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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대한민국, 이러다 진짜 '왕따' 될라

퍼주기라며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짠돌이' 대한민국, 이러다 진짜 '왕따' 될라
  [기획] ODA 후진국을 벗어나기 위하여 (上)
  2005-09-13 오후 3:30:14
  최근 필리핀 마닐라 근처의 철도변에 사는 빈민 4만여 명이 우리나라의 원조로 진행되는 철도공사 탓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된 사실이 국내에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새삼 미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의 원조 덕택에 우리 살림의 기반을 닦았으면서도 외국에 대한 우리 원조 실상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시민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해방 6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과연 백범 김구 선생이 바랐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될 만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공적 개발 원조(ODA)'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수준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프레시안>은 3회에 걸쳐 공적 개발 원조의 현 실태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개혁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우리나라는 이번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미국에 3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지원금은 1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일본의 30배나 되는 데에다 지원 의사를 밝힌 국가들 중에서 네 번째로 규모가 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리나라의 행보를 보는 국제 사회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힘 없는 이웃의 고통에는 나 몰라라 하다가 힘 센 주인의 어려움에는 득달 같이 달려가 온갖 아양을 떠는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원조 8000원…OECD 국가 中 최하위권
  
  그 동안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짠돌이'로 꼽혀 왔다. 단적으로 ODA의 절대적, 상대적 규모가 비슷한 형편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공적 개발 원조(ODA)

흔히 'ODA(Official Development Aid)'로 약칭되는 공적 개발 원조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과 복지 증진을 위한 각종 무상 증여 또는 상업적 거래보다 유리한 차관 공여를 의미한다.
  
  ODA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해 1950~60년대에 크게 증가했다. 전쟁 피해의 복구와 신흥 독립국들의 원조 수요에 대응해 미국과 구 소련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체제 홍보와 경쟁 또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조를 적극적으로 확대한 것.
  
  이런 원조 확대 분위기에 힘입어 OECD는 1969년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를 발족시켰고 국제연합(UN)은 1970년 GNI 대비 0.7%까지 ODA 비율을 높일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2003년 기준으로 ODA 총액은 약 700억 달러다. 이 중 OECD DAC 회원국들이 전체의 95%가 넘는 약 690억 달러를 담당하고 있으며, 국가별로는 미국 163억 달러, 일본 89억 달러, 프랑스 73억 달러, 독일 68억 달러, 영국 63억 달러, 네덜란드 40억 달러, 스웨덴 24억 달러의 순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UN의 'GNI 대비 0.7% 비율'을 지키는 나라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을 비롯한 몇몇 나라뿐이다. 이들 나라들은 UN 결의를 넘어 GNI 대비 1% ODA를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ODA는 크게 국가 대 국가 차원으로 직접 원조가 이뤄지는 방식(Bilateral Aid)과 국제기구에 분담금 또는 출자금을 제공해 간접 원조를 하는 방식(Multilateral Aid)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자의 경우는 상환 의무에 따라서 무상 증여와 유상 원조로 나뉜다. 무상 증여에는 기술 협력, 식량 원조, 긴급 재난 구호 등이 있고, 유상 원조에는 유리한 조건의 차관이 포함된다.
 

  외교통상부가 보유하고 있는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3년도 ODA 총액은 3억6600만 달러로 국민 총소득(GNI) 대비 0.06%에 불과하다. 국민 1인당 고작 8달러(약 8000원)의 원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2000년 0.05%에서 근소하게 증가한 뒤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2003년도 기준으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은 각각 GNI 대비 0.92%(총액 20억4200만 달러), 0.84%(17억4800만 달러), 0.79%(24억 달러)를 원조했다. 이는 1인당 267달러(스웨덴)~447달러(노르웨이)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유감 없이 보여준다.
  
  이들 나라보다는 훨씬 못 하지만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도 각각 GNI 대비 0.41%(72억5300만 달러), 0.39%(12억9900만 달러), 0.34%(62억8200만 달러)의 원조를 했다. 이는 1인당 106달러(영국)~178달러(스위스)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 미국, 일본은 ODA 규모만 놓고 보면 '부끄러운 부자'들이다. 독일은 GNI 대비 0.28%(67억8400만 달러), 일본은 0.20%(88억8000만 달러)이며 미국은 0.15%(162억5400만 달러)로 GNI 대비로 따졌을 때 OECD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론 앞에서 살펴봤듯이 이들 나라의 ODA 지원 규모를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와 GNI 수준이 비슷한 스페인과 오스트레일리아도 ODA 지원 규모가 각각 GNI 대비 0.23%(19억6100만 달러), 0.25%(12억1900만 달러)나 된다. 일본 역시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1985년에 이미 ODA 지원 규모가 GNI 대비 0.29%나 됐다.
  

