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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동물사진공모전 주요 수상자 인터뷰]<br>슈슈는 축구를 좋아해∼

 

어디선가 본 듯한… 트리밍이 부족한…

기사입력 2008-05-10 12:56 기사원문보기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아쉬운 사진에 관한 이야기꽃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지만, 멋진 사진은 그 1%의 차이로 공모전에서 당락이 결정된다. 그렇다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공모전은 승패가 뚜렷한 경쟁터가 아니다. 사진을 매개로 서로의 다른 시선을 나누는 축제이다. 1%가 모자라 당선작에서는 빠졌지만 여전히 가슴을 울리는 아쉬운 사진들이 많다. 그 사진들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워보자.

‘조금만 트리밍(사진프레임 자르기)했다면’ 좋았을 사진이 많았다. 셔터를 누를 때부터 완벽한 구도로 찍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트리밍이다. 트리밍 역시 사진에 대한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사진1. 김동훈


△ 사진2. 트리밍한 김동훈씨 사진

△ 사진3. 안승인

△ 사진4. 김정수

△ 사진5. 복정님

김동훈(사진1)씨의 사진은 트리밍(사진2)을 해서 강아지의 표정을 좀더 살렸다면 당선권에 들었을 것이다. 주제보다 이를 둘러싼 배경이 90%를 차지한다. 안승인씨의 사진(사진3)도 마찬가지다. 나무를 타고 가는 개미들이 빛을 받아 극적인 빛깔마저 연출한다. 확대해서 보지 않으면 작은 개미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김정수씨(사진4)도 같은 경우다. 둥지에 날아든 두 마리의 새는 동물도감에서나 볼 듯한 희귀한 사진이다. 그러함에도 프레임에 50%를 차지하는 나무와 숲은 새의 극적인 행동을 희석시킨다. 복정님씨(사진5) 사진은 흑백이 주는 단아함이 아름답지만 흰 여백이 지나치게 많다. 물론 여백은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방해꾼이다.

△ 사진6. 김경훈

김경훈(사진6)씨 사진은 길고양이의 처절한 눈빛이 돋보였지만 그를 둘러싼 벽들이 고양이를 숨겼다.

△ 사진7. 고한곤

고한곤(사진7)씨 사진은 심사위원들을 가장 괴롭혔다. 내용도 구도도 훌륭했다. 계단에 늘어선 강아지들만으로 충분히 재미있다. 하지만 배경에 초점이 맞고 말았다.

△ 사진8. 김기현

△ 사진9. 김철근

△ 사진10. 김낙현

△ 사진11. 황해경

△ 사진12. 임경일

△ 사진13. 김구화

△ 사진14. 최효식

△ 사진15. 박진희

△ 사진16. 송경희

△ 사진17. 전희철

△ 사진18. 최승관

△ 사진19. 이일령

△ 사진20. 변상준

어디선가 본 듯(사진8, 9, 10, 11, 12, 13)하거나 국외 여행지에서 조금 낯 익은 (사진14, 15)은 제외되었다. 과학책에서나 나올 법한 매우 훌륭한 생태사진들(사진16, 17, 18)도 있었다. 하지만 과학 사진과는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길 바랐다. 이일령(사진19)씨, 변상준(사진20)씨 사진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웃는 돼지 얼굴이 다른 구도였으면, 사슴을 피해 도망가는 이가 앞모습이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사진21. 최반

최반(사진21)씨의 사진은 색감과 구도,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풍경 등 모두 훌륭했다. 사진속에 이야기거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 사진22. 조용석

△ 사진23. 김영수

△ 사진24. 권서정

△ 사진25. 강기성

△ 사진26. 강동훈

재미있는 사진(사진22, 사진23, 사진24, 사진25)도 여운을 남긴다. 조용석씨 사진은 주인공이 ‘손’ 같고, 김영수씨 사진은 앵글이 주는 희한함은 있지만 동물 표정에서 즐거움이 묻어나지 않는다. 마치 흑백사진 안에 초록색 물감이 한 방울 떨어져 있는 듯한 권서정씨 사진은 왼쪽 사람의 실루엣이 너무 크고 지루하다. 강기성님 사진은 디자인적으로 훌륭하다. 어떤 돌고래 쇼도 이토록 독특한 시각으로 재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감동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강동훈(사진26)씨 사진은 당선작들과 유사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그 밖의 아쉬움

가장 귀여운 고양이 찜!


인물사진을 찍을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포즈? 표정? 동작? 그 사람을 최대한 그 사람답게 찍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접수된 고양이 사진들 중에 가장 고양이다운 사진을 독자들이 찜해 보시기 바란다.

