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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검증? “조선닷컴, 너나 잘 하세요!”

 

 

대선후보 검증? “조선닷컴, 너나 잘 하세요!”
후보마다 다른 기준, 사실왜곡 보도…특정후보 겨냥 의혹
입력 :2005-09-22 10:26   문한별 편집위원 (mhb1251@dailyseop.com)
조선닷컴이 2007년 대선 유력 후보 4인을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참여정부가 임기반환을 지난지 채 한 달도 안된 시점에서다.

조선닷컴의 도발적인 기획기사, '그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 10가지'

조선닷컴은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를 토대로 1위부터 4위까지 고건 전 총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을 차례로 수술대 위에 올렸다.

조선닷컴이 이들을 '집중해부'하기 위해 꺼내든 메스는 '그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 10가지'.

'되는 이유 10가지' 대신 '안 되는 이유 10가지’를 제목으로 뽑은 까닭에 대해 조선닷컴은 "현재와 미래의 풍향계를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 관전 사항을 정리하고 널리 알려진 후보들의 특장보다는 부족한 점에 집중해 유권자들의 건전한 판단 잣대를 보충해 보고자 하는 목적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명시적인 목적 외에도 "해당 후보 측에서 내놓을 지 모르는 반론도 충실히 실을 예정"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뜨거운 찬반논쟁을 유도해 2007 대선과 관련한 정치쟁점을 선점하려는 암묵적인 의도도 깔려있는 듯 보인다.

▲ <조선닷컴> 9월 20일 메인탑에 실린 고건 전 총리 해부기사 


고건- 이명박- 박근혜- 정동영, 이들의 단점은 무엇?

조선닷컴은 20일과 21일 양일 동안 고건, 이명박, 박근혜, 정동영 순으로 하루에 2명씩 묶어 시리즈로 내보냈다.

우선 조선닷컴이 '행정의 달인' 고건 전 총리의 목에 씌운 칼은 "당신은 80년 5.18 때 어디 있었나?"는 것. 남자들 세계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유약함, 비겁함을 연상시키는 제목답게 조선닷컴이 제시한 '그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 10가지'도 동일한 컨셉으로 구성됐다.

△난세(亂世) 때마다 사라져 △69세 대통령 후보 △병풍(兵風)이 최대 걸림돌? △‘행정의 달인’인가 ‘처세의 달인’인가 △87년 민주화운동 강경진압설 △수서 특혜분양 사건 의혹 △‘IMF 국무총리’란 오명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정치세력·이미지가 없다 △앉아서 ‘대권’을 기다리나

▲ <조선닷컴> 9얼 20일 메인탑에 실린 이명박 서울시장 해부기사 


당초 가나나 순에 따라 고 전 총리 다음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오기로 돼 있었으나 조선닷컴은 '사실확인'을 할 것이 있다며 '불도저' 이명박 서울시장을 먼저 배치했다. 조선닷컴이 그에게 붙인 것은 "박근혜 뒤따르는 '한나라 2인자' 꼬리표".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 10 가지'로 조선닷컴은 개인적인 성격, 이미지, 마인드, 발언 등을 전시했다.

△풀리지 않는 재산의혹 △"심심하면 선거법 위반" △호남·충청 표심 얻기 힘들다 △박근혜 뒤만 쫓는 2인자 '경선' 통과 힘들다 △'서울시 봉헌' 발언에 '강력한 안티' 생겼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불도저' 이미지로 될까?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독단적 성격 △'사진' 때문에… △문화 마인드가 부족해 보여 △병역면제 경력

이명박 서울시장에 이어 세번째로 자리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조선닷컴은 "아버지 후광, 알맹이 없는 연예인식 인기"가 문제라고 고언했다.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 10가지'랍시고 조선닷컴이 내세운 것도 한 두개를 빼면 익히 알려진 것들이거나 장점인지 단점이지 모를 불분명한 것들이 많은 것이 특징.

△“컨텐츠가 없다” △‘박정희 후광’, ‘유신공주’란 비판 △정치지도자 보다는 연예인 같은 인기 △한나라당 내 ‘박근혜 전위대’가 부족하다 △정수장학회 등 재산 의혹 △스킨십이 부족하다 △물러서지 않는 고집 △베일 가린 사생활, 시한폭탄 될 가능성도 △‘부드러운 리더십’의 한계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겪지 않았다

▲ <조선닷컴> 9월 21일 메인탑에 실린 박근혜 대표 해부기사 


마지막으로 등장한 정동영 통일부장관에게 조선닷컴이 선사한 것은 "카메라 과잉 의식하는 김정일의 대변인?"이라는 붉은색 페인트였다. 정동영 장관이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 10가지'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조선닷컴은 그의 '친북.반미' 성향과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특히 부각시켰다.

△브랜드 없는 정치인의 한계 △“역시 컨텐츠가 부족한 것 아니냐” △“카메라만 의식한다” △한건주의자? △‘김정일 대변인’ 비판도 △정 장관의 ‘과격한’ 미국관 △‘고건 대 정동영’ 호남 적자경쟁도 걸림돌 △‘교육개혁’ 외치면서 아들은 고액 조기유학 △베일 속 정 장관의 가족사 △“의리가 없다”

"조선닷컴, 너나 잘 하세요~!"

조선닷컴은 자신들의 특집기획이 많은 인터넷매체에서 인용.소개되는 등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자평하며, 향후 '되어야 하는 이유 10가지' 별도기획과 나아가 명단에서 빠진 김근태-손학규-이해찬 후보들을 더 보강해 검증대상의 폭을 넒힐 생각도 갖고 있다고 미리 예고했다.

