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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을 보는 <한겨레>의 다른 눈

 

 

 

공무원연금을 보는 <한겨레>의 다른 눈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국민연금'의 상향평준화는 가능한 일일까
  백병규 (peacebkb)
 
 
공무원연금 개선안에 대한 <한겨레>의 평가가 이채롭다. 대다수의 신문들이 공무원연금 개선안에 대해 호된 질타를 퍼붓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는 이를 '한 단계 나아간 것'으로 평가했다.

 

공무원연금제도 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이번 개선안은 공무원연금 재정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1.425% 포인트 더 올려 7.0%로 하고, 보험급여 기준과 급여 시기 조정을 통해 연금급여는 최고 25%까지 줄이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25일 다수의 신문들은 이번 공무원연금 개선안이 지난해 나온 1차 개선안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세금먹는 개혁'이라고 비난했다. 이 안대로 한다면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10년 뒤에는 5배로 늘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신문들 역시 대부분 사설 등을 통해 시늉 뿐인 개선안이라며 비판했다. 한마디로 국민 생활은 안중에도 없이 정부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 한데도 공무원들이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다는 질타다. <경향신문> 같은 경우도 "이번 개편안은 휴지통에 집어넣고 제대로 된 개혁안을 새로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한겨레>, 공무원연금 개선안 평가 "몇 가지 점에서 진일보한 것"

 

  
25일자 <한겨레> 사설 '한 단계 나아간 공무원연금 개선안'
ⓒ 한겨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국민연금

 

<한겨레>는 25일 사설(한 단계 나아간 공무원연금 개선안)에서 유일하게 이번 개선안을 '진일보'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인들 물론 이번 개선안에 대해 마냥 후한 점수를 준 것은 아니다. <한겨레>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당한 재정투입을 전제하면서도 '국민연금'과 공무원이나 교사 등 '특수직역 연금' 사이의 연계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대표적인 미흡한 점으로 지적했다.

 

<한겨레>는 그러나 이번 개선안이 "몇 가지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연금의 기본 목적인 노후 소득 보장의 적정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연금의 목적을 제대로 살리자면 그 정도는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른 신문들의 비판의 논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이다. 문제를 바라보는 출발점이 다른 것이다.

 

<한겨레>는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은 퇴직연금이 포함돼 있어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공무원들은 퇴직금 제도가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재정 투입 문제도 "그동안 정부가 사용자로서 지급해야 할 비용을 방기해 온 점과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낮은 재정 기여도를 고려할 때 무조건 비판만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사용자 측이 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보조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별도로 해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연금 적자액에 대한 재정 보전 액수만 놓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겨레>는 이번 개선안의 합의 과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금전문가와 시민단체, 공무원 노조 및 퇴직자단체까지 참여해" 개선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공적 연금 개혁은 물론 여타 사회적 갈등 해결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 때문에 <한겨레>는 다른 신문들이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한 것과는 달리 "모처럼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개선책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희망했다.

 

'용기 있는 평가'

 

공무원연금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부정적 여론을 감안할 때 <한겨레>의 이런 평가는 어쨌든 '용기 있는 평가'다. 무엇보다 은퇴 후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해서는 적어도 공무원연금 수준 정도는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신문으로서 독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선안에 대한 <한겨레>의 이같은 전향적인 평가가 너무 현실고착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바로 <한겨레>가 지적했던 것처럼 '국민연금'과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공무원연금이 일반 국민연금보다 수혜의 폭이 큰 것이 사실이다. 독일 같은 경우는 아예 공무원들이 연금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전액 재정 부담으로 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유럽 각국 역시 공무원연금은 별도 설계를 하고 있으며, 일반 국민연금보다는 유리한 조건이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공무원들의 기여와 헌신에 대한 보상 차원의 배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형평에 있어서 차이가 나도 너무 심하다. <한겨레>가 지적한 것처럼 그렇다고 공무원연금 수준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런 현실적인 격차와 퇴직금이 따로 없는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그 형평에 있어서 다수의 일반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격차가 심하다는 점이다.

 

<한겨레>의 시각으로 보자면 '국민연금' 수준을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상향평준화하는 것이 그 대안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거의 무망해 보인다는 점에서 <한겨레>의 시각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공무원연금(공무원공제연금)과 국민연금(후생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해 지난해 이를 법제화했다. 통합대상에는 사학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도 포함됐다. 연금보험요율과 연금 수급액을 단계적으로 통합해 오는 2010년 4월까지 완전히 통합하게 된다. 공무원들에게는 대신 기존의 축적된 공무원 기금의 상당 부분을 출연한 별도의 재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그 수익금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별도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일본 정부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 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그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연금제도의 일원화는 제도의 안정성과 공평성을 확보하고, 공적연금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공제연금제도(공무원연금)를 후생연금보험제도(국민연금)에 통합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민간 부문의 종사자들이나 공무원, 사학교직원 모두 동일한 보험료, 동일한 급여를 실현토록 한다."

 

공무원 연금 개선안에 대한 <한겨레>의 전향적인 평가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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