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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

 

 

 

조승희,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
애도 편지 잇따라... 용서, 유족 치유 기원
텍스트만보기   연합뉴스(yonhap)   
 
(블랙스버그=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 "너를 미워하지 않아. 오히려 가슴이 미어진다."

"너를 향한 사람들의 가슴 속 분노가 용서로 변하기를…."

"네가 그렇게도 절실히 필요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걸 알고 슬펐단다."

버지니아텍 참사의 범인인 조승희(23)씨의 끔찍했던 삶을 용서하고 안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의 편지들이 캠퍼스 내 추모석 앞에 잇따라 놓여 눈길을 끌고 있다.

버지니아텍 캠퍼스 중앙 잔디밭인 드릴 필드에 타원형으로 놓인 참사 사망자 33명 추모석 중 왼쪽 네 번째 조승희군 추모석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바버라, 로라, 데이비드 등의 이름이 적힌 애도 편지가 나란히 놓여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않는' 성숙한 '용서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추모석은 버니지아텍 상징석인 화강암 덩이로 그 위에는 장미 10송이와 카네이션, 백합, 안개꽃 등이 놓여있고 소형 성조기와 버지니아텍 교기도 앞쪽에 세워져 있다. 21일에는 유리컵에 든 촛불도 놓였다.

왼쪽에서 네 번째에 놓인 높이 20㎝, 가로 30㎝ 정도 크기의 조씨 추모석 앞에는 버지니아텍을 상징하는 VT 모양의 카드가 놓여 있고 여기에 '2007년 4월 16일, 조승희'라고 쓰여 있다.

또 추모석 오른쪽 옆에는 "조승희의 가족에게... 사랑으로(To the family of Cho Seung Hui with love)"라고 쓰인 종이도 있다.

조씨의 추모석에는 특히 "네가 그렇게 절실히 필요로 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걸 알고 가슴이 아팠단다, 머지않아 너의 가족이 평온을 찾아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느님의 축복을"이라는 등의 편지가 놓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이 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편지 작성자는 노트 종이에 손으로 이 같은 글을 쓴 뒤 '바버라'라고 이름을 적었다.

데이비드라는 다른 작성자가 쓴 편지는 "승희, 내가 너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손을 내밀어 그의 삶을 좀 더 좋게 바꿀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지기를, 너로 인한 지금 이 고난을 네 가족이 이겨낼 수 있기를, 그 많은 사람들의 생명에 네가 가한 손상이 곧 치유되고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자리한 분노가 용서로 바뀌기를, 33명 희생자 모두의 고난이 아스라한 기억으로 사라지기를 나는 기원한다"고 적었다.

로라는 "승희야,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네가 아무런 도움과 안식을 찾지 못한 게 너무 안 됐고 가슴이 미어진다, 네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지만 이제는 평화와 사랑도 조금은 찾기를 빈다, 우리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네가 그렇게 분노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네 친구가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하느님께서 너를 받아주시기를 기도하마"라고 썼다.

이 같은 애도 편지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을 표시하며, 조승희에게도 다른 희생자들과 똑같은 슬픔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교직원은 "이 비극은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누구를 미워하거나 분노할 일이 아니다"라며 "조승희에게도 처음부터 다른 32명과 똑같은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승희의 추모석 앞에서 한동안 흐느낀 재미교포 임남숙(59)씨는 "어린 나이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고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며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누구든 그를 미워하기보다는 가슴 아프고 불쌍한 마음이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텍 1996년도 졸업생인 딸과 함께 버지니아주 애난데일에서 블랙스버그까지 찾아온 임씨는 "이민온 한인들은 사는 데 급급해 자식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힘들고 고통받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lkc@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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