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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월호][환경]구제역, 육식시대에 경종을 울리다

 기고|문주란

 

지난 봄, 구제역 확산으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정부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무조건적인 살처분을 대안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식수 오염 등 2차 피해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을 하는 문주란 동지가 구제역과 살처분 처리에 대해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였는지에 대해 글을 기고해 주었다. 기고글은 본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주]

 

지난 4월17일에서 22일 사이 경북 영천의 돼지농가 3곳에서 구제역이 잇달아 발생했다. 이들 농가 돼지들은 모두 지난 1~2월 두 차례에 걸쳐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받았다. 정부가 가축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한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정부는 발생농가에 대해 살처분과 함께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는 등 이 지역의 방역을 시작했다. 돼지 출하를 앞두고 있던 농민들은 지난 겨울과 봄에 시달렸던 공포가 되살아난 듯 구제역이 다시 창궐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로 인해 식수를 비롯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의 오염으로 주민들의 고통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재앙을 키우는 살처분

 

구제역이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넉 달 동안 소와 돼지 350만 마리가 살처분과 매립으로 죽어갔다. 급하게 방역 작업을 하다 보니 살아있는 돼지를 구덩이에 파묻기도 하고 지하수가 솟는 곳에 매립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수의 살처분과 매립, 그리고 인수의 이동제한 등의 방역조치에도 불구하고 안동에서 처음 확인된 구제역은 진정되기는커녕 전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정부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안동의 한 농민에 의해 국내로 유입됐다고 발표했고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활동으로 살처분과 매몰을 진행했다. 하지만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농민의 입국일과 구제역 발생일의 차이가 16일로 구제역 바이러스 평균 잠복기인 3~4일과 많이 차이가 났다.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형 검사에서도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가 2010년 발생한 경기 강화와 충청지역 바이러스와 유사했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 볼 때 이번 구제역 사태가 이미 국내 여러 지역에 존재하고 있던 구제역 바이러스의 발현에 의해 발생했다고 추정된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미 자연에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면 유입경로 차단이 아니라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를 형성하고 동물의 면역력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적절하다. 구제역은 치사율이 1~5%정도로 구제역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치료가 진행되면 대다수의 가축이 죽지 않고 항체를 형성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구제역을 박멸할 수 있는 질병으로 간주하고 육류수출에 대한 욕심과 청정지역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350만 생명을 살처분했다. 그러나 살처분은 가축과 바이러스의 공진화(여러 개의 종(種)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하여 가는 일) 기회를 박탈하고 저항력 강한 가축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구제역의 확산을 가속화시키고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구제역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만을 가져왔다. 더구나 지난해 남한의 쇠고기, 돼지고기 수출액은 22억원으로 이번 구제역으로 입은 피해 3조원과 비교할 때 청정지역에 대한 고집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재앙을 장기화시키는 매립

 

 

△ 출처 : 마창진환경운동연합

 

현재 전국적으로 구제역 매립지의 관리지침 미준수, 매립지 함몰, 침출수 노출, 악취 발생 등 매립지 사후관리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곧 해빙에 따른 본격적인 부패가 진행되면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홍수기를 맞아 심각한 2차 환경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27일 유원일 의원 발표에 따르면 모전리 일대 시설 하우스 세 곳의 지하수에서 가축 사체 유래물질이 각각 3.817mg/L, 1.120mg/L, 0.250mg/L 검출됐고, 한 가정집 지하수에서도 0.597mg/L이 나왔다. 정부 역시 지난 29일 전국 가축 매몰지 주변 지하수 수질검사 결과 143곳에서 음용수 수질 기준 이상의 오염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매뉴얼대로 매몰할 경우 환경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 모전리 매몰지는 매뉴얼 지침대로 매몰 상태가 상당히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 확인됐다. 특히 모전리 지역은 남한강 등 수도권의 상수원인 한강수계와 가까운 곳에 인접해 있어 침출수가 유출될 경우 수도권 상수원의 수질 오염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사체는 난분해성 고농도 유기물로 오랜 시간 잔류하며 지속적으로 오염을 발생시킨다. 침출수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될 경우 회복시킬 방법이 없고 악취와 수질악화, 그리고 파리 등 곤충으로 인한 피해 때문에 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악화시킬 위험이 높다. 따라서 매몰을 중단해야 하면 이미 매몰된 사체는 빠른 시간 안에 회수하여 폐기하고 매립지를 원상회복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재앙의 씨앗 공장식 축산

 

