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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고] “투쟁하지마!”

투쟁하는 조합원 징계하는 민주(?)노조

 

서울일반노조에서 투쟁하는 조합원들에게 보낸 징계위 출석요구서
[출처: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투쟁승리를 위한 공대위 공식페이지]

 


최근 들어 민주노총 소속 상급단체들에서 장기투쟁 사업장의 투쟁을 조속히 정리하기 위해 불충분한 사측 안에도 불구하고 긴 투쟁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의견 불일치를 이용해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노골적으로 분열시키고 투쟁을 지속하려는 조합원들을 소수로 몰아 소위 “조합민주주의”를 내세워 배제하는 경우가 연달아 생기고 있다. 사실 이런 일들이 하루 이틀의 일이겠냐만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분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한 발 더 나아가 투쟁을 계속하는 조합원들을 “조직의 논리”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아예 징계․제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0월8일 강행될 예정인 서울일반노조의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봉혜경 조합원께서 사노신에 그 동안의 상황을 정리한 기사를 기고해주셨다. 우리는 이 투쟁을 지지하며 기고를 허락해 주신 봉혜경 동지께 감사를 드린다. [편집자]



봉혜경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분회 조합원)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서 2012년 12월 28일자로 계약해지통보를 받고 쫓겨나 원직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조합원 봉혜경입니다.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은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업무의 정보화를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곳으로 복지공무원, 사회복지시설, 보건소, 보육시설, 사회서비스(바우처)등이 사용자입니다. 근무했던 상담센터는 전산시스템운용에 관한 전반적인 상담을 하는 곳으로 상담원 전원이 계약직(비정규직)입니다. 그동안 입사일 기준으로 만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에 들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서는 작년 연말에 140여명의 상담원 중 42명을 무더기로 해고하였습니다. 해고당한 상담원 중 8명만이 남아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에 가입하고 복직투쟁을 시작한지 벌써 10개월째입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복직투쟁을 사수했습니다. 그런데 5명의 조합원이 투쟁을 이탈하더니, 기어이 사측과 개별 접촉하여 8월 1일자로 회사에 ‘신규채용’ 형식으로 복귀하였습니다. 3명의 조합원은 ‘근속․경력인정 없는 신규채용 합의안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계속 투쟁을 진행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에서는 ‘조직이 투쟁을 접기로 결정했는데 그 결정사항에 따르지 않는다.’고 투쟁하는 조합원 3명을 징계한답니다.
 

징계사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성명서 발표 건’이고, 또 하나는 ‘조직에서 중단하기로 결정한 투쟁을 계속한다.’는 이유입니다.
 

투쟁을 그만두라 종용하고 조합원들의 분열을 유도하는 상급단체 
 

7월 7일, 고용노동청의 최종합의안은 ‘신규채용 1년 계약직’이었습니다. ‘근속․경력인정이 되지 않아 3명의 조합원은 합의안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합원들은 의견조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7월 10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위원장 이화민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용석정이 출근투쟁을 진행하는 조합원들 앞에 나타나 “서울일반노조의 결정사항이다. 첫째, 서울일반노조는 7월 4일 합의안을 무조건 받는다. 둘째, 조합원들이 합의를 하지 못하면 5명의 조합원을 데리고 회사에 복귀한다.” 라고 통보하고 사라졌습니다. 같은 날 극동빌딩 앞 집회에서 여는 발언을 통해 용석정 수석부위원장은 음주상태로 “조합원이 합의안을 두고 5대 3으로 나뉘었다.”라고 사측과 정보관에게 공개적으로 알렸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조합원 8명은 그동안 용석정 수석부위원장에게 쌓인 불만과 집회에서의 발언을 문제 삼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결정했고, 다음날 아침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와 서울일반노조 상근자 책상위에 성명서를 배포했습니다. 그러나 성명서 발표를 이유로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는 “이후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분회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유보한다.”고 했습니다. 5명의 조합원은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가 원하는 해명서를 내주기로 결정, 방법과 절차상의 문제를 인정하고 내용의 진위파악은 추후에 확인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가 원하는 문구대로 해명서를 발표하여 성명서 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성명서와 해명서 발표 후, 조합원 5명은 연락을 끊고 투쟁에도 결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의 입장을 용석정 수석부위원장에게 전달하였다”고 말하며 더 이상 합의안에 대한 의견조율을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조합원 5명은 7월 30일 회의에 나타나 ‘노조를 탈퇴하고 신규채용으로 복귀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서울일반노조는 투쟁을 계속할 것인지 그만 둘 것인지를 조합원투표에 붙였습니다. 당연히 8월 1일부터 출근할 것이기 때문에 5명의 조합원은 투쟁을 접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투표결과에 따라, 서울일반노조도 투쟁을 접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3명의 조합원은 근속․경력, 민주노조 인정이 없는 합의안을 받을 수 없기에 계속 투쟁하기로 하였습니다.
 