  OECD 가입 10년째…ODA 관련 위원회 가입은 '외면'
  
  우리나라의 한심한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6년이면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지도 벌써 10년이나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의 23개 산하 위원회 중에서 유일하게 개발원조위원회(DAC)에만 가입을 미루고 있다.
  
  통상적으로 DAC 가입은 ODA 비율이 GNI 대비 0.2%를 초과하거나 ODA 규모가 1억 달러를 초과할 때 이뤄진다. 현재 연간 3억6600만 달러의 ODA를 제공하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ODA 규모만 놓고 봤을 때 DAC 가입 조건은 충족하고 있다. 이렇게 자격이 충분한 데도 DAC 가입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DAC에 가입할 경우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의무를 이행하야 하기 때문이다. DAC에 가입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ODA 실적에 대한 보고서 발간과 검증 △DAC 회원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GNI 대비 ODA를 증액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 △DAC 가이드라인 및 원칙 도입 등의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DAC가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구속성 원조(Tied Aid)'의 축소, 수출보조성 원조의 중단 등을 수용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ODA를 제공하면서 미리 그 용도와 구매 조건을 지정해 왔고(구속성 원조), 원조의 대가로 국내 기업의 현지 수출을 강제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
  
  우리나라는 또 유상 원조의 경우 이자율, 상환기간, 거치기간에서도 그 조건이 가혹하기로 국제 사회에서 유명하다. 적지 않은 돈을 ODA로 제공하면서도 '욕을 먹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ODA 업무 개선 시도에 재경부 등 찬물 끼얹어…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교부는 지난 2003년 ODA 정책의 일관성을 꾀하고 DAC 가입 추진에 필요한 제도적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국제협력개발법'의 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법은 현재 2년이 넘도록 재정경제부 등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당시 외교부가 제정을 시도한 국제협력개발법은 △ODA의 총괄ㆍ조정 부처를 외교부(무상 원조)와 재경부(유상 원조)로 명확하게 이원화 △외교부가 개발ㆍ협력 중기 계획 수립 △ODA 관련 제도적 측면 선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제정 움직임과 동시에 관련 부처ㆍ기관 대다수의 반발을 산다.
  
  2003년 당시 이 법에 대해 제정 반대 의견을 밝힌 부처ㆍ기관은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 국가정보원, 한국수출입은행 등 총 8곳이다. 이들 기관들은 외교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법 제정 불필요"(재경부), "법 제정 실익 부족"(산자부), "법 제정 곤란"(건교부)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당시 이들의 반대 이유는 △무상 원조 사업을 외교부가 총괄ㆍ조정하는 것에 대한 반대 △구체적인 법 제정 이유 미흡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경제 관련 부처ㆍ기관들은 이 법이 제정되면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무상 원조 사업뿐만 아니라 유상 원조까지 외교부가 관할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부처간 '밥그릇 싸움'이 또 한 차례 반복된 것.
  
  하지만 OECD DAC 21개 회원국의 현황을 살펴보면 ODA 업무는 외교부가 맡는 것이 대세다. 현재 17개 국에서 외교부 또는 외교부 산하기관이 ODA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외교부와 재경부가 ODA 업무를 분리해서 맡고 있는 나라는 벨기에, 프랑스 등 단 2곳뿐이다.
  
  외교부는 국제협력개발법을 수정ㆍ보완해 무상 원조에만 초점을 맞춘 대외무상원조기본법을 올해도 추진할 예정이다. ODA 업무에 대한 외교부의 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대신 통제적 성격은 완화해 경제 관련 부처ㆍ기관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이 법은 10월 말 나올 국무조정실 주관의 ODA 개선 방안에 관한 보고서의 검토 결과에 따라 그 제정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ODA 개혁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온 민주노동당은 이런 정부 내 움직임에 대해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주문한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권영길 의원실의 이승원 보좌관은 "ODA를 일종의 투자로 보는 경제적 접근이 대세를 이루는 한 외교부의 ODA 업무 개선 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외교부부터 ODA를 국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책임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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