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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기설씨 '전역축하 메모' 발굴

그 옛날 옥상에서 지노성이 라이타를 들고가 문제가 되었지

 

고 김기설씨 '전역축하 메모' 발굴
'유서대필' 진실, 이번엔 밝혀질까
경찰청 과거사위, 검찰에 유서 진본공개 요구
텍스트만보기   김영균(gevara) 기자   
▲ 경찰청 과거사위는 최근 고 김기설씨가 직접 쓴 메모 등을 발굴, 검찰이 보유한 '유서'와 필적감정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91년 5월 당시 <조선일보>에 실린 김씨와 강기훈씨의 필적. 가운데 붉은 테두리 안이 고 김기설씨 글씨이고 위쪽이 강기훈씨 필적.
ⓒ2005 조선일보 PDF
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한발 더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 조사활동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견된 증거는 고 김기설씨 '유서' 진본과 직접 필체 비교가 가능한 것이어서 검찰의 자료공개 촉구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검찰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관련 자료에 대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고 김기설씨 군 동료들 '전역 축하 메모' 제공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지난 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기훈(43)씨가 고 김기설(전민련 활동)씨 유서를 대신 써주고 분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강씨가 김씨 명의의 유서 2장을 작성해 김씨에게 넘겨줌으로써 자살을 부추겼다고 주장하며 강씨를 구속 기소했다. 강씨와 전민련 등은 검찰이 '필적 감정'을 조작했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대법원은 강씨에게 징역 3년의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민주화운동 세력은 국민들로부터 도덕적 비난을 받았으며, 91년 급격한 공안정국이 형성됐다. 하지만 재야에서는 이 사건이 90년대 초반 대표적인 검찰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20일 "고 김기설씨가 군 복무 시절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전역 축하 메모' 등을 최근 새로 찾아냈다"며 "현재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증거는 전민련 활동가였던 김씨가 군 복무 시절 같은 내무반 소속 사병의 전역 기념으로 남긴 메모와 평소 가지고 다니던 전민련 활동일지 등이다. 경찰청 과거사위는 지난 9월 초 검찰이 보유한 '유서' 진본과 비교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위해 김씨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과거사위 조사관들은 김씨 군 복무기록을 통해 당시 군에서 함께 복무한 동기생 등을 찾아냈으며, 이들로부터 김씨 필체가 담긴 A4용지 1매를 전달받았다. 또 노트 1권으로 된 '전민련 활동일지'는 김씨 친구가 갖고 있던 것으로, 김씨가 생전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놓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발견된 두 증거물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는 경찰청 과거사위는 김씨와 함께 복무한 2∼3명의 사람들로부터 '군 전역 기념 메모'가 '진품'이라는 증언을 받아냈다.

애초 경찰청 과거사위는 '전역 기념 메모'에 남겨진 김씨의 지문을 확인하려 했지만, 91년 사망한 김씨의 지문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조사관들은 김씨의 군 동료들을 면접 조사해 메모에 남은 글이 김씨 필적임을 확인했다.

반면 노트 1권으로 된 '전민련 활동일지'는 김씨가 직접 작성한 것인지 아직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전민련 활동일지는 김씨가 직접 써서 갖고 다닌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쓴 것을 김씨가 가지고 다니다 놓고 간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 지난 3월 29일 열린 '유서대필 조작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사건 당사자 강기훈씨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2005 김덕진
'필적 감정' 진실 밝혀질 가능성... 검찰 보관 '유서' 공개해야

그러나 경찰청 과거사위가 이번에 확보한 김씨의 '전역 축하 메모'만으로도 필적 감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보유한 김씨 '유서'와 김씨가 남긴 '전역 축하 메모' 필적을 비교한다면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찰이 김씨의 '유서' 진본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검찰은 경찰청 과거사위가 객관적 조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유서' 진본과 공판 기록을 일절 넘겨주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과거사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검찰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결국 뭔가 숨길 것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경찰청 과거사위는 이번 주중으로 다시 한번 검찰에 정보공개 요구를 하고, 91년 당시 검찰의 공판기록과 '유서' 진본을 확보하는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필적 감정도 의뢰할 계획이다.

과거사위, '나주부대 사건' 실체 확인

한편 경찰청 과거사위는 10대 조사 과제 중 하나인 '나주부대 사건'에 대해서도 기초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나주부대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나주경찰서 소속 경찰 100여명이 인민군으로 위장해 완도군 등 전남 일대를 돌며 양민을 학살한 사건이다. 나주부대 사건의 피해자는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당시 나주경찰서 등에 근무했던 경찰들을 조사관들이 찾아가 '의미 있는 증언들'을 상당히 확보했다"며 "나주부대 사건의 실체도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피해자 유족들의 증언, 당시 여러 지휘계통 조사를 통한 나주부대의 인적구성 등 확인해야 할 일이 많다"며 "오래된 사건이라 확인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과거사위는 오는 출범 1주년을 맞는 11월 중순께 기자회견을 열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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