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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누가 뭐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번호 216034  글쓴이 내과의사   조회 1664  누리 818 (828/10)  등록일 2008-2-25 11:27 대문 53 톡톡
 
 
 


모르면서 찍은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야단법석인가

시작 전부터 '고소영 정부'라는 예쁜 별명을 얻은 새 정부의 장관과 비서진 인사를 두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한나라당과 동아를 제외한 조폭 언론마저도 시선이 싸늘하다. 한마디로 위선 떠는 지랄이다.

이명박을 둘러싼 숱한 의혹들 중 '위장전입'과 '위장취업' 건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다른 여러 가지 의혹들, 그 중 하나인 BBK 건도 꼬리곰탕을 일당 삼아 저렴하게 처먹은 특검이라는 작자가 면죄부를 진상했지만 동영상만은 그냥 뭉개기가 쪽팔렸던지 '과장해서 내뱉은 말'이라는 중국산 농약 만두 수준의 해설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오늘 취임하는 대통령이 '검은 머리 외국인 사기꾼' 김경준을 위해 허위광고 모델을 뛴 전력이 있다고 확인해준 것이다. (그럼 광운대 강연이라는 것도 강의라기보다는 이벤트 행사라는 결론이 나온다.)

솔직하게 말하자. 모르면서 찍은 것 아니다. 모두들 뻔히 알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아니, 얄팍한 내 주머니에 현찰 좀 더 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부동산 베팅이라는 합법적 도박판의 입장권 싸게 얻으려는 심보로, 돈 지랄로 남의 자식들 내 자식새끼 밑으로 밀어 떨어뜨려 짓밟는 세상 만들기 위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당첨시킨 거다. 나는 단언한다. 설령 이명박이 '청량리 588'의 포주 출신이라 하더라도 그가 오늘 취임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대한민국 주권자들은 쉽게 말해 창녀를 사랑해서 5년간 동거하기로 합의한 거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녀가 돈 벌어 오는 재주만큼은 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과거를 몰라서, 그녀가 '창녀 콤플렉스' 때문에 위조한 경력을 사실이라 믿었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게 진실 아니던가. 이제 배우자로 선택한 창녀가 돈 벌기 위해 가게를 차린단다. 그런데 면접 보러 오는 직원들 면면을 보아하니 포주, 펨푸, 삐끼, 기둥서방 뭐 이런 작자들만 득실거린다. 열 받는가? 왜 열이 받는가? 창녀 출신에게서 그럼 무엇을 기대했단 말인가. 설마 양갓집 규수들이 가게 와서 서빙할 것이라고 기대했단 말인가?

언론은 이미 '고소영 정부' 길들이기에 들어갔다. 창녀 주제에 우리들이 팍팍 밀어주어 대통령 먹은 것이니 주제 모르고 날뛰지 말라는 거다. 그리고 언제든지 '까는 기사'는 '빨아주는 기사'에 비해 잘 팔린다. 언론이 갑자기 준엄하게 고소영 정부의 인사를 질타하는 이유는 이렇게 쉽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한나라당이야 총선에 올인한 상태이니 당연히 '고소영 정부'를 때리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내가 죽어도 이해를 할 수 없는 대상들은 이제 와서 흥분하는 척하는 이명박 찍어준 국민들과 입만 열면 준법을 뇌까리는 이명박이다.

이명박 대통령 나으리는 좀 더 자신 있게 국정에 임해야 한다. 모르면서 찍은 사람 아무도 없으니 그냥 해 먹던 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춘호 여성부 장관을 사퇴시킨 것도, 어윤대를 교육부 수장 자리에서 제외시킨 것도 이명박답지 않은 바보 짓거리이다. 앞으로 이른바 '현명하신 국민 여러분들'은 시청 앞에 정기적으로 모여서 성조기와 일장기를 열심히 흔들면서 언론과 거대정당의 횡포로부터 부디 '고소영 정부'를 보호하는데 앞장서길 바라겠다. 그래야, 지저분할지언정 가게가 돈이라도 잘 벌어오지 않겠는가.


