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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찍어낸 금속활자, 비법은 '이토'"

 

 

 

직지 찍어낸 금속활자, 비법은 '이토'"
청주 고인쇄박물관, 21일 학술발표회서 복원과정 공개
텍스트만보기   곽교신(iiidaum) 기자   
▲ 취재진과 관련 학자들이 밀랍주조법으로 만든 금속활자가 처음 공개되는 순간을 지켜 보고 있다.
ⓒ 곽교신
현존하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直指)를 찍어낸 활자의 실체와 가까운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청주대학교 학술연구소가 복원했다.

복원된 금속활자 실물은 21일 청주고인쇄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금속활자 주조법과 성분 분석에 관한 학술발표회에서 그간의 연구 경위 발표와 함께 공개됐다.

그동안 직지를 찍은 고려활자를 밀랍으로 주조했다는 것이 학계의 추측이었으나 그 구체적인 방법은 알 수 없었다. 밀랍은 벌꿀을 수확하고 남은 '벌집'을 말하는 것으로 밀랍 덩어리로는 작은 활자도 쉽고 정교하게 조각할 수 있다. 활자가 조각된 밀랍을 흙으로 둘러싸고 흙이 마른 후 약간의 열만 가하면 밀랍이 녹아나오는데 그 빈 공간에 쇳물을 부어 활자를 얻는다.

문제는 밀랍을 둘러싼 흙이 무엇이었는지 몰랐다는 것.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청주대학교 학술연구소는 이번 연구에서 그 흙이 '이토'(泥土·곱게 분쇄한 이암 가루)임을 확신했고 실험 결과 성공률 100%라는 결과를 얻었다.

밀랍주조 금속활자 연구는 박문열 교수(청주대 문헌정보학과)가 이론 부분을, 중요무형문화재 금속활자장 후계자(일명 전수조교) 임인호 장인이 활자 복원의 전 과정을 담당했다.

천연재료 이토 발견은 큰 성과

이번 발표는 학계의 가설이던 '밀랍주조법에 의한 금속활자 주조'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었으며 정밀한 활자를 매우 높은 성공률로 주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 교수와 임 장인이 현장에서 주물토를 깨뜨려 금속활자를 공개한 장면은 이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 임인호씨가 주물토를 깨는 긴장된 순간.
ⓒ 곽교신
▲ 깨뜨린 주물토의 잔 흙 털어내기
ⓒ 곽교신
▲ 완전히 흙을 털어낸 후 가지쇠에 달린 고려의 활자
ⓒ 곽교신
공개 직전에 박 교수는 "저 안(쇳물을 미리 부어 식힌 주물토 내부)에 들어있는 활자가 바로 인쇄에 쓸 수 있는 활자일지 아닐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의 실험에 의하면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였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주물토 세 개를 깨뜨려 나온 활자는 모두 활자 기능이 완벽한 것으로 참가 학자들이 확인했다. 쇳물을 부어 굳힌 주물토 세 개를 발표 현장에서 깨뜨려 직접 활자를 꺼내 보인 것은 완성된 활자만 들고나와 설명하던 과거 학술발표 관행에서 벗어나 객관적 신빙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시도한 밀랍주조법에 의한 금속활자 주조가 100% 성공률을 보인 직접적인 이유는 녹인 쇳물을 담아 활자를 찍어내는 주형틀의 주재료로 천연 재료인 이토를 썼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에 주형틀을 어떤 재료로 썼는지는 학계의 큰 의문이었다. 박 교수와 임 장인은 주형틀 재료로 적합한 것이 '이토'라는 결론을 내기까지 전국에서 채집한 수십 가지 흙을 섞어 보며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4년에 오국진씨가 밀랍주조법으로 고려 금속활자를 만드는 과정을 재현해 고인쇄박물관에서 복원판 직지를 찍어낸 적이 있다. 이 공적으로 오국진씨는 1996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 금속활자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현재 오국진씨는 중환으로 활자장 일을 장기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이때는 주형틀 재료로 석고를 사용한 것이 복원 과정의 부정확성으로 지적받았다.

고인쇄박물관은 2004년 6월부터 고려 금속활자 재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아울러 청주시의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박물관은 국비를 받아 조선시대 주자소를 중심으로 주조된 활자 약 20여 종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지의 과거와 현재

이번 밀랍주조법 금속활자 연구의 모체인 '직지'의 원명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로 현재 하권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귀중문헌으로 보관되어 있다.

구한말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콜랭 드 플랑시(Collin de Plancy)가 개인 수집품으로 소장하다 귀국하면서 프랑스로 가져갔다.

우리나라에도 국립중앙도서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영광 불갑사에 직지 상하권이 온전한 형태로 소장되어 있으나 이는 모두 목판본이다.

프랑스 정부는 직지의 일반 공개 불허는 물론 우리나라 학자들에게조차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극소수 인원에게만 열람을 허용하고 있다.

'금속활자 그 위대한 발명 (3부작)' '구텐베르크는 발명가인가' '활자로드는 없는가' 등 직지에 관한 심도있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청주 MBC 제작진이 6월 말에 방송될 또 하나의 다큐 프로그램 취재를 위해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가 있으나 한국시간 22일 오전 현재 촬영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 이름만 알려지던 직지는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기념 프랑스 파리 책 전시회에서 실물이 처음 공개되어 전 세계 학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우리 교과서에 '직지심경'이라 쓰여있어 아직도 이렇게 부르는 사람이 있으나 직지심경은 잘못된 용어로 지금은 쓰지 않는다.

200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인류 기록 문화의 위대한 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 또 이를 계기로 한국이 독일보다 앞선 인쇄 선진국임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청주시는 2005년 9월에 유네스코 직지상(UNESCO JIKJI MEMORY OF THE WORLD PRIZE)을 제정하였다. 이 상은 유네스코가 주관하며 인류 기록문화유산 향상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를 격년제로 시상하고 있다. / 곽교신
2006-04-22 18:00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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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밀랍주조법의 설명 보충.... 곽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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