기도 하겠지만 임신해서 운동의 장소로 마트, 백화점을 찾는다는 건 좀 슬픈 일입니다.


공원이 좀 많아야 할 것 같습니다.

멀리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가는 한강시민공원, 여의도 공원 그런데 말고

한 5분만 걸으면 동네 사람 다 나와서 동막골 분위기 연출하는

그런데가 좀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노동자들이야 돈 벌이 하느라고 맨날 밤늦게 끝나서

집 근처에 공원이 있으나 마나이긴 하지만,

그건 또 따로 풀어야 할 문제이고..공원은 어쨌든 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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