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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병풍 특검’ 요구의 속내는...

오우 딴나라... 이렇게 깊은 뜻이...

연일 깨지기만 하더니 많이 컸다.

 

 

 

한나라 ‘병풍 특검’ 요구의 속내는...
“세번째 실패는 없다” 박근혜 승부수?
[분석] 이회창 복귀 차단, 이미지 쇄신 ‘두마리 토끼몰이’
2005-05-15 12:00 동성혜 (jungtun@dailyseop.com)기자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이 국회운영은 물론 정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의제(아젠다) 선점 작업을 치밀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대법원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아들 병역비리 은폐의혹, 이른바 '병풍사건'에 처음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와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사에 1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귀국길에 나선 대통령을 향해 지난 13일 과거 16대 대선에서 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사건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것도 현재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관련되지 않은 이회창 전 총재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 특검을 요구하고 나서자 정치권에선 이에 대한 배경이 무엇인지를 두고 말이 무성하다.

▲ 지난 13일 한나라당은 병풍을 포함한 지난 16대 대선에서 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사건이 공작정치였다며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대통령의 귀국일을 일부러 택일한 것이야 정치적 목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야당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정계 복귀설이 여의도 일각에서 피어오르는 국면에서 의원 개인이 아닌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은 한나라당의 복심에 일반의 관심을 집중시키게 충분하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이회창 전 총재와 관련된 3대 사건을 공작정치라고 규정하면서 정부와 노 대통령을 압박하는 것일까.

이 같은 외부의 시각이 부담스러웠던지 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박근혜 대표가 재선거 지역 방문 때문에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이라고 밝히고 "그동안 김무성 사무총장과 강재섭 원내대표가 계속 거론했었다"고 갑작스런 움직임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가 말한 당내 거론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 9일 김무성 사무총장이 오전 회의에서 이를 언급하며 "공작정치가 심판을 받은 것이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김 사무총장의 말 외에 당은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다. 당보다는 조선∙동아 등의 보수언론에서 당시 사건을 다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동아일보는 10일자 사설에서 "병풍은 분명히 16대 대선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였다"며 "혹시라도 '아니면 말고'식 폭로로 대선의 판세가 바뀌었다면 이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법치의 뿌리를 뒤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미래를 위한 진상규명은 차치하고라도 사과라도 하는 것이 최소한 정치 도의에 합당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1일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강재섭 원내대표가 "지난 대선 때 병풍사건, 기양건설 사건, 설훈의원 20만 달러 사건은 국민들을 기만해서 소위 공작에 의해서 표를 모은 전형적인 사건"이라며 "지난 시절의 과오에 대해 적어도 노무현 정권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검제 통해 한나라당에 덧씌워졌던 부패∙비리 이미지 벗을 수도

회의석상에서만 언급하던 당 지도부는 대법원 판결 5일이 지난 13일 오전, 본격적으로 특검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당 관련자는 "박 대표 측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계산을 했을 것이다"면서 "솔직히 섣부르게 당이 나서면 예전의 부패와 비리 이미지를 되살릴 수도 있고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 복귀설이 슬슬 나오는 상황에서 다시 이런 사건을 다루기도 모호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이 당의 미온적인 태도에 드러내고 불만을 표출한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박 대표 측이 손익계산을 끝낸 것 같다며 "특검제가 이뤄지든 이뤄지지 않든 박 대표에게는 대권 후보로써 입지를 굳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고 풀이했다.

이유는 지난 16대 대선이 '공작정치'였음을 부각시켜 한나라당에 덧씌워졌던 부패와 비리 이미지를 이참에 말끔히 털어낼 수 있고 두 번이나 대선에 실패한 패배 내지는 피해 의식도 함께 버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또한 특검이 이뤄진다 해도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이회창 전 총재와 정부여당의 싸움이 되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다는 인식도 한 몫 한 것 같다.

재선의 한 의원은 "박 대표가 이 전 총재에게 러브콜을 한 것 같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전 총재의 '킹메이커'론이 솔솔 나오는 것은 그가 보수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박 대표로써는 이 전 총재의 억울함을 풀어주면서 박 대표 자신이 대권 주자로써 외연을 더욱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라고 관측했다.

▲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자료사진) ⓒ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이 전 총재 복귀 차단 조치 측면도 있어

한편 당 일각에서는 실제 이뤄지기 어려운 특검제를 주장한 당 지도부의 모습에 대해 오히려 이 전 총재의 복귀설을 확실히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는 견해도 있다.

두 번의 대선 실패를 직접 경험했다는 사무처 한 직원은 “박 대표 입장에서는 ‘창사랑’의 적극적인 행보 등 이 전 총재의 복귀설이 계속 거론되는 게 그리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면서 “오히려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함으로써 이 전 총재의 복귀를 확실히 차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병풍 사건’을 다시 거론하면 결국 이 전 총재 본인은 물론 아들의 병역 문제가 논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 전 총재로써는 상처를 두 번 입는 꼴이다고 해석했다.

이는 전여옥 대변인이 1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밝힌 내용과도 같은 맥락이다.

6월 국회 정국 주도권 차지 위한 포석

전 대변인은 방송에서 이 전 총재의 복귀설에 대해 “이 전 총재는 권력도 잃었고 명예도 잃었고 어떻게 보면 정말 수천만 발의 총탄을 맞아서 완전히 전사하다시피 한 분”이라며 “이런 분의 명예회복이라는 측면으로서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이를 이용해서 이 전 총재가 정계복귀를 하려는 길 닦기라고 본다면 그 분에게는 엄청난 상처”라고 말했다.

또한 전 대변인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외부인사 영입위원장인 김형오 의원 역시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어쨌든 박 대표는 이번 특검 주장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는 한편 자신들이 만든 판도 하에서 향후 6월 국회를 이끌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전 총재의 복귀설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그를 우군으로 활용할 수 있는 ‘킹 메이커’로써의 역할로 한정시켜 자신의 1인자 위치를 공고히 한다는 것도 담겨 있는 듯하다.

결국 17대 총선 후 1년 동안 주로 여당에게 의제를 선점 당해 항시 이끌려 다니는 부정적인 모습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한나라당의 최근 스탠스는 특검제를 통해 이회창 전 총재와 정부 여당을 동시에 제어하는 일거양득의 경제적 정치로까지 연장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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