남한에서 1990년에 한 농가당 평균 2.62마리이던 한우가 2010년에는 16.86마리로, 34.05마리이던 돼지는 1237.63마리로 늘었다. 닭은 462.5마리에서 4만1051.88마리로 급증했다. 반면 돼지 한 마리에게 주어진 평균 농장 면적은 2001년 1.79㎡ (0.54평)에서 2010년 1.42㎡(0.43평)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 1000마리 미만의 돼지를 키우는 농가는 마리당 평균 면적이 0.57평인 데 비해 5000마리 이상 농가는 0.39평에 불과했다(2010년 조사). 사육 규모가 큰 농장에서 크는 돼지일수록 좁게 사는 것이다.
햇빛도 안 들고 환기도 안 되는 비좁은 케이지에 바닥이 보일 틈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리기 쉽고 일단 한 마리가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밖에도 생산성 증대를 위한 품종 개량은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 손실을 초래해, 가축이 질병에 취약해지는 주원인이 됐다. 또한 면역력이 약화된 만큼 항생제를 남용하다보니 슈퍼박테리아나 신종플루 같은 변종 바이러스 출현이 더 짧은 시기에 더 많아졌다.
구제역 사태 이후 정부는 ‘축산선진화’방안을 발표했다. 축사의 환경 개선에서 유통에 이르는 일정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만족하는 농가에게 축산을 허가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농업에서의 ‘선진화’라는 것이 대자본만이 만족시킬 수 있는 설비나 인증절차를 기준으로 삼아 대자본의 독점을 강화시키는 과정이었다. 예로 미국에서 조만간 개인의 텃밭 농사는 불법이 된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 몬산토 같은 대자본의 씨앗을 구매하지 않고 토종씨앗을 뿌려 재배한 옥수수 등은 대량 수매하지 않고 있다. 축산업에서의 선진화 방안이란 것도 이미 구제역 사태 이전부터 이 같이 축산업에서의 대자본의 독점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해 온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축산 대책은 축산의 근본적 문제를 외면하고 축산을 장려하는 데 있다. 사료곡물 해외의존도가 97.4%니 푸드마일리지(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일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와 식량자급에 문제고, 사료곡물의 82%가 전량 수입하는 옥수수니 유전자조작이 문제고, 동물학대가 일상화 된 밀집축사다 보니 생명존중이 문제다. 항생제, 생물다양성훼손, 성장호르몬의 문제까지, 최근의 매일유업 사건에서 보듯이 발암물질인 포르말린이 혼합된 사료를 소에게 먹이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으니 축산업은 갈 데까지 간 형국이다.

 

공장식 축산을 떠받치는 육식문화

 

 

 

아직도 세계에는 기아로 죽는 사람들이 많은 데 세계 곡물의 36%, 콩 생산의 74%가 가축을 키우는 데 사용된다.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 1.5평의 숲이 사라지고, 매년 남한 땅 크기만큼의 숲이 동물사육으로 인하여 사라진다. 인간이 살아가는 땅의 80%가 동물사육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미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파괴되어 동물사육지나 사료용 곡물재배농지로 변했다. 숲이 사라지고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이 멸종하게 되면 그만큼 기후변화를 비롯한 문제들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UN은 축산업이 인간 활동에서 기인하는 전체 온실가스 중에서 교통수단을 모두 합친 양(13.5%)보다 더 많은 18%를 배출한다고 했고, 월드워치연구소는 과소평가된 부분을 추가한다면 51% 이상의 온실가스가 축산업에서 배출된다고 했다. 또한 1kg의 콩을 생산하는 데 1800리터, 쌀은 3000리터, 밀은 1350리터가 필요한 데 비해 소고기 생산에는 16000리터의 물이 사용되고 있어 축산이 물부족 문제에도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WHO에 따르면 전체 심장혈관계질환 사망자의 85%, 전체 암 사망자의 60%, 당뇨병 사망자의 50%가 육식관련사망자로 알려졌으며, 전체 질병사망자의 71.5%가 육식으로 인하여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축산과 육식이 사회에 이런 부담을 주고 있다면 축산업, 사료농업 및 이와 관련 있는 유통업 등에 환경부담금과 의료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극지방을 제외하고 인류가 지금처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고기를 먹는 육식사회로 변한 것은 불과 백여 년에 불과하다. 오늘날 인류는 예컨대 같은 곳에서 난, 혹은 같은 유전자의 소고기를 넣은 특정 자본의 햄버거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 사람들은 육식을 오롯이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라 믿고 있지만 채식을 원하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없다면 그것은 육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조장하는 사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고기를 완전히 먹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고기 섭취를 줄이자는 말에도, 채식이란 단어만 나와도 발끈해서 고기를 안 먹으면 건강할 수 없다는 어떤 믿음을 열변한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어느새 그것을 지키고자 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대안사회에 대한 얘기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과 흡사하다. 그만큼 육식문화는 이미 뿌리 깊게 사람들의 삶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또 그만큼 육식문화의 폐해가 사람들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아니 인간뿐 아니라 많은 생물과 지구 생태에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구제역 사태는 육식문화에 대한 생태계의 호소이자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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