8월 1일,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 용석정 수석부위원장과 박문순 사무처장이 ‘노동청 협력관 황명진과 사측관계자를 만나기로 했다.’며 극동빌딩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조합비 자동이체를 해제했으나, 아직도 5명은 조합원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이에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기위해 사측 관계자를 만나 읍소하기 위해 만나기로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측과 노동청 협력관 황명진과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는 노동조합을 탈퇴하고자 조합비 자동이체를 해제하고 회사에 개별 복귀한 조합원들은 보호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합의안을 인정하지 못해 계속 복직투쟁을 하는 조합원은 징계하려고 합니다. 노동조합의 역할은 조합원 내부의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것입니다. 상급단체가 먼저 결정하고 그 결과를 따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투쟁했던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투쟁을 접으려는 조합원 5명은 상급단체가 ‘자신들의 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3명의 조합원들과 의견을 조율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잠수를 타버린 것입니다. 그마저도 기간이 유야무야 길어지니까 견디지 못하고 민주노조마저도 버리고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정당한 투쟁을 가로막는 “조직의 논리”
 

그러나 3명의 조합원들을 배신하고 복귀한 그들에게는 미움이 없습니다. 그동안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를 통해 ‘민주’노조 활동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몸소 겪으며 체득한 결과였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만약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가 반조직적 행위를 문제 삼는다면 복귀조합원 5명의 반조직적인 행위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꾸로 민주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나머지 조합원 3명의 투쟁을 문제 삼아 제명시키려 합니다.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행태들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되는 시점입니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것은 잘못된 현실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원칙을 지키는 투쟁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는 이것이 조직의 논리에 위배된다고 합니다. 1년짜리 신규채용에 응해 복직하여 내부투쟁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일 년을 투쟁해서 얻어낸 것이 고작 ‘신규채용’이라면, 현장 노동자들을 민주노조 활동으로 조직하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현장에 복귀한 5명의 (전) 조합원들조차 민주노조 활동에 회의적인 상태였기에, 1년 신규채용에 응하지 않고 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소수의 의견이라고 무시당하고, 투쟁의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투쟁을 계속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습니다.
 

해고를 당하고, 그 부당함에 항거하기위해 ‘조직’의 힘이 필요해서 민주노총에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다시 ‘노동자에게 조직의 논리가 우선이니, 조직의 결정을 따라 투쟁을 그만두라’고 합니다. 그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조합원의 자격을 박탈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과연 ‘민주’노총 산하의 서울지역본부, 그리고 산하 조직인 서울일반노조에서 발생된 일이기에 서울일반노조 만의 문제인지 묻고 싶습니다. 앞서 이야기되었던 문제들이 정말로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 만의 문제입니까? 정말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지 못한 것입니까? 그래서 정말 투쟁을 그만 두어야 하는 겁니까?

 

* 상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참고 링크

1. [제안서] “복직투쟁 300일.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투쟁승리를 위한 투쟁사업장 및 연대단위 합동간담회 참석요청 및 제안서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cool&id=46716&page=1

2.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는 투쟁하는 조합원에 대한 징계시도를 중단하라
- 굽힘없이 투쟁하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분회 3인 동지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
-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cool&id=46658&page=1

3.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분회' 투쟁하는 조합원에 대한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의 징계시도 강행 관련 사실관계 상황정리.
-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cool&id=46677

4.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분회 해고자 복직투쟁 경과과정 보고 
-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분회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cool&id=46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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