△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누리, 김하림, 전힘찬, 최고은, 이문형, 백동진, 김재윤 작품

* 해당 사진의 저작권과 소유권은 공모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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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동물사진공모전 주요 수상자 인터뷰]
슈슈는 축구를 좋아해∼

기사입력 2008-05-10 12:56 기사원문보기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대상 강현희씨

슈슈는 축구를 좋아해∼


봄날, 강현희(37)씨는 자신이 기르는 개 슈슈와 함께 집 근처 공원을 찾았다. 축구광인 남편(주필환·46)도 따라나섰다. 남편이 발로 공을 차면 슈슈가 받았다. 축구에 소질이 있다는 슈슈. 펄쩍 뛰어올라 공을 문다. 김씨는 아주 짧은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캐논 S3 IS 하이엔드급 카메라를 들고 조리개 우선 모드로 찍었다. 조리개 f3.5로 고정시켰다. 날씨가 맑아서 셔터속도는 자연으로 고속이 되었다. 묘하게 가려진 얼굴이 사진의 재미를 더한다.

강씨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오로지 이들 부부에게 아들 같은 슈슈 때문이다. 만 6살이 된 ‘슈나이저 종’ 슈슈를 데려온 날부터 그저 예쁘게 찍어주고 싶은 욕심에 카메라를 샀단다. 슈슈에 대한 애정이 사진 실력을 쑥쑥 키웠다.

그는 현재 동물보호 단체인 ‘동물사랑 실천협회’에서 사진을 담당하는 상근 활동가다. 언론사에 배포하는 보도용 사진이나 홍보사진, 전단지에 들어가는 사진을 두루 그가 찍는다. 대상 수상 소식을 접한 협회 회원들은 축하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동물사랑 실천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3년 전 언론에 보도되었던 ‘인천 장수동 개사건’(인천 남동구청과 개주인 사이의 분쟁으로 개들이 방치된 사건) 덕분이다. 티브이를 통해 고통받는 개들을 보고 자신이 개 슈슈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단다. 그의 꿈은 동물사랑을 사진을 통해 실천하는 동물사진가가 되는 것이다. “슈슈와 도보로 전국 여행을 계획 중입니다. 여행 중에 찍은 슈슈 사진으로 전시회도 하고 싶어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비가 찰박찰박 내리는 서울시청 앞으로 향했다. 서울시가 개를 현형법상 ‘가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1인 시위를 하고자 길을 나선 것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금상(야생) 백승현씨

까치의 기습출연


‘까치와 청설모’

본래의 기획은 청설모 ‘원톱’ 주연이었으나 까치의 기습 출연으로 ‘짝패’ 사진이 됐다. 올해 초 남이섬에 놀러갔던 백승현(28)씨가 나뭇가지에서 빨빨거리며 뛰어다니던 청설모를 발견하고는 카메라에 담고자 멀찍이서 기다리다가 두 동물의 ‘극적인’ 만남 순간을 잡았다. 청설모 근처에 다가와 ‘무심한듯 시크하게’ 딴청을 피우는 까치를 놀란 눈으로 탐색하는 청설모의 표정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재치롭다. 예식장의 촬영 관련 일을 하는 백씨가 일이 아닌 즐거움을 위해 사진을 찍게 된 건 3년 전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한 다음부터라고. 집에서는 주로 아이 사진을, 여행 가서는 재밌는 자연 사진을 찍다가 점점 재미를 붙여 다음해에는 캐논 이오스 50디로, 그 다음 해에는 캐논 이오스 30디로 카메라 기종을 격상시켜가면서 “아내에게 ‘만날 카메라만 사냐, 만날 렌즈 타령이냐’ 핀잔을 들었는데, 이번 수상으로 위신을 세웠다”고 기뻐했다.



은상(야생) 이정훈

순간 놀라던 고양이


회사원 이정훈(34)씨는 카메라 상점이 모여 있는 충무로에 자주 간다. 그 날도 카메라 때문에 충무로에 갔다가 칼국수집 앞에서 고양이를 발견했다. “칼국수집 아주머니께서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지, 길고양이가 그 집 문앞에 앉아 있더군요. 그래서 고양이를 찍으려고 기다리는데 때마침 손님이 지나갔어요. 순간 놀라면서 자리를 피하는 고양이를 찍을 수 있었죠.” 고양이를 세 마리나 기르고 있어선지 고양이만 보면 사진을 찍게 된다는 이정훈씨에게 길고양이는 친숙한 피사체다. “길고양이들은 사람만 보면 도망을 가요. 사람들이 워낙 좋지 않게 보니까 그런 거겠죠.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해서 길고양이 사진을 블로그에 자주 올려요.” 사용한 카메라 기종은 미놀타 다이낙스 5D다.


