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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을 국보법으로 처벌하라

그렇다. 국보법으로 500만 관람자를 고문하라

 

<웰컴 투 동막골>을 국보법으로 처벌하라
[주장] 국가보안법은 버젓이 살아있다
텍스트만보기   이봉렬(solneum) 기자   
▲ <웰컴 투 동막골>의 한장면. 극중 동막골에 떨어진 국군 표현철(신하균 분)이 인민군 장교 리수화(정재영 분)와 갈등을 빚는 장면.

개봉 4주만에 관람객 500만명 돌파, <더 타임스> <시엔엔(CNN)> 등 세계 유력 언론사들 앞다툰 보도, "쟈들하고 친구나?" 같은 강원도 사투리의 인기…. 연일 관련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신문과 방송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다들 입만 열면 <웰컴 투 동막골>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영화를 보지 않으면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아내와 둘이서 영화를 봤다. 상영시간 두 시간은 금세 지나가 버렸고, 잠깐이나마 꿈 속을 걷다가 나온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영화, 위험한 영화다. 당장이라도 상영중단 시키고 감독과 제작자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마땅하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이 영화 위험하다

▲ 영화에서 '푸근한 형님'의 이미지를 풍기는 인민군(임하룡 분)이 웃는 장면.
강원도 오지의 한 마을을 지키기 위해 국군과 인민군, 그리고 미군이 한 패가 된다는 설정부터가 문제가 있다. 그들이 '연합군'을 이뤄 총부리를 겨누는 상대는 다름 아닌 국군과 연합군이다. 쉽게 말하자. 남북이 하나로 뭉쳐 미군과 대적하는 설정이다.

설정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극단을 치닫는다.

인민군 장교 리수화는 부상병을 버리고 가자는 부하의 제안을 거부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가졌고, 국군 장교 표현철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너그러움도 함께 지녔다. 인민군 하사관 장영희는 인민군에 대한 최소한의 경계심마저 풀어놓게 만드는 살가운 형의 이미지를 가졌다.

거기에 반해 미군은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양민을 폭격하려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공적으로 묘사된다. 폭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동막골에 나타나 양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에서도 미군에게서는 일말의 동정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인민군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동막골' 주민들이야 전쟁 소식도 모르고 총이라는 것도 처음 봤으니 그냥 넘어 간다손치더라도,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탈영한 국군이 인민군과 쉽게 화해하고 형, 아우로 지내는 것은 군의 기강을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설정이다.

반세기 넘게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민군을 적이 아닌 형제로, 미군을 아군이 아닌 양민을 학살하려는 적군으로 묘사한 영화가 버젓이 상영되고 있는 것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웰컴 투 동막골> 상영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까지 동원해서 이 영화의 '성과'에 박수를 보내고 있으며, 다른 언론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찬사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단 한군데, <조선일보>가 이 영화의 위험성을 눈치 채고 시비를 걸기는 했다. 지난 25일 진성호 기자가 '웰컴 투 김일성 왕국'이라는 제목의 '태평로' 칼럼에서 이 영화를 "반미영화"라 표현하며 "너무나 불공정하게 진행중인 북한 미화(美化)"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가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본 뒤 "<웰컴 투 동막골>이 있어 이번 여름이 행복하다"는 영화평을 실었을 정도로 그 안에서도 손발이 맞지 않는다. <조선일보>마저 저러고 있으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나설 수밖에 없다.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묘사하고, 남북한이 힘을 모아 미군을 상대해야 한다고 부추긴 <웰컴 투 동막골>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한다. 이 나라에는 아직까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북한을 미화하고 한·미동맹에 일격을 가한 <웰컴 투 동막골>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되어야 마땅하다.

너무 비약이 심하지 않냐고?

▲ 강정구 동국대 교수. 경찰은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1 노순택
너무 심한 비약 아니냐고? 금강산과 백두산 관광길이 열리고, 북한의 정치인이 우리 국회와 청와대에 방문해서 남북 평화 협력을 논의하는 시대에 그 정도 영화적 상상력은 용인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전쟁과 반목의 시대는 가고,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왔다고?

그렇다면 한국전쟁에 대한 학문적 연구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밝힌 강정구 교수에 대한 비난과 사법처리는 무엇인가? 지난 24일 경찰은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협의로 사법처리하기로 했단다.

한국전쟁이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것이 화근이다. 우리 민족의 은인이라 여기며 동상까지 세워 놓은 맥아더 장군이 사실은 "식민지총독과 같은 점령군사령관"이며 "통일내전"에 "미국의 개입으로 인해 약 399만 명이 더 많이 죽게 되었다"는 주장도 문제가 되었다.

뭐가 문제인가? 남북이 갈라진 상태에서 북한에 의해 하나로 합쳐졌다고 해서 통일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야 하는가? 민족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미군의 개입 이전과 이후의 사상자를 비교하여 객관적 서술을 한 것이 잘못이란 말인가?

미국은 은혜의 나라요 맥아더 원수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거라는 주장 외에는 그 어떠한 주장이나 학설도 용납되지 못한다면, 학자가 무슨 소용이며 역사는 왜 연구하는가?

다시 <웰컴 투 동막골>로 돌아가자. 동막골에 미군의 폭격이 없었다면 동막골의 평화가 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국군과 인민군, 그리고 미군 병사가 같은 옷 입고 이념과 피부색을 뛰어 넘은 채 함께 어울려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은 동막골을 파괴하는 적군이며, 이를 막기 위해 우리 민족이 하나 되어 미군에게 총구를 겨눠야 했다.

민족의 통일을 방해하고 양민을 학살한 미군은 언론에 기고한 강 교수의 서술에만 있는 게 아니라 개봉 4주만에 전국 500만명의 관객이 함께 울고 웃으며, 감동을 느낀 <웰컴 투 동막골>에 더 자세하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여러말 할 것 없다, 영화 처벌하고 관객을 처벌하라

▲ 곳간에 던진 수류탄이 터져 '팝콘비'가 내리는 장면.
사실(史實)이 사실(事實)로 드러나는 게 두려운 이들에게 요구한다. 학자의 양심에 따라 학문적 성과를 서술한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으로 옭아매려면 그 전에 <웰컴 투 동막골>부터 처벌하라. 그리고 그 영화를 보고 박수를 보낸 500만 관객을 처벌하라.

국가보안법으로 학자의 양심과 영화인의 상상력과 500만 관객의 가슴 속에 새겨진 감동을 함께 처벌하란 말이다.
2005-08-29 16:24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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