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개그우먼 김미화, 국회의원 될뻔했다

진정 여성 정치해야 할 대인! 사회복지학 석사 공부도 잘해주시고 우리 사회의 소금이 돼주세요(타워 페니스 KIN).

 

 

 

개그우먼 김미화, 국회의원 될뻔했다
“시사프로그램 진행, 대통령 부럽지 않아”
“정치풍자 할 수 있어야 민주국가 아닌가요?”
2005-05-14 21:37 최한성 (marunnamu01@dailyseop.com)기자
맨처음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그녀의 작은 수첩이었다.

손때가 잔뜩 묻어있던 그 수첩은 그녀가 손수 적어놓은 일정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에 그녀는 볼펜을 손에 들며 또다시 무엇인가를 기록했다.

“매니저 없으세요?”

▲ 개그우먼 김미화 씨.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네, 없어요. 혼자서도 잘해가고 있는걸요. 이렇게 일하면서 여러 사람과 직접 가까이에서 교류하는 게 전 좋아요. 그래서 피디들이 절 오래 써주는 게 아닐까요?”(웃음)

개그우먼 김미화씨와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13일 오후 KBS에서 만난 그녀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로 기자와 만나 인터뷰에 응했다. 시종 끊이지 않았던 미소 때문이었을까. 인터뷰 초반 그녀를 보며 ‘착한 이웃집 누나와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김씨는 지난 12일 KBS1 'TV 책을 말하다'를 통해 교양프로그램 진행자로 데뷔했다. 개그우먼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그리고 이번에 다시 교양프로그램 진행자로 눈부신 변신을 거듭한 것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지금 그녀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시사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숙제도 많고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오늘 녹화분에선 5·18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그러려면 현대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진실도 꿰뚫고 있어야 하잖아요. 이왕 하는 일 대충하기는 싫고, 저 역시 이 일을 통해 뭔가 얻고 싶은 욕심 때문에 해야 할 일만 늘어나고 있지요.”

그녀는 지난 10일 KBS가 준비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두렵다”는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모르는 점에 대해선 공동 진행자인 소설가 장정일씨와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하겠다고 서슴지 않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녹화를 앞두고 있던 그녀는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였다. 마치 완벽하게 예습을 마친 학생처럼.

이에 대해 타고난 방송쟁이인 김씨는 “어차피 프로그램은 다 똑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가볍게 대답했다. 모든 프로그램에 임하는 준비자세는 같되, 여기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만 다소 차이가 난다는 얘기였다. “투자해보니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 속에서,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위해 카메라 뒤에서 흘렸을 그녀의 피와 땀을 짐작할 수 있었다.

▲ 언제나 웃는 모습의 개그우먼 김미화 씨.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왜 저를 선택했는지 저 역시 이해가 안돼요”

김미화씨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했던 정찬형 프로듀서는 그 이유에 대해 “서민적이고 정직한 모습,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성실함, 그리고 사회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동일한 질문에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까.

“저도 이해가 안가요. 제 브랜드가치는 별로 높지 않거든요. 나이도 좀 있고요. 굳이 말씀드린다면 인복이 많기 때문이랄까? 그리고 어떤 일에서든 노력한다는 점에 점수를 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지금까지 바르게 살려고 노력한 점을 평가해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도 잘 살아야 하는데...”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일이 못내 쑥스러웠는지 그녀의 얼굴엔 멋쩍은 웃음이 감돌았다. 크기로 소문난 그녀의 입 때문인지 미소를 짓는 순간, 하얀치아가 한꺼번에 모두 드러났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김미화씨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낸다. 그녀는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붉은 카펫 위를 걷는 스타가 아니다. 오히려 미군 궤도차에 목숨을 잃은 두 여중생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그리고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이 희생되어선 안된다고 외치는 평범한 시민의 모습에 더 가깝다.

자신의 인기를 밑천 삼아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도 있지만, 돈에는 욕심이 없단다. 대신에 그녀는 참여연대와 녹색연합, 유니세프, 그리고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등 온갖 단체의 홍보대사직함을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그우먼’보다는 ‘시민운동가’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 정도다.

“미국이 이라크를 폭격할 때 너무 무서웠어요. 많은 시민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효순이와 미선이를 위해 촛불시위를 할 때는 저 자신이 부끄러웠고요.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그런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보여요. 도저히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연예인이 가면 TV 카메라가 한 대라도 더 오지 않겠어요?”

그녀는 이어 자신이 행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활동에 대해 우리 사회를 상대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힘이 미약해 큰 영향력이 발휘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나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정계진출 제의받은 적 있어요”

이 대목에서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정계진출 문제로 넘어갔다. 개그우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열정적으로 시민사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정치인으로 나서 소외된 이들의 어려움을 직접 해결해주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물어본 것이다.

김미화씨는 질문을 듣자마자 손사래부터 쳤다.

그러면서 자신의 시민사회 활동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대해 약간의 부담감을 내비쳤다. 어떤 이들은 자신을 가리켜 열린우리당 편이라고, 또다른 이들은 반대로 한나라당 편이라고 말하는데, 그런 사람들의 평가에 의미를 두지 않을 정도로 정계진출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다.

“정계진출을 권유하기 위해 연락을 하신 분들은 있었어요. 유명한 사람이라면 다 찔러보잖아요. 그런데 전 그 말에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누가, 언제 그런 제안을 했는지 이젠 기억도 안 나요.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대통령이 부럽지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을 것 같으세요?”

그녀는 이 말 끝에 대중들이 자신을 원할 때까지 방송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하고 싶은 연기도 마음껏 하면서 늙어가고 싶다는 소망도 함께 밝혔다. 그리고나서 입술을 앙다물고는 다소 비장한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봤다. 이날 녹화에 쓸 대본을 한 손에 꼭 쥔 채로...

▲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기자는 그런 김미화씨에게 정말 정치코미디를 해보고 싶으냐고 물었다. 언젠가 그녀가 이 같은 바람을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치인 흉내만 내는 정치코미디가 아닌, 정치의 문제점을 꼬집는 정통 정치코미디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정치·사회현상을 신랄하게 풍자할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자유민주국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후배들이 정치풍자를 못하고 있어요. 스스로 안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너무 많은 통제와 억압 속에서 살아와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언젠가는 꼭 제대로 된 정치코미디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녀 나름대로 정치에 대해 갖고 있었던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언젠가 무대 위에서 멋지게 선보일 속시원한 정치풍자를 위해, 우리 정계를 향해 이미 레이더를 작동시켜 놓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입에서 ‘우리 정치권이 복지에 대한 마인드를 하루빨리 변화시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미화씨는 무엇보다도 내일의 큰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내일의 김미화를 만드는 것은 오늘의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가 지속적으로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편으로 대중문화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일이 과연 불가능할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헛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열심히 생활하다 보면 반드시 그런 날이 오겠지요? 제가 왜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지 아세요? 제 코를 제가 꿰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야 대충 살 수 없게 되잖아요.”

TV를 통해서만 봤던 김미화씨의 시원시원한 웃음이 이어졌다. 그것으로 인터뷰는 끝났다. 기자가 노트북을 막 접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사인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누가 보더라도 ‘친절한 미화씨’는 귀찮은 내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고 웃는 얼굴로 상대의 이름을 물어봤다. 그리고는 종이에 소녀같은 필체로 이렇게 써내려갔다.

‘사랑하는’ 현국씨, ‘사랑하는’ 은숙씨라고...

ⓒ 데일리서프라이즈 < 최한성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