은상(야생) 주기봉

방앗간에 참새가 죽친다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걸로도 모자라서, 방앗간에 아예 둥지를 틀었다. 주기봉(50)씨의 사진 속 참새 얘기다. “주말이면 재두루미와 독수리를 찍으러 철원 쪽에 가요. 한번은 철원 대마리에 갔는데 간이 방앗간 지붕 철근 파이프 안에 참새 두 마리가 있는 거예요. 사진을 찍으려고 세 시간을 지켜봤죠.” 관찰을 해 보니 참새 두 마리는 그 파이프 안으로 연신 지푸라기를 옮기며 알을 낳을 둥지 만들기에 한창인 참새 부부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낸 사진이 이번 공모전 은상 수상작이다. 주기봉씨는 독수리 등 새뿐만 아니라 개를 찍는 데도 관심이 많아 지금까지 찍은 개 사진을 모아 <개판>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전도 기획하고 있다. “동물과 자연도 자세히 보면 다 표정이 있어요. 그 표정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앞으로도 계속 자연 사진을 찍고 싶어요.” 카메라 기종은 니콘 D300.


은상(비야생) 김평

그 여유로움에 반하다


방학 때마다 티베트며 쿠바·이집트 등 세계 여행을 해 온 대학생 김평(25)씨는 지난 겨울방학에 70일 일정으로 혼자 인도를 찾았다. 인도 북부 쪽 작은 마을인 푸시카르를 지나가는데 우연히 집앞에서 잠을 자는 사람과 개를 발견했다. “집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문앞에서 개와 똑같은 모습으로 잠을 자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카메라를 꺼냈어요. 촬영을 하는지도 모르고 잠을 자더라고요. 인도에는 동물들이 대부분 다 사진 속 개처럼 누워서 잠을 자거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2년 전 이집트 여행을 갈 때부터 디에스엘아르 카메라를 챙겨가기 시작했다는 김평씨의 다음 목적지는 라오스다. 대학시절 마지막 여행지가 될 라오스에서도 이번처럼 좋은 사진을 맘껏 카메라에 담아오길 바란다. 카메라 기종은 니콘 D80.


은상(비야생) 김수연

내 유년을 상기시킨 소녀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김수연(32)씨는 지난 2월 캄보디아로 훌쩍 여행을 떠났다. 혼자 떠난 짧은 여행이었다. 사진 찍기를 즐기기에 카메라도 잊지 않고 가져갔다. “호수로 잘 알려진 작은 마을 바레이에 갔어요. 그곳 아이들이 카메라를 보고 자기를 찍어달라고 줄을 서 있는데, 유독 머리카락이 까만 여자 아이가 카메라에는 관심 없다는 듯 소를 바라보는 거예요. 아기 송아지가 엄마 소의 젖을 먹는 모습을 한참 보더니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어딘가로 걸어갔어요. 그 모습을 보고 제주도에서 자랐던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났어요. 옆 동네에서 놀다가 문득 집에 가고 싶어졌던 그 모습요. 그래서 이 여자 아이의 뒷모습과 여자 아이가 바라보고 있던 소 두마리를 카메라에 담았죠.” 카메라 기종은 캐논 20D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 동상 노순엽

△ 동상 김욱현

△ 동상 박진우

△ 동상 이태호

동상 수상자들의 면면

강아지의 버릇을 간파했네


노순엽(39)씨 수상작(사진 1)은 신기하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참새가 놀랍다. 종로 종묘공원에서 찍었다는 노씨는 이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다. 노씨가 경영하는 회사가 종묘공원 근처라 카메라를 들고 자주 찾았다. 참새한테 먹이를 주는 할아버지를 우연히 발견하고 다가갔다. “할아버지는 두 달 동안 땅콩을 으깨서 참새한테 주었답니다. 처음에 무서워하던 참새들이 이제는 할아버지가 아니면 먹지를 않아요. 그 분과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먹이를 줘 봤는데 날아오지 않았어요.” 이런 사연은 나흘 동안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서 얻은 것이다. 취미로 카메라를 잡은 지 7년째인 그는 캐논 마크 Ⅲ으로 찍었다.


