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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값 하락만 걱정하는 당·정·청

한심한 놈현/열우당

공공의 적 강남 아줌마들이 우습게 볼 만도 하지

 

 

부동산값 하락만 걱정하는 당·정·청
[홍종학 칼럼]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
텍스트만보기   홍종학(haasimi) 기자   
▲ 노무현 대통령.
ⓒ2005 연합뉴스 김동진
경제학은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는 규범경제학(normative economics)과 기계적으로 분석만 하는 실증경제학(positive economics)으로 구분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나 부작용, 장단기적 효과 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최소한 제대로 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그렇다. 경제학의 과학적 분석은 매우 기계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방법론상의 문제에 대해 약간의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까지 전제할 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에 대한 기계적 분석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쉽게 합의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조합과 그 결과, 또한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먼저 도출하고 다양한 정책조합의 장단점을 비교한 후,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마 최종적으로는 규범적 판단이 들어가야 하겠지만, 정책조합의 장단점에 대해서만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비교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

대통령의 공언과는 달리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자, 대통령은 종합적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판교의 분양을 전면 중단시켰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통령은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했고, 거기에 맞춰 이곳저곳에서 부동산 대책을 논의하기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만은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는 당·정·청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의 진의를 의심하게 되었다. 필자가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가진 정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정책조합에 대한 효과를 비교하는 비교표가 제시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필자를 혼돈 속에 빠뜨렸다.

무엇보다도 공영개발을 통해 싸게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의 반값이면 품질좋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첨자들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을 주기 때문에 투기열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변명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임대주택 방식이나 돌아가면서 공평하게 그런 기회를 주는 싱가폴 방식도 있고, 일정 기간 이내에 팔 때에는 정부가 사들이는 환매조건부 방식 분양도 있다.

건실하게 일만 하는 (아파트값 신경쓰기 싫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그런 방법들이 논의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필자로서는 잠정적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현 정부는 부동산가격을 잡을 의지는 커녕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의 의미는

대통령이 의미하는 집값을 잡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많은 학자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현재 한국의 집값에 상당한 부분 거품이 끼어 있기 때문에 거품을 빼내는 것을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정의한다. 적게는 30% 많게는 50% 정도 빠져야 가격안정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신규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기준으로 하거나 소득대비 주택가격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단지 그 하락 속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과 오히려 빠르게 가격을 내려야 거래가 살아나고 부작용이 줄어든다는 주장까지 있다.

반면 재경부나 건교부의 관료들을 포함하여 공급부족으로 인해 집값이 상승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공급론자들은 현재 한국에서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품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따라서 더 이상 급하게 오르지 않는다면 안정이라고 정의한다. 일부에서는 물가상승률 수준인 3~4%, 일부의 소수는 명목국민소득의 증가속도인 7~8%의 상승까지를 용인할 수 있다고 추정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이 정도 상승을 용인한다면 일부 지역에서 20~30% 상승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집값 안정의 정의는 무엇일까? 대통령은 위험하리만치 과격한 발언을 많이 쏟아 놓았지만, 이 핵심적인 질문의 해답에 대해서는 단초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격하락을 우려하는 당·정·청

▲ 지난 6월 3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가비전 당정워크숍`에 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던 이해찬 총리,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부터)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부동산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접하게 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강남과 분당의 아파트 값이 급격하게 상승할 때 아무런 경고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급격히 가격이 상승할 때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다가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논의하는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은 이미 답이 주어져 있다.

문제는 바로 참여정부의 당·정·청에 이런 우려의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다. 그런데 이런 주관적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으리라고 믿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의 상황대처방안에 대해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의 정상화를 의미하고, 이는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부문을 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은 반드시 고통을 수반하게 되어 있다.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이제 경기침체의 책임소재를 가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개미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태웠다는 비난이 비등할 것이다. 그런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은, 하락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하락하게 되면, 정책당국자들은 허둥지둥하게 될 것이다.

기초적인 연구가 부족한 당·정·청

전 세계에 걸쳐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이 개발되었고 채택된 바 있다. 정말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로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가격을 잡겠다'라면 전 세계의 정책이 모두 검토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라는 주장만 자주 들린다. 그것은 한국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외국과 한국의 집값 상승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당·정·청 관계자들이 많은 듯이 보인다. 그러니까 그들이 논의하는 정책은 모두 과거에 논의된 정책에 불과하다. 그저 조금 세율을 높이거나, 규제를 조금 더 강화하거나, 원가공개를 조금 더 시키거나 등등 천편일률적인 대책만이 지면을 덮고 있다. 세제와 금융과 공급대책이 어떻게 상호 유기적인 과정을 거쳐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은 보기 어렵다.

그저 국민적 공분을 일시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과거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지극히 대증적인 요법만이 논의될 뿐이다. 앞으로 영구히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장기적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세율을 높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지극히 단순한 발상 외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지난 번에 저항이 두려워 못 올린 세율을 이번에는 어떻게 올리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열성적으로 지지하면 올렸다가 집값이 좀 떨어지고 성장률이 떨어지면 다시 중단할 것인가? (그런 정책의 결과 오늘의 참담한 현실이 초래되었음을 이전 칼럼에서 밝힌 바 있다.)

그들은 국민을 보지 않고 있다

집값을 잡는 것은 매우 단순하다. 원하는 가격경로를 그려서 경제기술자들에게 답을 구하라.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책까지 구하라.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충분히 그 정도의 분석을 할 수 있다. 그들은 각각의 가격 경로를 따를 때의 비용과 편익까지 매우 간단하게 답할 수 있다. 그리고 실행하면 된다. 밤새고 논의하면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일주일이면 집값은 원하는 대로 잡을 수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작업을 하는 모습들이 보이지 않기에 필자는 그 의지를 의심하는 것이다.

어느 간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는 성장률이 2% 대로 둔화되더라도 집값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봉급생활자나 미래세대를 생각하면 지극히 현명한 판단이다. 성장률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허장성세에 불과하다. 평생 벌어봐야 집 한 채 살 수 없는 데 누가 열심히 일할 것인가?

청와대는 국민을 보고 있지 않다. 대통령이 보지 않고 있는 건지 아니면 보좌관이나 관료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부동산 가격 시원하게 잡아 필자의 분석이 틀렸음을 보기 좋게 증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2005-07-27 18:53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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