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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월호][노동]홍대입구역에서 1인시위를 진행한 도우너씨 인터뷰

  • 분류
    노동
  • 등록일
    2011/03/02 16:04
  • 수정일
    2011/03/02 16:05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사용자 삽입 이미지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서양화과 졸업한지 2년 된 전업화가다. 생활비는 조금 조금씩 번다. 작업실에서 취미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과외를 하기도 하고.

 

홍대 투쟁을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었고 1인시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사실 1월10일 정도까지는 그냥 뉴스기사로 ‘이런 일이 있었다더라’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트위터에 여기 홍대 미대 학생이 같이 청소노동자분들 초상화를 그릴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고, 그걸 친구가 이야기해줘서 “아 그럼 나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초상화 그리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나도 뭔가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마침 1월1일부로 과외가 다 짤려서 시간이 많기도 했다. 그 친구를 통해서 청소노동자 아주머니들과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초상화를 그려드리면서 조금씩 친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17일에 작업실에서 인터넷을 하는데 노컷뉴스 기사에서 오전에 기자회견을 하시던 청소노동자 아주머니들이 울고 계시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초상화를 그려드렸던 분들도 배경에 보이는 것 같았다. 가슴이 매우 아팠고, 뭔가 이 사건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그날 저녁부터 1인시위를 시작했다.

 

1인시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것이 있나
사실은 경찰이 한 번 왔었다. 아무래도 홍대 전철역 안에서 하다보니 역무원이 와서 자꾸 나가라고 했다. 자꾸 이러면 경찰을 부를거라고 했다. 괜한 마찰을 일으키기 싫어서 매번 지하상가 쪽으로 비켜주었으나 하루는 화가 나서 “1인시위는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집시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경찰이 와도 잡아갈 수 없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역무원이 정말 경찰을 불렀다. 그 역무원은 경찰이 이걸 잡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잡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주민신고가 들어왔는데 좀 혐오스럽다고 한다. 자리를 비켜줄 의향이 없느냐?”고 권유를 했다. 나는 “비켜줄 의향이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잘 마무리되었다.

 

다른 투쟁에 비해 홍대 투쟁에서는 온라인 활동도 활발했지만 온라인에서 투쟁을 알게 된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의 실천도 활발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나도 사실 좀 의외다. 나 자신도 왜 이 사건에 이렇게 끌렸을까 잘 모르겠다. 그냥 개인적으로는 홍대가 미대가 유명하니까 같은 미대생으로서 좀 더 가깝게 느껴진 거 같고 (미대에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데 대학 다닐 때 쓰레기를 마구 버렸던 게 생각이 나면서 청소노동자분들께 죄송스러웠다), 홍대 이 주변이 좋은 카페나 공연장도 많고 젊은 분위기여서 그런지, 홍대로 모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 것 같다. 사실은 내가 작년에 과외하던 집이 양재IC 근처라서 과외를 오갈 때마다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사람들이 데모하는 게 보이곤 했었다. 그런데 그때는 왠지 분위기가 아저씨들이 좀 무섭기도 하고, 양재IC 사거리가 황량하기도 해서 혼자서는 절대 근처에 구경도 못갈 것 같은 삭막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농성장에 여성분들도 많아서 그런지 아기자기하고 편한 분위기가 있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발길을 끄는 것 같다.
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여진 씨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스크린의 꽃이라 불리는 여배우가 이런 사안에 뛰어든다는게, 언뜻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이번 사건의 전체적인 인상을 유화시켜준 것 같다. 그래서 노동운동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거부감이 줄어들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분이 트위터를 열심히 하시면서 ‘날라리 외부세력’이라는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 20∼30대 젊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신 것이, 젊은 트위터리안들을 현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도 트위터를 통해서 접해본 적이 있나

트위터를 시작한 게 길지 않아서 많이 접하진 못했었는데 ‘모닝’ 만드시는 동희오토 분들 이야기는 한 번 접했었다. 그러나 그냥 한 번 글을 읽고 마는 정도였지 내가 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처음 이 홍대 사건을 접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홍대 미대 학생이 같은 미대생으로서 사람을 모집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 학생이 아니었으면 나는 다른 투쟁과 마찬가지로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을 것 같다.

 

기존에 운동단체에서 주최하는 집회, 투쟁에 연대해본 적 있나
그냥 재작년에 그 FTA 반대하던 촛불집회, 광화문 사거리에 명박산성 쌓고 그럴 때 대학 친구들이랑 갔던 것 정도이다. 그런 종류의 대규모 집회가 있다고 하면 가끔 아는 친구들이랑 개인적으로 가곤 한다. 어떤 운동단체가 주최하고 여기 주최가 어딘지 그런 걸 잘 알진 못한다.


예전에 참여한 집회와 홍대 집회와 다른 느낌이 있나
어쨌든 내가 여길 참여하는 방식이 기존 집회를 참여했던 방식과 달라서 느낌은 많이 다르다. 청소노동자분들과 안면이 있다보니 도우너 옷 입고 집회 있을 때 참여하거나 점거농성중인 문헌관에 찾아가면 매우 반겨주시고 좋아해주신다. 이럴때면 참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찾아오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는 문화 콘텐츠랄까 시각적인 콘텐츠가 많은 것 같다. 정문에 옷 같은 것(홍대 정문에는 청소노동자들의 작업복을 걸어놓은 설치미술품이 있다)도 걸려있고, 조선일보 광고에 썼던 일러스트도 그렇고, 문헌관 이곳저곳에 미대생들이 만들어놓은 작품도 그렇고, 하고자 하는 얘기를 글 외에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많은 것이 다른 집회랑 다른 분위기인 것 같다.

 

연대하면서 노동운동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었나
사실 내가 기존 노동운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곳이 분위기가 가족적이고 문화적인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판단도 상황이 끝나야 제대로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이 농성이 안 좋게 끝나면 ‘아 내가 그때 왜 이렇게 설렁설렁 했지? 좀 더 과격하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제는 집회가 끝나고 다같이 다음 아고라에서 받은 10,000명 지지서명문을 행정실에 전달하러 갔었는데, 행정실 문은 잠겨 있고 교직원 한명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조합원들에게 둘러싸이게 되었다. 이 와중에 약간 시비가 붙었는데 홍대 농성장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걸 처음 보게 되었다. 나는 좀 울컥하면서 ‘아, 이게 그냥 적당히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구나. 내가 좀 안일하게 생각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대의 지금 이 분위기가 무조건 좋다고 평가하긴 아직 어려울 것 같다. 결국은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투쟁에 트위터가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나는 현재로서는 트위터는 매우 훌륭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포털사이트와 같은 공급자 중심의 어플리케이션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정보의 검열이 적고, 점조직적이고 열린 관계를 통해서 정보가 신속하고 빠르게 전파된다. 이번 홍대 사건도 상황이 일어난 초기부터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했다. 그리고 자발적인 참여인을 만들었다. 이는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서는 많은 사람들을 현장으로 모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뷰한 날 | 2월1일
정리 | 정지원 (jeewon@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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