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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콤플렉스'에 발목잡힌 전여옥의 '논평 콤플렉스'

중간에 fact가 많아 붙여본다.

 

 

"그만 논평하세요, 대학 나온 대변인이시잖아요"
[取중眞담] '학력 콤플렉스'에 발목잡힌 전여옥의 '논평 콤플렉스'
텍스트만보기   박형숙(xzone) 기자   
▲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 홈페이지 첫화면.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고졸 대통령' 발언을 사과한 지 얼마 안되는 시점에서 이번에는 '가난 콤플렉스'를 들고 나왔다. 노 대통령이 가난, 학력 콤플렉스로 인해 '분노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 대변인은 9일 토요일 뜬금 없는 논평 하나를 냈다. 제목은 '그만 미워하세요-대통령이잖아요?'이다. 아마 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노 대통령이 언급한 '연정(연립정부)'론을 일갈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서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서 이겼다. 승자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승자의 여유, 승자의 관용 그리고 승자의 너그러움이 없다."

그 이유로 가난과 학력 콤플렉스를 들었다. 그것이 '분노의 정치'의 출발이란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스스로 고백한대로 가난하게 살았다. 헝겊책보 대신 가죽 책가방을 갖고 온 친구가 부러워 면도칼로 그어버린 적이 있다고 했다. 철없는 어린아이가 오죽 샘났으면 하고 넘어갈 수 있다.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나 같은 사람이 대학을 못갔다면 크게 잘못된 세상 아닙니까?'하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다. 이쯤이면 심각해진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을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가질 법도 한데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분노의 정치'가 출발한 셈이다."


"노 대통령 '분노의 정치' 출발은 학력콤플렉스"

전 대변인은 이 논평을 쓰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스스로 고백한대로∼"라고만 했을 뿐 정확한 출처를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의 개인 홈페이지(www.oktalktalk.com)에는 이 논평과 함께 '노무현 고백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1994년)의 표지 이미지가 실려 있다.

이 책의 '내 마음의 풍차'라는 단락에서 노 대통령은 "가난으로 인한 열등감이 국민학교 시절 내내 나를 괴롭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지워지지 않은 기억 몇 가지를 소개한다. 누나에게 물려받은 헌 필통이 창피해 어리숙한 친구를 살살 꼬여 자신의 고물단지 필통과 맞바꾼 얘기. 결국 친구들의 비난에 몰려 필통을 되돌려 준 것을 "공인으로서 도덕성에 관한 첫 심판을 경험한 셈"이라고 썼다.

이 일 말고 부끄러웠던 초등학교 시절 기억을 하나 더 소개한다. 전 대변인이 걸고 넘어진 대목이다.

"그 때만 해도 다들 보자기에 책을 싸들고 다니거나 퍼런 돗베로 만든 가방을 들고 다녔다. 가끔 고무에 헝겊을 댄 가방도 있었는데 읍내의 부잣집 아이들이나 간혹 가지고 다니는 고급가방이었다. 어느날 체육 시간에 당번이 되어 친구와 둘어서 가방을 뒤적여 보다가 그만 면도칼로 가방을 죽 찢어 버렸다. 무슨 심술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뒤 교실은 발칵 뒤집혔고 선생님은 범인을 찾기 위해 몽둥이를 들고 다녔지만 초등학교 5학년생 노무현은 끝내 자백하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그 상처는 나의 잠재의식 속에 어떻게 해서라도 나만은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열망과 함께 모두가 가난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동시에 심었다"고 회고했다.

"저도 고시에 합격했지 않습니까?"

'가난'에 이어 전 대변인이 "이쯤이면 심각하다"고 진단한 대목은 또다시 노 대통령의 '학력'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전 대변인의 인용대로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나 같은 사람이 대학을 못 갔다면 크게 잘못된 세상 아닙니까?'하고 울분을 터뜨렸다"는 내용이 없다. 되려 이런 내용이 나온다.

"고시 공부를 할 때까지도 옛날 지주집안 아이들과 패거리를 지어 우리 집을 박해했던 깡패 몇몇에 대해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어찌된 일인지 이 생각은 고시에 합격하면서 그만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고 말했지만…."

고시합격은 노 대통령의 가난에 대한 열등감을 제거해 줄 사회적 보상으로 충분했던 셈이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02년 9월 '학벌없는사회' 주최의 강연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저도 고시에 합격했지 않습니까? 고시 한 번 합격하면 그 이후 새로운 발전이 없어도 죽을 때까지 울궈먹습니다. 그런 뜻에서 고시합격증이나 서울대 졸업장이나 평생 울궈먹는 신분증명서라는 점에 있어서 똑같은 것이지요. 그러니까 저도 대단한 학벌을 가진 사람 중의 하나로 생각해 주십시오. 그런 점에서 저도 학벌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는 사람입니다.(웃음+박수)"

본인은 되려 '고시 학력'의 부작용을 우려하는데 이를 '정규코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측에서는 자꾸만 '콤플렉스'라고 우기니 참으로 딱하다.

'고졸 대통령' 발언 '명예회복' 시도한 전여옥

노 대통령은 최근 보도·편집국장과의 오찬 비공개 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질문 요지는 이렇다. '참여정부의 서울대 입시정책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노 대통령의 학력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 질문이 나오자 당시 사회를 본 조기숙 홍보수석은 황급히 '대답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의무적인 답변사항이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답을 이어갔다.

"콤플렉스, 저 없습니다. 대통령까지 됐는데요. 뭘.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기회의 접근성입니다.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열려 있어야 다들 열심히 살고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이 되지 않겠습니까. 기회의 평등, 또 그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계기를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오히려 그걸 좁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여론에 밀려 '고졸 대통령' 발언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하면서 전 대변인은 "내 본의는 그게 아니었다"며 "대통령에서 국민까지 모두 학력에서 자유로운 세상,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논평에서 그에 대한 명예회복을 시도한 듯하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열린우리당 스파이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전 대변인이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깎아 먹는다는 얘기다. 전 대변인이야말로 '학력'에서 자유로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그만 논평하세요, 대학 나온 대변인이시잖아요~"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일화나 미담을 후일담 형식으로 쓰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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