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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영남 18년 집권해도 충청, 호남 기득권은 잘 살았다”

지역 감정과 계급 모순의 우선 순위에 관한 적절한 정리다.

 

노회찬 “영남 18년 집권해도 충청, 호남 기득권은 잘 살았다”
13일 이화여대 강연회에서 우리나라 정치문화 소재로 강연
입력 :2005-09-13 20:58   김유정 (actionyj@dailyseop.com)기자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신청, 떡값 검사 실명공개 등 민감한 문제를 제기하며 잔뜩 날을 세우던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학생들 앞에서 오랜만에 부드러워졌다.

노 의원은 13일 민주노동당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위원회가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를 비롯한 각종현안에 대해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풀었다.

정치문화를 소재로 한 강연회인 만큼 그는 민감한 현안은 자제했으나 “이건희 회장이 ‘우리나라 정치는 삼류를 넘어 사류’라고 말 했는데 이 회장 말 중에서 이 말만은 맞는 것 같다”고 비꼬는 등 중간중간 날카로운 한 마디를 던졌다.

“정치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 날씨가 을씨년스럽다”고 말문을 열어 참석자의 웃음을 유발한 노 의원은 우리나라의 보수화 정도에 대해 “워낙 사회 자체가 오른쪽으로 치우쳐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조금만 왼쪽으로 가도 좌파라고 인식한다”며 대표적인 예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을 ‘좌파정당’이라고 규정하는 것을 들었다.

“열린우리당까지 좌파정당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한나라당이 오른쪽에 있기 때문”이라고 노 의원은 평가하며 “한나라당 오른쪽엔 절벽이 있고 절벽 밑엔 자민련이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교육은 수돗물과 같아…상품화 하는 순간 그 사회는 비극

▲ 강연하는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자료사진)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진보란 무엇인가”라고 원론적인 문제를 제기한 노 의원은 “진보는 내용이 고루하고 애매한 것 같지만 먹고사는 방식을 바꾸는 게 바로 진보다”고 규정했다.

그는 “먹고사는 방식을 바꾸는 게 진보라면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정치”라며 “교육과 의료, 주택의 무상공급은 민주노동당만이 외치는 주장이 아니라 전 세계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다”고 말했다.

특히 노 의원은 무상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소한 고등학교 까지는 경제력과 무관하게 양질의 공교육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제수준이 낮은 이들은 자식들에게 ‘각종 통계에 따르면 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가”고 반문하기도 했다.

18년간 영남에서 정권을 잡았지만 그 지역의 노동자, 농민은 여전히 못 산다

정치와 진보에 관한 노 의원의 설명은 자연스럽게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그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지 어느 지역에서 정권을 잡는 게 중요한가”고 물으며 지역구도의 폐해를 지적했다.

“영남이 18년 동안 정권을 잡았지만 그 속의 노동자와 농민은 여전히 못 살았고 그동안에도 충청과 호남지역의 기득권은 다 잘살지 않았나”고 노 의원은 반문한 뒤 “정치는 모든 국민들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회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 60여명이 참석했고 무상교육의 실현가능성, 여성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 등 한시간 반 남짓한 강연은 시종일관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2008년 총선에 제1야당이 목표”

강연회 도중 2007년 대선시 민주노동당 포부 밝혀

노회찬 의원은 강연회 도중 “민주노동당은 2008년 총선에서 제1야당에 의석수 80석이 목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지금 꿈도 야무지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이들이 많다”며 웃었다.

노 의원은 그러나 “2000년 민주노동당이 처음 창당되고 세달 뒤 국회의원 선거에서 2%의 의석수도 얻지 못해 등록취소된 상태였다”고 회고하며 “그 때 나는 다음 총선에서 우리가 두 자리 숫자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거라고 말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때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표정이었다”며 “나도 그 때는 그냥 그렇게 얘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말했다”고 하자 참석자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아무도 안 믿었지만 두자리수 의석이 현실로 이뤄졌다”고 강조한 노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전하면 80석에 제1야당의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또 2007년 대선과 관련, “거대양당 중 한 쪽은 와해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그 이유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다음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다면 유지될 수 없고, 한나라당은 한번 패배하는 순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따라서 민주노동당에 있어서는 다음 대선이 당선을 목표로 하는 첫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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