김욱현(28)씨 수상작(사진2)은 기다림의 산물이다. 지난달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들이 아버지의 몸에 올라가 잠든 순간을 포착했다. 이미 사진 취미를 시작한 지 3년이 넘은 김씨가 그 순간을 놓칠 리 없었다. 평화롭게 잠든 강아지의 표정과 무심한 듯 신문을 읽는 중년 남성의 모습이 그대로 캐논 5디에 담겼다.

김씨의 작품은 같은 날 한 장소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린 결과물은 아니다. 동상을 받은 이번 작품은 단 몇십분 만에 포착했다. 대신 김씨는 비슷한 느낌을 기다리며 몇날 며칠을 보냈다. 수상작에 담긴 포즈를 포착하기 전에 김씨는 강아지들이 아버지의 등에 올라가는 버릇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특히 이번 수상작의 주인공 ‘앵두’는 종종 아버지의 정수리에까지 올라탔다. 그것을 염두에 둔 김씨는 지난달 매일 저녁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김씨는 “강아지가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 인위적으로 찍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진우(26)씨의 수상작(사진3)은 앞선 두 사람과 달리 ‘시간’보다 ‘공간’에 주목해 봐야 한다. 수의학과 대학생인 박씨는 인도 여행 때 낙타를 봤다. 전공이 수의학과인 만큼, 평소 동물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낙타와 인도인의 모습은 묘한 시각적 쾌감을 준다. 충실히 여행의 기록자가 되어준 건 애지중지하는 니콘 디40. 말 그대로 순간을 포착했고, 오래 기다리거나 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담담히 설명했다.

평소에도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는 박씨는 대학생임에도 방학 때마다 외국에서 사진을 찍는다. 최근에 다녀온 이집트의 사막과 풍광이 지금도 눈에 어른거린단다. 박씨는 “고등학교 때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한 뒤 계속 사진을 찍어왔다”고 설명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사진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 크고 깊다는 느낌을 줬다. 이태호씨의 사진(사진4)도 구도가 돋보이는 새 사진으로 동상을 받았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 입선 최순규

△ 입선 탁기효

△ 입선 김인철

△ 입선 허현

입선작들의 면면

“북극곰은 내 직장동료랍니다”


멧비둘기를 잡아 발 아래 호령하는 매는 생태계의 한 모습이다.(사진 1) 일상에서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이 사진은 생태계 조사연구 업무를 하는 사설연구소 직원 최순규(36)씨이기에 가능했다. 캐논 350디로 촬영한 그는 동물 중에서 새에 관심이 많다. 새 사진만 8년째 찍는 중이다. 입선한 사진 속 장소는 전라남도 무안 인근 섬이다. “겨울에는 먹이가 부족해서 새들은 내륙으로 많이 날아듭니다. 논길을 잘 살피면 먹이를 찾는 새를 발견하지요.” 새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좋은 사진으로 이어졌다.

털이 보드라운 슈가글라이더가 사람의 손 위에서 자고 있다. 평화롭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풍경이 정겹다. 아홉살 딸아이에게 선물한 동물의 그 모습이 귀여워 탁기효(38)씨(사진2)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 그는 아마추어 사진가가 아니다. 18살때 부터 사진기를 잡았고 사진기자 생활을 2년했으며 지금도 프리랜서 사진가로서 활동중이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만 150종 넘게 찍었다는 회사원 김인철(37)씨. 그는 일터가 촬영지였다. 용인 에버랜드 홍보팀 대리인 그는 사진(사진 3) 속의 북극곰을 찍으려고 점심을 수 없이 거르기도 했단다. 자신이 맡은 홍보업무 때문에 카메라를 잡았지만 지금은 전문가 뺨치는 실력과 열정을 가졌다. 특히 일터 동료(?)인 동물들한테 애정이 많다. “동물은 표정이 다양하고, 사람이 하지 못하는 행동도 합니다. 순간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지요.” 오랫동안 북극곰을 관찰해서 그 생태까지도 자세히 안다. 북극곰의 이름이 ‘밍키’라고 넌지시 알려준다. 그의 동물사진에 대한 열정은 북극곰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신을 알아보는 오랑우탄도 있다며 자랑을 멈추지 않는다. 카메라 니콘 디80에 그 열정을 담았다.