누가 뭐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무현의 청와대를 다룬 MBC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백악관 내부를 소재로 한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를 하도 많이 보아온지라 청와대 내부에 대한 소개 내용은 솔직히 나에게 별로 신선한 느낌을 주진 못했다. 아무리 리얼한 다큐멘터리라 하더라도 세계 최강 미국의 백악관을 극적으로 미화한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만큼 재밋거리를 주진 못했단 말이다.

정작 나에게 감동을 준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청와대가 아닌 대통령 노무현의 모습 그 자체였다. 너무도 인간적인 소탈한 태도, 감추려 해도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사람의 향기, 그리고 정연한 논리로 이어가는 인터뷰 내내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을 향한 뜨거운 열정… 나의 '노짱'은 청문회 스타 그 시절 이후로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노짱'은 변하지 않은 그대로 우리들의 대통령이 되었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으며, 그리고 전혀 변하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 다시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이 되어 우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아니, '노짱'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나에게는 너무도 머나먼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올랐어도 우리들 곁을 한시라도 떠난 적이 없었다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나에게는 대통령 노무현의 모든 것이 100% 완전무결했다고 주장할 이유가 없다. 친노와 반노의 균열, 민주 개혁세력 내부에서도 치유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영호남 지역갈등, FTA와 이라크 파병이라는 원칙의 후퇴, 권력의 시녀자리에서 해방된 사법권력과 언론권력과 재벌권력이 보여주는 사회적 패악,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권 재창출의 소명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들은 '노짱'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동기와 명분을 제공한다. 나는 '이 중에 죄 없는 자 노짱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식의 논리로 '노짱'을 변명할 생각 역시 추호도 없다.

그 모든 그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러한 모든 그늘들이 나에게는 대통령 노무현은 위대한 정치인이요, 탁월한 지도자였다고 인정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나는 언제나 한나라당과 조중동만 아작내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노무현은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가, 그런 벌레들이 창궐할 수 있는 토양을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한가?'

만약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싸웠다면 노무현이 가졌던 권력, 그리고 그의 탁월한 능력으로 한나라당과 조중동쯤이야 나의 소원대로 가볍게 박살내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검새'들이 그의 눈치를 보며 꼬리 말고 살살 기게 만드는 것 역시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그들을 그렇게 쳐내면 과연 세상은 원칙과 상식이 지배하게 될까?

'...그래서 악당들을 물리치고 왕자님과 공주님은 결혼해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나의 시선이 그저 동화책 마지막 페이지에 머물렀다면 노무현의 눈길은 '동화책 이후'를 바라보았던 거다. 원칙과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무조건 원칙과 상식대로 행동해야 자신에게 이로운 사회. 그것이 노무현의 꿈과 세상의 가장 커다란 괴리가 아니었을까.

시쳇말로 우리들의 '노짱'은 판을 벌여도 너무 크게 벌렸다. 그래서 반 한나라당을 이야기하는 모든 사람들은 노무현이라는 존재, 노무현이라는 존재가 이야기했던 가치와 비전을 어떤 식으로라도 소화해내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표 창녀 가게'가 몇 년 못 버티고 망해버리더라도, '노무현'을 소화하여 자양분으로 삼지 못한다면 우리는 절대로 대한민국을 아름답고 강한 조국으로 만들 수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노무현은 하나의 기준을 세웠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이다.

오늘이 대통령 이·취임식이란다.

떠나는 사람은 권력과 권위를 상징하는 모든 장신구를 벗어서 내려놓았다. 그래도 그에게서는 눈부신 광채와 향기로운 사람의 체취, 아름다운 공명의 화음을 보고, 느끼고, 들을 수 있다. 승리와 패배, 영광과 오욕을 모두 떠나서 그가 진정한 거인이요,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오늘로서 자리의 임자라며 찾아온 종자는 온갖 금은보화로 몸을 감싸고, 향유로 목욕하고 옥구슬을 온몸에 매달았을지언정 추한 몰골, 역겨운 악취, 시끄러운 파열음을 도저히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의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들의 '노짱'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다. 나의 대통령이라 부를 수 있었음에, 그의 시민이라 자부할 수 있었음에 나는 행복했었다.

 

ⓒ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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