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한물간 스타의 스캔들… 이명박의 자해공갈, 역겹다

게임 이론?

 

 

한물간 스타의 스캔들… 이명박의 자해공갈, 역겹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인식도 가공스럽다
 
입력 :2007-06-14 13:41:00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e-mail
 
 
   
 
  ▲ 13일 경남 창원시 한나라당 경남도당에서 열린 경남지역 선대위발대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범여권의 '이명박 죽이기 플랜'이 확인됐다는 보고에 인사말 도중 격앙된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뉴시스   
 

요즘 연예와 스포츠에 대해 관심을 좀 기울이다 보니 알게 된 사실 하나. 한물(?) 간 연예인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스캔들을 조작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잘 나가는 대중 스타들은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스캔들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한물 가기 시작하면 대중의 외면은 무섭다. 280만장의 음반을 팔아 한국 기네스북에 오른 가수 김건모가 어제(13일)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코너에 나와서 하소연한게 바로 대중의 외면에 대한 불만, 그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한물 간 스타들은 스캔들 조작이란 자해공갈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스캔들 조작도 아무나 하지는 못한다. 나름대로 잘 알고 통하는 스포츠연예신문사 기자 한 명을 끼지 않으면 자해공갈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명박이 13일 창원도당의 선대위발대식 강연에서 자신을 죽이기 위한 플랜이 있고, 거기에 청와대가 무슨 간여를 했느니 안했느니 음모가 어쩌니 하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이명박도 이제 한물 간 스타로 전락했구나”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명박이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것이란 확신은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회창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지율 1위를 줄기차게 몇년간 고수하다가 대통령 선거 한달 앞두고 역전 당해 피눈물을 흘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회창도 그랬었는데, 이회창에 비교하면 ‘반의 반’도 되지를 않는, 그래서 도대체 언제 지지율 1등 자리에서 떨어질지 모르는 이명박에 대해 무슨 음모를 하고 무슨 플랜을 짜겠는가. 실제로 요즘은 박근혜가 뜨고 이명박은 진다고 한다. 따라서 이명박의 청와대 음모설 거론은 한물간 스타의 스캔들 조작에 해당한다. 조선일보가 그런 보도를 했다면 조선일보는 바로 스캔들 조작에 동원된 스포츠연예신문 기자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이명박이 그런 얘기를 했다면 그건 자화자찬일 뿐이다. 또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이명박의 상황인식도 가공스럽다. 인간의 자기의 인식지평만큼 세상을 본다고 한다. 이명박의 인식 지평에는 여전히 청와대가 그런 음모를 꾸미고 조작을 할 수 있는 주체다. 바꿔 말하면 이명박이 만에 하나 청와대에 입성한다면 그런 음모와 조작을 서슴지 않을 것이란 얘기이기도 하다. 이러니 어찌 가공할만한 상황인식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이명박이 공격받는 것은 게임 이론상 너무나 당연한 1위의 시련일 뿐이다.

황야의 무법자 세사람이 있다고 하자. ‘선량한(A)’ ‘포악한(B)’ 그리고 ‘추잡한(C)’이 그들이다. 각각은 삼각형의 꼭지점에 서서 최후의 일인이 살아남을 때까지 권총 결투를 계속한다.

선량한(A)의 사격솜씨는 형편없어서 명중률이 30%다. 포악한(B)의 사격솜씨는 탁월하여 명중률이 100%다. 추잡한(C)의 명중률은 70%라고 하자. 서로간 사격솜씨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한다. 이들이 결투를 하면 누가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높겠는가.

상식과는 다르게 명중률이 가장 낮은 선량한이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높다. 왜 이런가.

첫 결투에서 3사람이 갖는 심리 때문이다. A와 C의 최대 적은 B다. 명중률 100%인 B를 없애야만이 2회전에서 살아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 명중률 30%의 A와 명중률 70%의 C는 백발백중 B를 향해 쏘게 돼 있다.

B는 누구를 쏠까. B의 주적은 명중률 30%의 A가 아니라, 자신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명중률 70%를 자랑하는 C다.

자, 여기서 1회전의 결과를 산출해 보자. 우선 C는 100% 사망이다. 명중률 100%의 B가 C를 쐈기 때문이다. 명중률 30%의 A는 무조건 생존이다. 아무도 그를 향해 쏘지는 않기 때문이다. B의 생존확률은 얼마일까. B의 생존확률은 수학적으로 (1-0.3)(1-0.7) = 0.21 즉 21%다.

1회전의 결과는 어땠는가. 사격솜씨가 가장 형편없는 A는 생존확률 100%이기 때문에 무조건 살아남았다. 사격솜씨 2위인 C는 무조건 사망이다. 사격솜씨 1위인 A의 생존확률은 21%밖에 안된다. B가 2회전 이후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더 작다. 0.21(1-0.3) = 0.147 즉 14,7%밖에 되지 않는다.

수학을 현실로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3명이 이런 상황에서 붙은 게임은 2회전을 넘기지 않는다. 1회전에서 시격솜씨가 가장 좋지 않는 A는 무조건 살기 때문에 B와 C가 모두 죽으면 게임은 1회전에서 종료다. 사격실력 2위의 C는 1회전에서 무조건 사망이니까, 2회전은 B가 살아 있으면 A는 B에게 무조건 죽게 되고, B는 죽을 수도 있고, 살아 있을 수도 있다. A의 사격솜씨가 형편없긴 하지만 명중률 30%는 되기 때문에 A의 총알이 B를 맞출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이 길어졌는데, 3파전이나 4파전으로 붙는 게임일 경우 1위나 2위가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여하튼 현재의 대선 구도는 3위가 오리무중인 상태란 점만 빼면 위에 설명한 경우와 거의 유사하다. A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이른바 범여권의 후보라고 한다면, 과연 B와 C는 누구인가.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명중률 100%인 ‘포악한(B)’ 는 현재 이명박이다. 명중률 70%인 ‘추잡한(C)’에 해당하는 것은 현재 박근혜다. 방금 설명했지만 2위의 사망확률은 100%다. 자해공갈은 사실 박근혜가 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도 이명박이 자해공갈을 겸한 자화자찬을 하는 것은 현재의 추세가 B에서 C로 옮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명박의 인기는 하락추세이고, 박근혜의 인기는 상승추세이다. 뭐 그들 둘이서 치고받고 해봤자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얼마전 6·10항쟁 20주년 기념 열린음악회에서 인천시립합창단이었던가, 여하튼 그런 곳에서 합창으로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는 걸 TV로 봤다. 20년전 숨어서, 혹은 시위의 현장에서만 불렀던 그 노래가 이젠 공중파를 타고 당당하게 불려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재삼 감격에 젖었었다.

세상은 이렇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바뀌었다. 민주화를 향한 이 놀라운 변화의 막바지에 노무현정권이 있다. 이 변화는 정말로 비가역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당에 청와대 음모 운운하는 후보가 여전히 지지율 1위를 한다는 사실은 나를 너무나 부끄럽게 만든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dailyseop.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