허현(52)씨는 사진동호회 ‘64사진동호회’회원이다. 동호회에서 그가 주로 생태사진을 찍는다. “주로 봄·여름에 많이 찍습니다. 겨울에는 좀 힘들지요.” 지난해에는 두 달 동안 태안에서 살다시피 했다. 사진은 그에게 취미이자 돈벌이다. 천안에서 사진 입시생과 취미로 사진을 배우려는 일반인을 상대로 강의도 한다. 18살부터 카메라를 잡았다는 그는 쉰이 넘은 지금도 같은 모습으로 길을 나선다. 허씨(사진 4)가 찍은 사진도 그 길에서 만난 것이다. “사흘 동안 가지 근처에서 숨어 기다렸어요. 리모컨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번 경우는 아닙니다. 끈기로 버텼습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수상한 사진의 저작권과 소유권은 한겨레신문사에 있습니다


심사위원장 총평

귀환하라, 인면수심


사진은 가위질이다. 셔터를 한 번 꾹 누르는 순간, 두 번의 가위질이 작동한다. 싹둑! 시간이 잘리고, 싹둑! 공간이 잘린다. 그러므로 사진은 ‘일·꾹·이·싹·둑’의 매체다. 아무리 무딘 날(긴 노출시간)로 시간을 이겨보려 한들, 아무리 긴 날(넓은 광각렌즈)로 세상을 다 담을 듯 덤빈다 한들, 보여줄 수 있는 건 아주 짧고 좁은, 시간과 공간의 날카로운 부스러기다.

하물며 동물이라는 제한된 소재를, <한겨레>라는 제한된 매체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긁어모을 때 가위질의 한계는 이미 주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큰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을까?

많은 착한 분들이 이번 공모전에 착한 사진을 보내 오셨다. 심사위원들의 못된 심보와 째진 눈을 미리 간파하지 못하신 듯하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의 착한 사진은 심심하거나 뻔한 사진을 부르는 착한 표현이기도 하다. 이곳은 가위질 경연장이므로 심심한 가위질은 걸러내야만 했다.

대상으로 선정된 강현희 님의 순간 포착은 아주 멋진 시간 가위질이다. 옷까지 갖춰 입은 골키퍼 강아지가 공을 잘 막고 난 뒤 벌러덩 넘어지지는 않았을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다만 공간 가위질이 아쉽다. 이 때문에 잠시 뒤로 밀려났으나 기사회생해 ‘대상’이란 기쁨을 안았다. 대상에는 그에 걸맞은 파격이 있어야 한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비야생 부문 동상으로 선정된 박진우 님의 공간 가위질은 나무랄 데가 없다. 지친 표정의 남자와 씨익 웃는 듯한 표정의 낙타가 묘하게 어우러진 시간 가위질도 훌륭했다. 다만 이국적인 장면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많아 아쉽게 동상에 머물렀다. 공간처리를 잘하기로는 김평 님(아내와 이름이 같아 얼마나 놀랐던지 …)도 뒤지지 않았다. 웅크린 채 낮잠을 자고 있는 개와 사람이 아주 닮아 흥미로울 뿐 아니라, 그들을 양쪽에 배치해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이정훈 님의 고양이 사진은 가장 오래 논의되었다. 사람을 피해 달아나며 그를 올려다보는 길고양이의 표정은 오늘날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대변하는 듯한 절묘한 표정이었다. 과감한 공간 가위질이 촬영할 때나, 촬영 후 크로핑을 통해 이루어졌더라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었을 거라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김수연 님의 사진은 캠페인 포스터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만큼 깔끔하고 따뜻했다. 이는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했다.

이태호 님과 주기봉 님의 참새 두 마리는 귀엽고 다정하다. 김욱현 님의 조는 강아지 사진 역시 흐뭇한 웃음을 자아낸다. 백승현 님의 청솔모와 까치 사진은 청솔모의 놀란 표정과 안정된 구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수상자들께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동물로 향한 사진기의 시선이 동물 관찰기인 동시에 인간 관찰기가 되기를 빈다.

우리는 자주 ‘인면수심’의 세태를 개탄하고 나무란다. 회초리를 드는 것이 마치 인간된 도리이자 책무라도 되는 듯이.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자. ‘인면인심’은 바람직한가. 어쩌면 ‘인면인심’이야말로 우리가 직면한 폭력과 약탈의 근원이자,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괴물은 아니었을까. 그러므로 사람들아, 제 마음속 괴물을 짐승이라 부르지 마라. 인면수심이야말로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일 줄 아는, 우리가 정녕 회복해야 할 심성일지 모르니까.

노순택/ 사진가



심사위원장 소개

주요 작업은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폭력과 한국전쟁의 인과관계를 들춰보는 일이지만, 오래 전부터 동물에 관한 사진 작업도 아울렀다. 네 차례 개인전, 수십 차례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사진집 세 권을 펴냈다. 국립현대미술관, 대림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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