▲ <조선닷컴> 9월 21일 메인탑에 실린 정동영 장관 해부기사 


그러나 이 시리즈가 나가자마자 고건 전 총리의 미니홈피에서 "1998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최병렬 후보 측에서 제시했던 7대 의혹을 짜집기해 또다시 보도했다"며 '안티조선'을 천명하는 등 역풍도 거세지고 있다.

이하에서 조선닷컴의 '대선 유력 후보 4인 검증시리즈'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대략 3가지로 간추려 짚어 봤다.

첫째 '편파의 제왕' 조선일보가 대선 후보들을 검증?

조선일보는 아다시피 97 대선과 2002 대선에서 공정성을 작파하고 극심한 한나라당 편향을 선보여 '이회창 기관지'라 닉인찍힌 부끄러운 전력을 갖고 있는 신문이다. 오죽 했으면 방상훈 사장이 자신의 입으로 "대통령 만드는 신문 소리 듣지 않아야...."(기자협회보, 2002.1.9)는 말을 토설하기까지 했을까.

그러나 방 사장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가 사시에 규정된 '불편부당'의 정신을 온전히 구현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선일보의 편당질은 지난 사설의 제목들만 일별해도 대충 알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실제로 조선일보 인터넷 자회사인 조선닷컴은 지난 달과 이번 달 초에 각각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을 홍보하는 기사를 메인탑에 걸고, 이어 중임제 개헌을 전제로 이 둘이 정-부통령으로 나왔을 경우 가장 경쟁력이 높게 나왔다는 모 기관의 여론조사결과를 인용, 다시 이들을 메인탑에 걸어 선전하는 낯뜨거운 행태를 자행해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런 언론사가 갑자기 객관적인 심판자를 자처하며 유력 대선 후보 4인을 '집중해부'하겠다고 나섰으니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자위가 가늘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여주인공 금자씨가 내뱉은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대목이다.

둘째 참여정부 임기가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대선 후보들을 검증?

조선닷컴의 특집기사는 호객꾼을 연상시키는 "차기 대선, 누구를 찍으시겠습니까?"라는 말로 시작한다. 조선닷컴은 이어 "2년 앞으로 다가온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예상 후보간 레이스는 이미 본격화됐습니다"고 분위기를 띄운다. '2년 앞'이란 말만 빼면 영락없는 선거철이다.

그러나 조선닷컴도 자신들의 호객행위가 너무 앞선 것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듯 "대권을 논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은가 하는 반박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고 한 자락을 깔았다. 여기에 조선닷컴이 제공하는 자문자답의 변이 걸작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 발언 이후 '조기 사임' 가능성이 여야 일각에서 제기되는 등 헌정사의 대이변이 '가능성'으로나마 언급되고 있다는 것이 그것. 앞에서는 노 대통령의 말 많음을 힐난하면서도 뒤에서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조선닷컴의 순진무구함에 새삼 가슴이 찡해 오지 않는가.

조선닷컴이 두번째 이유로 제시한 "또한 차기 대선까지 2년이란 세월도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는 답변에는 2002년 1월 8일자 조선일보 '팔면봉'의 한 구절을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야 경선 본격 돌입, 지금부터 1년 내내 대선전(大選戰). 국민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시련을…."

셋째 대상따라 강도가 달라지는 편파적인 문항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원래 두번째 순서에 올리려고 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세번째로 배치한 것은, 박 대표와 관련된 사실 중 몇가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닷컴은 그 뒤에 이런 말도 덧붙였다. "인터넷은 실시간 보도가 생명이지만, 사실 확인 역시 중요합니다."

그러나 조선닷컴의 '사실 확인'의 원칙은 박근혜 대표에게만 선별적으로 적용됐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조선닷컴은 고건 전 총리의 경우, "87년 민주화운동 강경진압설", "수서 특혜분양 사건 의혹" 등 확인되지 않은 '설'과 '의혹'을 남발하며 그를 옭죄었다.

대상따라 강도가 달라지는 문항도 시빗거리다. 조선닷컴은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는 비겁자의 이미지로 몰아붙이고, 정동영 장관은 친북.반미의 색깔론 공세를 폈지만, 그러나 이명박 서울시장에게는 개인적 인상 위주로 나열하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는 장점같은 단점을 이야기하는 등 문항 자체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편파로 일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단점으로 지적된 것 중 '스킨십 부족'은 이전에 조선닷컴 스스로가 '박근혜 대표의 5無'라 해서 장점으로 평가한 바 있고, 그외 '연애인같은 인기', '부드러운 리더십의 한계' 같은 것 등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갖다 붙인 듯한 인상.

▲ <조선닷컴>에 실린 기획물 


조선닷컴 기획물의 궁극적 노림수는 고건 전 총리?

대선을 2년여 앞둔 상황에서 <조선닷컴>의 이번 기획물이 얼마만큼의 파고를 일으킬지 미지수지다. 다만 현재로선 고건 전 총리가 최대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가장 앞서가는 자에게 가장 거센 맞바람이 부는 법. 그렇듯이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고 전 총리에 '겁 많고 유약한' 비겁자의 이미지가 씌워진 것은 치명적이란 분석이다.

21일자 오마이뉴스에 고 전 총리가 "비상계엄확대조치 때 사표를 낸 사람을 가지고 말이야…"라고 버럭 언성을 높였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그를 따라다니며 취재한 기자는 거기에 대해 " '당신은 80년 5·18 때 어디 있었나?'라는 제목의 조선닷컴 기사를 겨냥한 일성이었다"고 풀이했다.

'대통령 만드는 신문' 조선일보의 정치행보가 다시 본격화된 것인가?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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